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진은 모텔 방에서 뒹굴 때건 언제건 혼자 있으면서 숙희의 음성 녹음을 되풀이 해서 들어봤다.
'나 자기랑 헤어지면... 죽어.'
운진은 메세지를 연속적으로 저장시키는 것을 꼭 확인하고는 버릇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이럴 한숙희가 아닐텐데.
주위에 숱한 남자들을 깔아놓은 주제에 나 하나 돌아오라고 거짓울음을 우는 여자가 아닐텐데.
혹시 내 추측대로 돈이 빠져 나가서 나더러 알아보랄려고 그러나? 그렇다면 내가 뭘 어떻게 알아볼 수 있겠어.
그런 건 당신이 더 잘 알겠지?
운진은 자신의 짐작인 '돈이 수키에게로 모이는 것 같다' 는 것에 깊이 생각해 봤다.
수키가 아무리 돈장난에 밝고 일처리를 완벽하게 한다 해도 경찰이 말했듯 그런 거금이 그녀에게로 들어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그녀가 제레미의 회사를 살리면서 제프의 돈을 쓰려고 애담을 동원했는데, 정작 돈은 와이어로 수키에게 넘어왔다.
그렇다면 다른 누군가가 그렇게 했다는 말. 아니.
누군가가 그 여자에게 돈이 모이도록 한다는 말.
이제 애담이 완전히 잡아놓은 돼지꼴로 발견되었고.
그리고 아내는 당장이라도 죽을 사람처럼 떨면서 음성 녹음을 남겼다...
'내가 집을 나오자마자... 이런 일들이 벌어져?'
'헤헤헤. 설마...'
숙희는 죽기보다 싫었지만, 정애에게 전화를 넣었다.
그리고 남편이 거기에 더 이상 있지않다는 말을 듣고, 그 말을 믿기로 했다. 다행히 또 가 있지는 않구나...
숙희는 정말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너 니 남편한테 다 고백했니?" 정애가 따지듯 말했다.
"고백할 게 뭐 있어. 우리는 부부인데."
"니 남편... 집 나왔잖아."
"잠시 화가 나서 나간 거야. 착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나더러 기다리라던데?"
"아닐 걸? 그이는 지금 널 이용하는 것 뿐이야."
"그렇게 말하면 니 속이 나아?"
"꼭 너일 필요는 없었어. 그이는 나랑 이혼하기 위해서 아무 여자나 이용하는 거니까."
"넌 여전히 비굴하구나! 자신을 속여가면서 그렇게 말하는!"
"사실이야! 그이는 숫제 술집 여자도 이용했을 거야!... 나랑 헤어지려고."
"오 선생님이 너랑 헤어지려는 이유를, 너, 누구보다 잘 알면서, 왜 이리 비겁해!"
"어쨌든... 설령 나와 이혼하더라도 너한테는 안 갈테니 걱정 마."
"지난 밤도 나랑 같이 지냈는데?"
"그래도 니 몸에는 손끝도 안 댔을 거야."
"요거 수운..."
"그이가 널 만난다 하더라도... 아직은 너랑 잠자리는 안 할 거야. 난 그거 하나는 믿어."
"얼씨구!"
"그럴 사람이 아니거든. 만일 그런다면... 나를 이렇게 벌 주지 못 하지. 자기도 다른 여자와 그러면서 나를 나무라지는 못 할 거 아니겠니?"
"아주 비굴에다가 뻔뻔에다가 잘났구나? 그러니 오 선생님이 질색해서 널 떠나지."
"어쨌든... 니가 그이에게 달라붙든? 니 말처럼 그이가 너한테 달라붙든? 내가 인정을 안 하고 문제 삼지 않으면, 우리는 이혼 못해. 그러니 너도 그렇게 알고 있어."
"와아! 너, 한숙희, 진짜... 완전..."
"다시 말하지만, 그이는 나와 헤어지려고 널 이용하는 것 뿐야."
"넌 사랑을 몰라."
"사랑? 그이는 널 사랑 안 해."
"웃겨어."
"그이는 오직 딸들만 사랑해."
"그러니 네가 얼마나 비참하니. 쯧쯧쯧!"
"그이는 나와 헤어질 구실로 네 몸을 탐하는 건데. 쯧쯧쯧!"
"그럴 분이 매일 밤 나랑 보내니? 미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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