우디는 빨리는 못 걷지만 다리와 배가 땡기는 것만 아니면 천천히 걸을 수 있었다.
그 동안 병실에 왔다 간 이들이 놓고 갔다는 선물들을 병원에다 기부하고, 수키의 인도에 따라 복도를 걷는데, 우디는 입 안과 이들이 멀쩡한 것이 이상했다.
'제프 그거 한테 맞아서 이가 다 나갔는데... 그 새 빨리 이렇게 새로 했나?'
우디는 옆에서 앞만 보고 가는 수키를 찬찬히 살펴봤다. '내가 며칠 누웠었다고?'
병원 밖으로 나오니 주차장 구석구석마다 눈이 밀어져 있는 것이다.
"눈 왔어?"
우디는 설마 하고, 눈쌀을 찌푸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지금이..."
몇월이야 하는 말이 차마 안 나았다.
"뭐라고 하지? 꽃샘 추위?"
수키가 어딘가를 향해 손짓했다. 흰눈을 쓰고 있는 이른 꽃들을 가리키는지. "킴벌리는 내일 도착해."
"킴, 키미가 왜?"
"왜는. 아빠가 앸씨던트로 병원에 있다니까 오는 거지."
수키가 어느 한방향을 가리켰다. "저기 챌리, 차 갖고 오잖아."
"챌리는..."
"효녀들이야. 챌리가 자기 곁에서 얼마나 울었는줄 알아?"
아이보리색의 렠서스가 그들 앞에 와서 정차했다.
"댇!"
챌리가 차 문을 열고 뛰어 나왔다. "댇!"
수키가 약간 제지하는 제스처를 했다. "조심!"
챌리가 아빠 앞에 와서 웃었다. "괜찮아?"
"응. 니가 보기에는 어떤데?"
"괜찮아 보여."
"그래? 바쁜데 이렇게 와도 돼?"
"괜찮아. 아빠, 얼른 타."
챌리가 아빠의 남은 팔을 잡았다.
집에 오니 텅빈 집안 공기가 그를 맞았다.
우디는 제일 먼저 가까이에 있는 소파로 가서 앉았다. "아무도 없네?"
"누가 또 있어야 하는데?" 수키가 우디의 옆에 와서 앉았다.
챌리가 나중에 들어왔다. "엄마. 내가 가서 애담 데리고 올까?"
"너 할 수 있겠어?"
"그러엄! 애담도 오랫만에 볼 겸."
그 틈에 우디는 궁금한 것을 묻고 싶었다. "애담, 처제네 가 있어?"
우디는 그렇게 말해 놓고 아차 했다.
그가 칭한 처제란 영아를 의식함이었다.
"공희? 걔가 아담 봐 줄 수나 있나? 지 얘들이 넷인데. 언니네 잠깐 맡겼어." 숙희는 그렇게 받아치는 것이었다.
"언니네? 누이네?"
"응."
수키가 챌리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베비 시트, 꼭 잘 묶어야 해. 할 수 있지?"
"그러엄!"
챌리가 부지런히 나갔다.
우디는 아내가 꽃샘 추위라고만 말했지 몇월이란 말은 안 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달력이 어디 있더라 하고, 둘러보다가 '참, 이 집은 부엌에나 하나 걸려있지!' 하고, 말았다.
"앉아있기 힘들면 방으로 갈까?"
수키가 이미 우디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었다. "언니가 아마 죽도 보낼꺼야."
"죽?"
"자기 좋아하는 치킨죽 하신댔어."
"내가 치킨죽을 좋아해?"
"에이. 왜 그러니, 갑자기. 나 무서워지게."
난 야채죽을 좋아하는데?
우디는 물론 그 말을 속으로 했다. 내가 아직 꿈을 꾸는 거야, 아니면, 생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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