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만삭인 몸을 이끌고 운서언니를 찾아갔다.
운서는 숙희의 막달인 것을 축하해 주고는 찾아온 용건부터 물었다. "무슨 일이 있나 봐?"
"언니!"
숙희는 울음부터 나왔다. "운진씨가 결론적으로는 집을 나갔어요. 발단은 여자를 두었더라구요."
"그 여자... 누군지 알어."
"언니두 알아요?"
"숙희를 다시 만나서 결혼하기 전에... 내가 우리 동생하고 붙여준... 그 여자잖아."
"아! 그... 그렇군요."
"우리 동생이 자꾸 밖으로 돌고 방황하는 진짜 이유를 숙희가 풀어줘야 하는데..."
"내가요?"
"우리끼리는 솔직해지자구."
"네..."
숙희는 겁부터 났다.
운서가 한참을 망설이다가 말을 했다. "우리 동생하고 계속 살기 원하면, 밖에 남자들을 하루 빨리라도 청산해."
"네? 밖에 남자들이라뇨..."
"우리 설이... 캘리뽀니아에 아직 근무하고 있잖아."
"네에..."
숙희의 얼굴이 목에서부터 확 달아올랐다.
"거기까지 다 난 소문을 숙희는 여기서 시치미 떼고 남편을 속이고...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아..."
숙희의 고개가 푹 수그러졌다. 그녀에게서 금새 닭똥 같은 눈물이 흘러나왔다.
운서가 숙희의 울음이 그치기를 기다려서 말했다.
"숙희는 아직 우리 동생의 참 얼굴을 몰라."
"..."
"우리 동생도 말을 절대 안 하지. 우리 동생은 군대에서도 가장 무서운 데를 갔었어. 거길 살아서 돌아온 군인은 우리 동생 하나뿐이었대. 우리 동생은 군대에서 키워진 지 기질을 숨기고 사는 거야."
"..."
"우리 동생을 곁에 있게 하고 싶으면, 무턱대고 돌아오라고만 해서는 안 먹혀. 무릎 꿇고 빌어."
"..."
"그리고 숙희가 이제 나한테 고백했듯, 혼자 힘으로 도저히 청산이 안 되면, 우리 동생에게도 다 고백하고 도와달라고 애원해. 아니... 살고 싶다고, 살려 달라고 해 봐. 우리 동생, 예전에 군대에서 적 죽일 때 쓰던 무기, 나한테 맡겼었는데, 저번 날 와서 찾아갔어."
"그게 무슨..."
"우리 설이가 얼마 전 휴가를 또 받아서 왔잖아. 그 때 삼촌이 아직도 부사장 아줌마하고 사냐고 묻고는 그 아줌마 너무 한다고 발끈해서는 삼촌에게 다 말한다고 난리였었어... 근데 우리 동생, 그 때도 안 왔어. 왔었으면 아마... 지금처럼 그냥 집 나가는 걸로 끝나지 않았을 거야. 모르긴 해도, 우리 동생의 본성이 나왔을테고, 아마도 더 큰 일이 벌어졌겠지."
운서언니의 말이 숙희의 귀에 아직도 쟁쟁하다.
숙희는 집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골목에서 어떤 차와 엇갈렸는데, 그녀는 그 차를 잠깐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
첨 보는 찬데, 누구네 집이지? 설마 우리... 집?
차 안이 안 들여다 보이게 유리들을 온통 까맣게 씌운 데다가 해 진 후라 아무 것도 식별되지 않았다.
그녀는 차를 세우고, 남편의 셀폰 번호를 눌렀다. "우디, 제발 대답 좀 해! 집에 누가 왔다 가는 것 같아!"
"누가?"
"우디?"
수키는 그가 정작 응답하자 당황했다. "자기?"
"경찰 아니면 수키를 원하는 치들이겠지."
"몰라. 와, 안 와?"
"나 좀 바쁘오. 나중에 얘기합시다."
"와!"
"바쁘다잖소. 그리고 누가누가 그 집을 아는지 생각해 보면 알겠네."
"그럼, 저 차는?"
그러나 우디는 이미 통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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