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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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28. 00:47

   세상이 넓고도 좁다는 말이 새록새록 실감나는 그 증명을 부페에 갔다가 수키는 당했다.
우디를 먼저 보고 '어이, 오형!' 하고, 손을 처든 이는 황성렬이었다.
남자들은 서먹서먹한 악수를 나누었다.
수키는 비록 짧은 기간의 미국 학창 시절이었지만 친하게 지냈던 동창을 만나 포옹했다. 
여자들은 서슴없이 너 나 했다.
남자들은 계속 서먹서먹해서 눈길을 잘 안 마주치려했고.
수키의 동창은 우디가 남편인 것을 반가워했는 반면, 성렬은 어떻게 보면 못 마땅하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는 것 같았다. 
왜 안그렇겠는가.
그래도 두 남자가 한때는 한숙희를 가운데 놓고 신경전을 벌이곤 했었는데.
그리고 오운진이 최영란과 어울릴 때도 황성렬이는 간섭하고 싶어 했고.
한숙희가 황성렬을 떼어버리려고 동창을 소개시켜주어서 그 둘은 백년가약을 맺었고.
황성렬은 오랫만에 만나니 반갑긴 반가운데, 또 만나니까 은근히 핏대가 서는 것이다.
   "아니, 두 분이 어떻게. 이렇게, 또?"
   성렬의 약간 비꼬는 듯한 말투는 여전했다. "오형, 무슨 반칙을 또 했나?"
   "반칙이야 많이 했죠, 이 이가."
   수키가 당당히 말했다. "배신도 하고."
그런데 성렬이 아까부터 우디의 옆에 놓인 바구니를 이리저리 살펴봤다. 그 폼이 설마 이 나이에 갓난애를 낳았을라구 하는 것과 혹시 손주나 손녀를 베베싵 하는 건가 하는 궁금증을 달리 어떻게 딱 표현 못 하고 기회만 기다리는 형국이었다.
수키는 일부러 모른 척 했다. 
아직 동창이 바구니를 못 본 것이다.
우디가 그 바구니를 살그머니 끌어 당기는 바람에 성렬의 처에게 발각되었다.
   "그게 뭐니?"
   "으응. 내 애기."
   "뭣!" 
   "왓?" 
성렬 부부가 잘 하면 부페 레스토랑 실내를 다 놀래키도록 소리지를 뻔했다.
수키가 자랑스럽게 웃었다. "아니, 두 사람이 왜 그렇게들 놀라지?"
바구니 속의 아기가 다리를 꼼지락거리는 바람에 발목양말 신은 발이 나왔다.
우디가 덮은 것을 끌어서 그 발을 감쌌다.
성렬의 처가 우디의 눈치를 자꾸 보더니 말했다. "우린 다 먹었지만, 잠깐 바꿔 앉으실래요? 애기 좀 보게."
우디는 수키를 봤다.
수키가 눈짓으로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래서 우디가 테이블을 돌아 아내 수키와 마주 앉고, 성렬의 처가 바구니 곁으로 왔다.
그녀가 덮은 것을 살며시 열고 들여다봤다. 
   "얘 보이야?"
   "응. 아들로는 첫 애." 
수키가 그렇게 말하고 나서 운진보고 음식을 가질러 가라고 툭 쳤다.
우디가 얼른 일어나서 갔다.
그 모습을 성렬이 보고 그냥 넘어갈 리가 없었다. "총알같이 가는데?"
   "원래 저러지 않았나?"
   수키가 성렬을 얼른 꼬나봤다. "버지니아 놀러갈 때 기억 안 나세요?"
   "예?" 
   성렬이 시선을 피했다. "그 때가 언제지?..."
성렬의 처가 곤히 잠든 아기를 한참 보고는 얼굴만 나오게 하고 덮었다. "다른 애들은 없고 얘 아들 하나 뿐이야?"
   "딸이 둘, 있지. 다들 시집갔고."
   "어머! 정말?" 성렬의 처가 반색했다.
성렬이 혼란스러워졌다. "딸은... 그 딸들도 저 오형이랑?"
   "저 오형, 최영란씨랑 결혼했잖아요. 잊었어요?"
   "그랬는데요..."
   "그 최영란씨 딸 둘 낳고 살다가 죽고, 내가 저 이랑 결혼했죠."
숙희의 그 말에 성렬은 허 졌다 하고 허탈해졌다.
성렬의 처가 숙희의 어깨를 때렸다. "자기 진짜 얌체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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