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pt.4 14-1x131 어떤 착각과 그 착각의 실체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28. 00:44

어떤 착각과 그 착각의 실체

   우디는 얼마 만에 다시 눈을 뜬 건지 모르겠다.
그가 알 수 있는 것은 병실에 혼자 남아 있다는 것 뿐. 
인기척이나 어떤 움직임이 없는 걸로 미루어 보아 아내 수키는 아마 집에 갔는지.
그러다가 우디는 공중에 무엇이 매달려 있고, 뭔가 알려주려는 표시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초점을 잘 맞춰서 그 매달린 것을 보니 짐작컨대 누워서도 책을 볼 수 있는 장치로 높낮이는 물론 거리도 조절할 수 있는 세단계 연결대였다.
그 끝에 달린 사각판에 종이가 잘 보이도록 붙어 있고.
그리고 우디가 알아볼 수 있는 활자가 아주 크게 쓰여져 있었다.
   자기 나 집에 아담 젖 먹이러 가거든
   금방 올께
   쑤
우디는 그 세줄을 읽으면서 왜 눈물이 나오는지 이유를 몰랐다. 
마치 혼자 놔두면 무섭다 못해 죽을까 봐 서운해서...
   '그나저나 여기 메릴랜드야, 아니면, 로드 아일랜드야...'
   우디는 혹시 눈만 돌려서 발견할 수 있는 사물들 중에서 지명을 알려줄 만한 것이 있나 해서 천장부터 최대한 볼 수 있는 벽을 훑어봤다. 
사마리탄 허스피탈!
눈에 익은 병원 이름이 왜 그리 반가웠을까.
   '우리 동네네!' 
우디는 양손의 손가락들을 죄다 꼼지락거려봤다. 그 다음 발가락을 움직여봤다. 그리고 배에 힘을 주었다가 뺐다가 해봤다.
   '이 정도면 일단 사지와 몸뚱아리는 붙어 있는 것 아닌가...'
얼마를 뜬 눈으로 있었을까.
밝았던 빛은 차차 저물어갔고 햇빛에 기 죽었던 천장의 형광등 불빛이 인수받아 비춰주는 방안을 열심히 바라다 보는데, 우디는 갑자기 이마에 와 닿는 손길을 느꼈다.
   "깼어?"
   여전히 귀에 익고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는 수키의 음성이 머리맡에서 났다. "물 줄까?"
   "응." 
우디는 대답해 놓고 저도 놀랐다.
수키의 미소띤 얼굴이 코 앞에 왔다. 
우디의 입에 대롱 같은 것이 밀고 들어오며 물방울을 흘려 주었다.
   "이제 제대로 말이 나오지?"
   "응."
   "서포트(support) 장치를 제거했거든."
   "왜, 서포트 장치가..."
   "으응. 자기... 거의 일주일 만에 눈 뜬 거야."
   "와아..."
   "대단한 사고였대."
   "웨잇! 우리... 집 동네에서?"
   "자기 거의 우리집 다 와서 턴 하다가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추렄을 못 봤나봐. 하긴 그 쪽에 스탚 사인이 있었대더라."
   수키가 귀여워서 못 견디겠는 때처럼 우디를 들여다봤다. "닥터가 자기의 정신력, 최고랜다. 결국 의식을 회복했다고."
   "나, 많이 다쳤어?"
   "자기, 원래 먼저 옆구리 찔리고 나서 백프로 완쾌된 게 아니래. 한쪽 허파는 반 정도만 작동하고. 우리 말로 하면, 양기가 없어서 조그만 충격에도 얼른 못 일어난 거라고. 그래서 닥터가 퇴원해도 좋다 하면, 우리 나가는 대로 자기 약 지어먹자."
   "오..." 
우디는 집에서 마주친 제프 아닌데 제프로 여겨진 자와의 싸움에 대해 궁금해졌다. 
그러나 이 판국에 그걸 물어서 뭘 어쩌겠다고. 
   "차 두대가 얼마나 세게 받았는지..."
   수키가 우디의 이마를 짚었다. "좀 있으면 닥터 올 거야."
우디는 혀를 가만히 놀려서 입 안의 이들이 어떤 상태인지 확인해봤다.
틀림없이 두 조각을 뱉은 것 같은데 혀끝에 느껴지는 치아들은 멀쩡한 것 같았다.

'[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4 14-3x133  (0) 2024.09.28
pt.4 14-2x132  (0) 2024.09.28
pt.4 13-10x130  (0) 2024.09.27
pt.4 13-9x129  (1) 2024.09.27
pt.4 13-8x128  (13) 2024.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