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키는 우디가 잠깐 잠든 새에 집 앞으로 나가 바지주머니에서 셀폰을 살그머니 끄집어냈다.
그녀가 남편 몰래 인터넷에서 새로 빼낸 다른 번호의 셀폰. 그녀의 꾀였다.
그녀는 집 문을 슬쩍 보고는 어떤 번호를 눌렀다.
'이제 남편이 거의 눈치를 챘으니 한동안 연락하지 말자' 고.
누구에겐가 첫번부터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영어로.
상대가 순순히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수키가 당황하면서 자꾸 집 문을 쳐다봤다.
'이제는 당신을 안 만날 거야! 당신하고 아무런 거래도 안 할 거야!'
'자꾸 이러면 알트한테 이를 거야!'
'돈 다 빼앗겨도 좋아. 알트한테 일러서 널 없애버려 달라 하고 난 조용히 살 거야.'
'뭐라고? 내가 너에게 또 전화를 걸어?'
'지금 통화하고 있잖아! 그런 내가 어떻게 또 전화를 걸어. 미친...'
'바이!'
그런데 그녀의 그러는 모습을 우디가 이층에서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수키의 빨강색 셀폰이 쥐어져 있고...
'셀폰을 따로 뺐구만! 이것은 아무렇게나 팽개치고.'
'교활한 여자 같으니라구!'
'월래스가 날 죽이려고 한 것에 네가 가담되어 있는 것만 확인되면... 너 한숙희는...'
'딴 놈들이 널 어떻게 할까 봐 벌벌 떨지?'
'넌 내가 직접 손봐주마!'
숙희는 문을 최대한 소리 안 나게 여닫고 들어왔다.
그리고 춥다고 몸을 떨며 윗층으로 가려다가 흠칫 놀랐다.
남편 운진이 부엌에서 그녀의 셀폰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이 눈에 띄였기 때문이다.
"자기! 거기서 뭐해?"
숙희는 부엌으로 얼른 들어갔다. "내 셀폰은 왜?"
"어엉. 당신 셀폰 놔두고 누구 껄로 하나 해서."
"!!!"
숙희는 하마터면 바지주머니로 손이 들어갈뻔 했다. "누구... 꺼라니?"
운진이 숙희의 예의 늘 쓰는 빨강색 셀폰을 그녀의 눈 앞에 들어보이고는 도로 내려 놓으며 말했다. "으응. 난 또 당신이 쌀쌀한데 밖에 나가서 누구랑 통화하는 줄 알고."
"..."
운진이 윗층으로 올라갔다.
숙희는 제 셀폰을 내려다 보며 있다가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 빨강색 셀폰을 허둥지둥 집어서는 나간 통화 알아보는 단추를 눌렀다.
'You're calling me from your old phone? (네 먼젓 전화로 나한테 걸고 있어?)' 통화 상대 남자가 그렇게 말한 것이 기억나서였다.
나간 통화시도 기록에는 제일 첫번째가 제레미였다.
숙희는 제 셀폰을 움켜쥐며 남편이 방금 없어진 방향을 쳐다봤다.
남편 운진 그가 그녀의 빨강색 셀폰으로 상대 남자를 어떻게 대번에 알고 눌렀던 것이다.
건 시각은 숙희가 집 앞에서 다른 셀폰으로 그와 통화하고 있었던 때.
숙희는 온 몸에 힘이 빠졌지만 윗층으로 달려 올라갔다.
운진은 침대에 누워서 창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숙희는 조심히 그의 곁에 누웠다. "자기..."
"왜."
"우리... 상담 한번 받아볼까?"
"무슨 상담."
"그냥... 부부들 가끔 상담 받아보면 좋잖아.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고... 자문 받는 거."
"맘대로 하시요."
우디는 눈을 뜨지도 않고 대답만 했다. "나 약 기운이 퍼지는 거 같아서 자야겠소."
수키는 남편이 천천히 돌아눕는 것을 보다가 살그머니 일어나서는 또 셀폰을 챙겨서 화장실로 갔다.
운진은 화장실문이 닫힐 때 들리게 코웃음을 쳤다. 아이고, 너도 참 힘들게 산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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