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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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21. 04:55

   수키가 반성문을 쓰라고 했다.
   "반성문씩이나..." 
   우디는 쓰게 웃었다. "내가 무슨 쌈질한 국민학생이요?"
   "그럼, 구두로라도 잘못했다고 사과해."
   "사과는 했잖소. 당신이 안 받았지."
   "그런 사과 말고, 정식으로 사과해."
   "됐소. 거추장스럽게 말장난하지 맙시다. 서류나 빨리 준비하시요."
   "자기!"
   "나 가리다. 서류 준비됐다고 연락해 주면 그 때, 나도 변호사 사서 응하겠소."
   "자기 정말 왜 이래? 나랑 안 살 거야?"
   "어허이! 이 사람, 왜 자꾸 말을 돌리시나... 당신이 나보고 가방 싸들고 나가라 해서 나간 사람에게 왜 이러냐니. 말 만드는 중이요?"
   "허! 기가 막혀서!"
   "기 막힐 것 없소. 나는 아내를 두고도 딴 여자와 바람을 핀 죄로 이혼 당하는 쪽이요."
   "사과하면 용서한대잖아!"
   "나는 한번 사과했고, 당신은 안 받았소. 두번, 세번... 못하겠소."
   "해!"
   수키가 우디의 앞을 가로막았다. "사과하면 용서한대잖아."
   "아니, 무슨 사과를 이렇게 강요한단 말요. 본인이 시인하고 물러선다는데."
   "왜 사과 못 해?"
   "나도 당신처럼 무조건 용서하라고 우기란 말이요?"
   "그, 그래도... 받아줄 거야."
   "걱정하지 마시요. 정애란 그 여자한테는 안 가니까."
   "그러면! 그러면, 누구!"
우디는 그 길로 돌아나왔다.
   '나는 죽은 내 아내가 뭇 남자들과 놀아났을 때, 사과를 요구하지않고, 내가 먼저 용서했소. 내 잘못으로 돌리고... 단지 챌리가 내 딸 아닌데 속인 것만 문제 삼았지.'

   운진이 형록의 가게로 다시 가니, 영아가 아직 혼자서 장사하고 있었다.
   "형록인 아직 뻗은 상태요?"
   "네에!"
   "젤 젊은 놈이 같이 술 먹고는."
   "그러게요."
우디가 가게 안으로 들어섰고, 영아가 자동적으로 사라졌다.
조금 있으니 갓난애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또 조금 있으니 둘째 아이로 보이는 소년이 장난감을 손에 쥔 채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다. 언뜻 봐도 제 엄마를 꼭 빼닮은 얼굴이다.
   '엄마를 닮아서 인물이 좋네. 녀석!' 
우디는 그 아이에게 이리 오라고 손짓했다.
아이가 천천히 와서는 걸상에 앉은 우디의 다리께에 기댔다.
   '바지런한 엄마라 애들 건사도 잘 한다... 언니란 사람과는 정반대로.' 
우디는 윤이 반짝거리는 아이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어주었다. 처녓적부터 두 여자 조카애들을 잘 건사해 주었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려는 때가 되니 가게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우디는 아는 것은 아는대로 모르는 것은 영아에게 값을 물어가며 열심히 장사했다.
영아는 복권을 부지런히 찍으며, 형부와 눈만 마주치면 미안하다는 미소를 흘렸다. 
   "저녁에 뭐 해 먹을까, 형부?"
   "오, 나는 신경쓰지 말아요. 이따가라도 형록이 일어나면 가야지."
   "폴이 아빠 저러면 못일어나. 보기 보다 약골인 거 모르지?"
   "몰랐는데?"
   "형부보다 약해." 
   영아가 복권 번호 찍은 종이를 쥔 채로 깔깔거리고 웃었다. "그거 하는 것두 약해. 형부보다."
   "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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