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pt.4|17-1x161 그들만의 표현방법과 대응요령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30. 01:36

그들만의 표현방법과 대응요령

   숙희는 힘들어서 쉰다고 누운 남편의 뒷머리를 한참 보다가 말을 건넸다.
   "자기... 자?"
   "왜."
   "뭐 하나 물어봐도 돼?"
   "뭐."
   "지금 아담 소식을 모르니까... 올해는 자기 회계사, 해?"
   "어디까지 보고할 건데?"
   "어디까지... 라니?"
   "얼마 벌었다고 보고할 거냐구."
   "번 거가..."
운진이 베고 있는 베개에다 머리를 몇번 문질렀다. "나 좀 자야겠소."
숙희는 아담을 안고 소파에서 소리 안 나게 일어섰다.
   '아담이 대체 어디 있길래 전혀 말을 안 해줄까...'
   숙희는 누구에게 물어볼까 하다가 애론을 찍었다가. '아니면, 개리?'

   숙희는 컴퓨터를 켜서 온라인 뱅킹에 또 들어갔다.
돈은 개리에게서 그러니까 애론에 의해서 돌아온 금액에서 변동이 없었다.
   '아담이 빼돌렸던 돈을 찾았다면서 왜 안 주는 거야!'
   '혹시 자기 돈으로 취급하나? 내가 자기한테서 가진 돈이 뭐 얼마나 되어서.'
어느 누구에게서 이-메일이 들어와 있다.
숙희는 발신인 이름만 보고도 가슴이 철렁했다. '이 애꾸가!'
툭 하면 손바닥에다 숨기고 다니는 칼을 눈 앞에서 놀리던 애꾸.
캘리포니아 숙소에서 멋 모르고 애꾸를 초대했다가 소파에 쓰러뜨려지고는 칼에 브래지어를 끊기고, 칼날 끝으로 목을 타고 다니며 돈 내놓으라고 위협하던 애꾸.
   숙희는 진저리를 쳤다.
티미에게서 온 이-메일도 들어있다.
습관적으로 허벅지건 엉덩이건 주사를 무자비하게 꽂아대던 티미.
약에 취해 해롱대는 쑤를 이놈 저놈에게 밀어 보내서 밤새 셐스의 희생물이 되게 하고, 최면술처럼 말로 걸어서는 은행의 돈을 빼내가던 티미.
그녀가 상대해 온 남자들은 하나 같이 그녀를 함부로 다루거나 아니면 셐스의 대상물로만 삼았던 모양이다. 아니.
그녀는 차차 나이든 몸이 감당하지 못함을 느낄 때까지는 광란의 셐스가 취향이었다.
   숙희는 고개를 저으며 눈물을 떨구었다.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게 정말 뭘까...'
그녀는 남편이 소파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도 모르고 컴퓨터 앞에서 울었다. '어떡해... 그냥 다 포기하고 우디랑 살어? 그러면 남은 여생 맘 편히 살까?'
숙희는 이-메일 들어온 것들을 열어보지도 않고 모두 하이라이트 해서는 삭제했다.
그리고 그녀는 컴퓨터를 꺼버렸다.
그녀는 마지막 눈물을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일어서다가 깜짝 놀랬다.
우디의 눈초리가 곱지 않았다.
   "자기! 안 잤어?"
   "뭐가 그렇게 늘 안 좋은데?"
   "응?"
   "뭔 사연이 그렇게 많냐구."
   "사연은 무슨 사연..."
   "하루이틀도 아니고, 그렇게 힘들어서야 사람이 어디 배겨나겠나."
   "..."
   "당신이야말로 상담을 받아봐야겠구만!"
   "자기랑 나랑 그러자고 했잖아."
그가 소파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왔다. "뭐가 문제요?"
숙희는 저도 모르게 컴퓨터 모니터를, 까매진 스크린을 몸으로 가렸다.

'[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4|17-3x163  (4) 2024.09.30
pt.4|17-2x162  (1) 2024.09.30
pt.4 16-10x160  (3) 2024.09.29
pt.4 16-9x159  (6) 2024.09.29
pt.4 16-8x158  (2) 2024.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