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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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27. 13:39

   우디는 온몸에 한기를 느꼈다.
재치기가 또 나려고 코 안이 간질간질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유는 딱히 몰라도 재치기를 할 계제나 상황이 아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치기를 하면 얼굴이나 주위에 무슨 일이나 사고가 벌어질 것 같은 염려가 들었다.
그래서 그는 아내보고 대신 어떻게 해달래려고 부르자 했다.
   "우우이..."
우디는 수키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이 제 귀에도 이상한 발음으로 들렸다. '가만! 내가 지금 누구의 이름을 부르는 거지? 숙희... 가만, 혹시 영란이 아직 내 마누라인 거 아냐?'
그래서 그는 가장 무난한 호칭을 사용하기로 했다. "여오..."
   '나는 틀림없이 여보라고 불렀는데.'
우디는 이제 숙희든 영란이든 알아듣고 대답하기를 기다렸다. '아무도 없나? 그나저나 내가 지금 누운 거야 앉은 거야...'
그는 오른손잡이 답게 그쪽 손을 먼저 움직여서 자신이 어떤 상태인가 알아보려고 조금씩 더듬었다.
우선은 부드럽고 매끈한 천이 만져졌다.
   '침대에 누운 건가?'
그리고 우디는 그 다음에 느껴진 촉감에 놀라며 손가락을 옴추렸다.
손가락 끝에 만져진 것은 가느다란... 명주실? 여자의 긴 머리카락?
어떤 손이 그의 손가락을 쥐었다. 
   "자기?" 숙희의 약간 허스키한 음성이 들렸다.
   '숙희다! 숙희가 내 와이프구나!'
우디는 쥐어진 손가락으로 그 손을 만져보려고 했다. '근데, 뭐지...'
우디는 온 힘을 다해서 눈을 뜨려고 해봤다.
그런데 눈꺼풀은 딱 달라붙어서 도저히 열리지가 않았다. 
눈물에 범벅이 된 건지 아니면 눈꼽이 달라붙은 건지...
어딘가 익숙한 촉감의 손가락이 그의 눈 주위를 문대는 것이다.
그는 우선 왼쪽 눈부터 떠졌다.
그리고 그 익숙한 촉감의 손가락에 의해 오른쪽 눈도 떠졌다.
   "자기..."
   수키의 미소띤 얼굴이 다가왔다. "나 누군지 보여?"
우디는 강한 불빛에 눈을 도로 감았다. 
역시 익숙한 촉감과 이제는 코에 익숙한 손내음. 
그 손이 우디의 눈을 몇번 가려주었다.
그제서야 우디는 눈을 다시 뜨는데 이번에는 가늘게 떴다. 그랬더니 수키의 거대한 상반신이 눈 앞에 가까이 있고, 그녀의 몸 한귀둥이로 네모난 천장이 보였다.
   "아, 어어이으?"
   우디는 틀림없이 '나, 어디 있어?' 하고, 물었는데 발음은 여전히 뭉개졌다. "으?"
수키가 이리저리 살펴보는 눈으로 그의 코 앞에까지 왔다. "하스피탈."
   "???"
   우디는 눈썹을 치켜 떴다고 여겼다. "어으?"
   "그래. 병원. 아직 말하지 말고, 졸리면 자."
   수키가 그의 몸 아랫쪽으로 훑어 내려가며 여며주는 기색이다. "다행히 차가 좋아서 그나마 자기 이 정도만 다친 거래."
   "아, 으?" 
   "그래. 많이는 아냐."
우디는 아내 수키의 손길이 어디까지 내려가는지 다 느껴보려 했다. 
만일 어디는 가다가 그 다음부터 감각이 없으면, 생각도 하기 싫은 상상을...
그녀의 손길은 대강 허리춤을 더 여며주고 마는 것 같았다.
   '제발, 내가 본 것들이 사실 아니기를... 카메라 클맆... 로드 아일랜드.'
우디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져 옴을 느꼈다. 
어디서 갑자기 음성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이, 어쩌고 저쩌고. 예스, 어쩌고 저쩌고...'
아내가 어떤 이들과 대화하는 것 같았...
우디는 무섭게 몰려오는 졸음을 이겨보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는 마치 깊은 물 속으로 가라앉는 기분으로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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