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진은 병원에 남겨놓은 연락처 번호인 셀폰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아무래도 환자가 오늘 밤을 못 넘길 것 같다' 는 의사의 말이었다.
운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병원으로 달려갔다.
애담은 온몸을 칭칭 감은 붕대와 침대 주위의 기계에 묻혀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운진을 맞은 이는 흑인 남자 형사였다.
"Oh, we've met before! (아, 우리는 전에 만난 적이 있소!)"
운진의 그러한 인사에 그 형사가 역시 아는 체를 해왔다. "Right on!"
[당신들이 해 오는 수사의 한 부분입니까? 이 자가 처참한 공격을 당한 것이?]
[사실은 이 자가 절도의 요시찰 인물인데, 피해를 당했군요.]
[내 처의 회계사입니다. 그녀의 돈을 관리해 주는.]
[아마 훔쳐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누군가에게 당했는데... 의심가는 데라고는.]
"..."
운진은 일부러 애담을 내려다 봄으로써 형사를 외면했다.
형사는 손에 쥔 볼펜을 까불 뿐 그도 섣불리 입을 안 열었다. [운전 면허증에 기입된 집 주소로 찾아가니 아무도 없더군요. 혼자 살았는지.]
"Oh, yeah?"
형사가 어떤 프린트 물 한장을 우디에게 내밀었다. [혹 이걸 보면 뭘 기억할 수 있는지 한번 시도해 보겠소?]
우디가 형사에게서 그 종잇장을 받는데, 갑자기 기계 한대에서 삑삑삑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마치 죽었다가 살아나는 소리 같았다. 그랬다.
애담의 바이탈 상태를 측정하는 기계가 살았다는 신호를 발하는 것이었다.
우디와 형사가 마주 보고 어리둥절해 하는데, 문이 벌컬 열리며 남자 하나와 여자 하나가 들이닥쳤다.
우디는 얼결에 물러서며 손에 쥔 종잇장을 감췄다.
남자는 의사였고 여자는 간호원인데 둘이 흥분해서 이것저것 만지며 일반인으로서는 알아듣지 못하는 용어등을 써가며 법석을 떨었다.
형사가 우디더러 나가자는 눈짓을 했다.
우디는 형사가 준 종잇장을 벽을 향해 서서 펼쳐보았다.
프린트물은 어떤 숫자들을 나열한 것이었다.
'돈이 예금되고 인출된 기록인가?'
우디는 그것 가지고 뭘 하라는 거냐고 형사를 찾아서 둘러봤다.
그도 영겹결에 병실을 나와서는 어디론가 가버리고 없다. '그러니까 돈을 계속 움직인 것의 추적이군?'
운진은 종잇장을 더 가까이 들여다봤다.
"응? 이건 엊그저께 날짜잖아?"
그러니까 은행이나 관공서등이 모두 휴일에 들어간 땡쓰기빙 데이에 수키의 구좌에서 돈이 한번에 다 빠져나가고 잔고가 땡땡 제로인 것이었다.
'그럼, 애담은 여기 작살나서 누워 있는데, 이 여자는 털키고기 먹을 때 태연하더니 어떻게 된 거야! 그 때를 마지막 인사로 하고, 내가 해 준 밥 잘 먹고, 혼자 뜬 거야?'
운진은 잠시 벽을 보다가 셀폰을 찾아 쥐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말아라!"
그는 셀폰을 주머니에 도로 넣고 종잇장을 두번 접어서 역시 주머니에 넣었다. '지 돈 갖고 지 맘대로 넣었다 뺏다 하는데, 내가 무슨 상관이야!'
형사가 다가왔다. [화장실에 좀 다녀오는 길이요. 뭣 좀 발견했소?]
[그녀가 돈을 모두 꺼내서는... 뭘 어떻게 했는지 모르오.]
형사가 손가락을 세워서 저어보였다. 그가 종잇장을 달라 했다.
우디는 형사와 같이 프린트물을 들여다 보고는 깜짝 놀랬다.
돈이 어디론가 이전을 한 것이었다.
'펀드 추렌스퍼 컴플리티드... 자금 이전 완결됨?'
우디는 순간적으로 개리를 떠올렸다. '제프의 돈을 원격으로 옮겨주었다가, 빼내가면서 아예 땡땡 제로로 만들 수 있는 손이라면, 거기 밖에 더 있겠나!'
운진은 결국 근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씹새끼들이, 그러니까, 사깃군들 아냐!'
그가 생각하기에 돈이 그 여자에게로 모이네 했는데.
그래 놓고 이런 식으로 영문 모르게 싹 빼내가면 그 여자가 다 뒤집어 쓰고 만다!
이 여자 등신 같이 다 지 돈인 줄 알고 심지어 남편에게까지 위세를 떨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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