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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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29. 05:19

   아침을 하는 부엌 식탁에서 신문을 뒤적거리던 우디가 느닷없이 말을 꺼냈다.
   "올해는 세금 계산을 안 하나?"
   우디는 선수를 치자고 그렇게 물었다. "남들처럼 마지막 날까지 미뤘다가 허겁지겁 할 필요는 없잖아."
   "내가 알아서 해."
   "당신 회계사 애담은 얼마 달랬지?"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내가 가게 할 때부터 거래해 온 우리 회계사는 삼백불 달랬던 것 같은데. 애담 갠지슨지 갠저슨지는 얼마 달래는데?"
수키의 머리가 번쩍 들어졌다. "자기 회계사, 누구?"
   "작년 세금보고는 내 사인도 없이 당신이 했더군. 애담 갠지슨지 하는 자가 준비해 주었고."
   "어디..."
   수키가 상을 조금 찌푸렸다. "지하실에 있었나..."
   "비싸게 달라면 그냥 내가 쓰던 회계사를 쓰지?"
우디는 그 쯤까지만 말하고, 그녀에게 등을 보이고 지하실로 향했다.
수키가 그런 우디를 아래 위로 훑어봤다. '보통이... 넘네? 내가 정말 저 이를 잘못 판단하고 있나?'
그렇게 가끔 우디는 느닷없이 찌르는 질문을 한다. 
지금처럼.
수키가 전혀 생각도 안 했는데, 아담의 이름을 탁 찔러가며 세금보고 계산을 언급한다.
수키는 괜시리 간담이 서늘해졌다. '아담, 지금 행방불명인데...'
우디란 사내는 칼에 맞아도 살아났다.
우디란 사내는 차가 완전 콩가루되는 사고에서도 살아났다.
우디란 사내는 의사의 처방 받아서 산 효력 쎈 진통제를 과량으로 복용하고도 살아났다.
   수키는 슬슬 우디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자칫 하다가는 내가 저 이에게 당하는 거 아냐?'
수키는 운진이란 사내에게 빠져들어가는 한 감정과 계획대로 해 나가야 하는 한 마음이 서로 상충하며 싸우는 것을 어쩌지 못하는 중이다.
제레미가 귓전에다가 던진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네가 네 남편을 떠나는 그 날... 그 날이 너의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알어?
   '왜? 뭘 보고?'
   '내가 얼마나 강한 여자인데!'
   '내가 지금까지 혼자 어떻게 버텨왔는데!'
수키는 리빙룸의 또 하나 있는 베비크립 안에서 애담이 킹킹 소리를 내는 차에 의자에서 일어섰다.

   숙희는 남편더러 상담을 받아보자고 청했을 때 그가 약기운에 젖어서 생각없이 응한 줄 알고 다시 한번 다짐하며 약간 긴장했다. "상담, 받아 볼 거야?"
그런데 그가 순순히 나왔다. "그러지, 뭐. 나한테서 무슨 문젯점이 나올지 나도 궁금하군."
   "그럼, 예약 잡는다?"
   "그러든지. 뭐, 우리 놀면서 특별한 일도 없잖아?"
   "그, 그렇지. 그건 그래..."
   오히려 숙희가 당황되어 어쩔 줄 몰라 했다. "언니가 우리 애기 봐 줄 시간이 되는지부터 알아보고..."
   '이 이가 돈 달라더니 조용한 게... 그냥 잊은 건가, 아니면, 다른 데서 돈을 챙겼나.'
   '아담이 빼돌렸다는 돈을 찾았다면서 아직 주지도 않고. 자기 맘대로 애론에게 썼다고 말하고는 되돌아 와 있다 하고.' 
   '말로만 할 게 아니라 당연히 나한테 돌려줘야 하는 거 아냐?'
그런데 숙희는 남편에게 묻고 따질 용기가 나질 않았다.
   '정말 내 눈에는 안 보이고 남자들 눈에만 보이는 뭐가 저 이에게 있나...'
우선 제프가 감옥에 있으면서 우디에게 돈을 몽땅 내놓은 것은 영원히 풀지 못할 수수께끼이다. 그리고 그 돈은 그로부터 말로 전해 듣기만 했지 어디로 갔는지 그것으로 뭘 했는지 아직 모른다.
그녀의 남편이 언젠가 그랬다. 
   '네명'이 '한명'을 바보로 만들기는 쉬워도 '한명'이 '네명'을 바보로 만들려면 그 '한명'이 지독한 천재이거나 그 '네명'이 지독한 바보라야 가능할텐데...
   "당신은 천재가 아니며, 걔네들은 바보가 아니요!"
그가 소리치며 이를 갈았다. "그 '네명'이 천재며 당신이 그 바보 '한명'이요!"
숙희는 그의 그 말만 떠올리면 이가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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