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진은 영아의 '형부보다 약해' 라는 말을 달리 알아듣고, 저도 모르게 바짓속에서 일어서려는 것을 느꼈다.
'이 놈은 세월이 흘러도 옛맛을 아나?'
영아의 유난히 무성했던 ㅇㅁ가 눈 앞에 선하게 보였다. 그녀의 꿈툴꿈툴거리던 ㅅㄱ의 움직임도.
운진의 그런 공상을 깬 것은 어떤 이의 반가운 고함 소리 때문이었다.
"헤이, 맨? 워썹!" 누가 그렇게 소리치며, 방탄 유리를 두드렸다.
운진은 누가 혹시 착각하고 그러나 했다. "어?"
어딘가 낯이 익은 흑인 남자 하나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고 서 있다.
예전 가게에 단골로 늘 왔었던 자이다.
"헤이, 맨?" 우디도 그들의 억양을 흉내냈다.
"워디이 두잉 히어? (여기서 뭐 하는 거냐?)" 그가 방탄 유리에 이마를 대었다.
"저스트 비지팅. (그냥 들른 거야.)"
"You know what happened to your store, right? (네 가게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지?)"
"No, what happened? (아니, 무슨 일이 생겼어?)"
그 자가 한발 뒤로 물러서서는 기관총 쏘는 시늉을 했다. "두루루루!"
"What?"
"어머!"
우디와 영아가 동시에 놀랬다.
"Yeah... it's fucked up. (그래. 작살났어.)" 그가 고개를 크게 끄떡였다.
영아가 그제서야 그자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아아. 그러고보니 옛날 가게에서 단골로 봤던 사람이네. 어디서 낯이 많이 익다 했더니."
옛날 가게. 옛날 가게...
그 말이 우디의 귀에 들리면서 영아의 잘 빠진 몸매가 눈 앞에 열렸다. 풍만한 유방과 탄탄한 복부. 그리고 유난히 새카만 색의 ㅇㅁ... 그 가게 뒷방의 책상 위에서의 정사.
그자는 브랜디를 작은 사이즈로 한 병과 톨(tall) 캔 맥주 한 개를 사고, '시 유!' 라는 손인사를 흔들었다.
우디도 그자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고 보니 어느 새 영아가 바로 곁에 나란히 서서 내다보는데, 둘의 몸이 닿았다. 아니.
영아가 은근히 가슴으로 우디의 팔쭉지를 누르고 있다고 해야 할까.
우디는 움직이지 않았다. 팔에 와 닿는 느낌이 두꺼운 옷으로 겹겹이 가려진 거리지만, 마치 살끼리 닿는 양... 마치 애무하는 착각이 뇌신경을 때렸다.
그래서 우디는 아는 척 하려는 놈을 카운터에다가 대고 눌렀다.
영아는 웬일인지 손님이 나가고 아무도 없는데도 움직이지 않고, 그 자세를 유지했다.
"형부가 오늘 따라 외로워 보여."
우디의 귀에 그 말이 '형부 사랑해' 하는 소리로 들렸다.
영아인줄 모르고 범했을 때, 놀라서 달아나려던 운진에게 매달려서 부르짖던 그 말.
'형부 사랑해요!'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했어요!'
그리고 이 말이 귀에 들렸다. '아직도 사랑해요!'
손님 한 명이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깁 미 뉴폿(Newport), 맨!"
"담배가 어딨지?' 우디는 핑게 김에 몸을 움직였다.
그는 카운터 밑에 보루채 까서 파는 담배를 찾느라 엉덩이를 뒤로 빼다가 그만 영아의 배와 닿았다.
우디가 얼른 피하면서 '웃!' 하고, 무안하다는 소리를 냈다.
그런데 영아가 피하지도 않았다.
되려 그녀가 사타구니께를 우디의 수구린 어깨에다 눌렀다.
우디는 담배 뉴포트 한갑을 집어서는 상반신을 천천히 일으켰다. 자연히 어깨로 영아의 사타구니께를 밑에서 위로 훑으며 일어서는 꼴이 되었다.
영아는 비키지도 않았다.
우디는 화닥거리는 얼굴로 손님을 대했다. "하우 마치?"
"5불."
영아가 우디를 뒤에서 안고 그의 등에다 턱을 고였다. "아! 형부 등은 여전히 따스하네."
운진은 몸을 털었다. "이러다 봐. 말썽나는데..."
"가만 있어!"
"혼자 낮술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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