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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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28. 00:47

   우디는 박스 안에 들어있는 사진을 몇번이고 지나치는 휴지통에 넣을까 하다가 행여 짖궂은 관심사로 남이 들추고 장난으로라도 어떻게 할까 봐 그러지는 못 하고... 
그렇다고 집에 가져와서 수키에게 어떻게 하겠느냐 보이기는 말도 안 되고... 
숨겨놓기도 뭐 하고...
그는 결국 길가 주유소에 주유도 할겸 들어가서, 펌프를 차에 꽂아놓은 동안 사진을 발기발기 찢었다. 그리고 최소한으로 만든 조각들을 주유소 쓰레기통 안에 흩뿌렸다.
   '이로써 나의 아내에 대한 의심은 끝!'
그는 그렇게 결심하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그 여자 그 인물에 남자들과 돌아가며 데이트 골백번 안 했겠어? 내가 같이 살고 있는 것이 행운이고 감지덕지지.'
설사 그녀 앞으로 일개 사단 병력이 지나갔던들 우디의 처지에서는 그녀와 한 이불 속에서 잠을 잔다는 것이 황송해야 할 일이다.
   오운진! 너 알량한 자존심 빼놓으면 뭐 볼 게 있냐? 설령 아내가 정말로 수 많은 남자들과 성행위를 했었던들, 지금의 삶을 감사해라...
   만일 그녀를 이길 수 있으면 지금이라도 당장 헤어지던가!
그는 주유소를 나오면서 수키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 나 집에 거의 다 와가는데... 뭐 사 갖고 가오?"
   "자기, 돈 있어?"
   "돈? 가만..."
   우디는 운전하며 엉덩이를 살짝 들어서 지갑을 만져봤다. "어? 지갑 안 가져왔다!"
   "에이구우, 참... 지갑은 내가 지금 들고 있네요. 경찰한테 안 걸리게 잘 와. 같이 먹으러 나가게. 응?"
   "알았소."

   우디에게서 차에 대한 말을 전해들은 수키는 남편이 대번에 거절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고 뭐라 했다. 
   "열쇠를 뭐하러 받아서 갖고 다니니, 자기는!"
   "어..."
   "도로 갖다 줘! 자기는 이렇게 나를 모른다. 실망했네."
   "어..."
   "어쨌거나 얼른 나와! 밥 먹으러 가게."
   수키가 아기에게 얇은 담요를 씌우고 안아 들었다. "맨날 의심이나 하고. 쩟!"
   '맨날 의심이나 하고!' 그녀의 그 말이 우디의 울화를 돋구었다.
그의 입 밖으로 확 튀어 나가려는 말 하나. 
   '재패니스 레스토랑에서 누굴 만났는데!' 그러나 그는 입을 다물고 고개까지 숙였다.
   "근데... 그 차가 다야?"
   "뭐?"
   "제프한테서 차 한대가 다더냐구."
   "엉." 우디는 일부러 떠보느라 거짓으로 대답했다.
수키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네... 맘이 변했나?"
   둘이 애담을 데리고 먹으러 나간 곳은 최근에 생긴 대형 부페였다.
주중인데도 기다리는 줄이 길었다.
우디가 아기 담은 바구니를 들고, 수키가 줄에 들어섰다.
사람들이 바구니를 들고 있는 우디를 흘낏흘낏 보며 수근거렸다. 아무래도 머리가 희끗희끗한 남자가 아기가 틀림없이 담겼을 바구니를 들었으니 이상할 수 밖에.
수키는 세치가 많이 보여도 머리를 틀어올리고 허연 목을 내놓고 있으니 나이는 들어보여도 우아한 품위가 풍긴다. 
반면 남자는 좀... 
게다가 최근의 차 사고로 점점 더 허약해져가니 그냥 겉으로 봐서는 많이 처져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수키가 전혀 개의치않고 바구니 안을 들여다 보고 한다. 그리고 몸이 완전 글래머인 그녀가 몸을 일으키고 서면 웬만한 하얀 피부나 검은 피부의 여자들이 그녀보다 한참 작다.
이 날따라 수키가 까만색의 스웨터로 정장을 했으니...
둘의 차례가 되어 자리를 안내받는데.
어디서 누가 손을 흔들면서, '어이, 오형!' 하고, 불렀다.
운진은 속으로 에이 하필이면 하고 싫어졌다. 에이, 시발!
숙희가 얼른 돌아다보고 쩟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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