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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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21. 04:57

   운진이 가게로 돌아오자 영아가 애들 밥을 얼른 먹이고 내려오겠다며 사라졌다.
운진은 그리 바쁘지는 않지만 꾸준히 드나드는 사람들 상대로 장사를 열심히 했다. 
곧 왕년의 장사 실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술을 팔고 복권을 찍고 담배도 금새 척척 집었다.
게다가 손님들이 우디를 전혀 낯설어 하지않는 것이었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서 문 밖이 깜깜해졌다.
영아가 왔다. "형부. 식사... 먼저 할래?"
   "아니. 난 괜찮은데... 형록이는?"
   "아직도 인사불성. 여태 말했잖아, 보기보다 약골이라고..."
우디는 또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려는 머리를 세게 흔들었다. 그래도 애들은 잘도 낳네.
   "잘 좀 먹이지."
   "입도 까다롭고... 짧어."
영아가 옛형부 곁에 바짝 붙어섰다.
우디는 그녀에게서 방금 마친 듯한 치약 냄새를 맡았다. 
   "그런 남자인 줄 알았으면..." 영아가 말을 하다 말았다.
우디는 영아의 다음 말을 기다리다 저도 모르게 그녀를 쳐다봤다. "엥? 무슨 소리..."
영아가 배시시 웃었다. "형부. 내가 몇살이게?"
   "내 나이에서... 얼마를 빼더라?"
   "십사."
   "흥흥흥. 기억력은 역시 젊어서 좋군."
   "왜게?"
   "응?"
   우디는 여자 손님 하나가 복권기계 쪽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 "왜애..."
영아가 가려다가 말고 우디를 살짝 밀었다. "형부가 해."
   "그러지."
우디는 복권기계 쪽으로 가서야 왜 영아가 가서 하라고 밀었는지 그 이유를 알았다.
복권만 사는 간단한 손님이라 그가 의자에 앉지 않고 구부린 자세로 번호를 찍는데, 영아의 손이 우디의 가랭이를 간지럽히는 것이었다. 히히거리면서.
우디는 손님을 쳐다보며 얼른 주저앉았다. 그러나 복권기계 주위는 여러가지 선전물에 가려져서 손바닥만한 틈새 외에는 밖에서 안 보였다.
우디는 왜 복권기계로 밀렸는지 또 알았다.
   "형부 나한테 속았다!" 영아가 우디의 머리를 잡고 입술을 맞춘 것이다.
우디는 숨을 멎게 했다가 얼굴을 얼른 떼었다. "앞에 손님 왔어!"
   "네에!" 영아가 얼른 달려갔다.

   "형부가 우리 집에 처음 오셨을 때, 내가 딱 열네살이었어."
   "오오... 근데?"
   "그 때 형부는 내 나이의 정확히 두 배... 그러니까 평생 십사년 차이를 안 잊지."
   "그렇군."
손님이 들어와서 어떤 술을 찾으면 우디가 뛰어다니며 찾아오고.
영아가 신속한 손놀림으로 돈계산을 하고.
틈만 나면 영아가 우디에게 치댔다.
우디는 구태여 그만 하라든지 더 해보라든지 암말 않고 영아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무슨 음흉한 생각이 든 것도 아니었다. 
그대로 가만 있는 것이 영아에게 위로가 되는지.
   "그만 해. 형록이 오다가 봐."
   "뻗었다니까?"
   "여태 잔단 말야?"
   "저러면 한 사나흘 못일어나. 화장실만 간신히 가고..."
   "아니, 젊은 놈이 그래서 뭐에 써?" 
   "세째 낳고 골병 들었대나 봐. 밤에 힘도 못써."
운진은 영아가 성욕이 오르고 흥분하면 힘이 굉장했던 것을 기억했다. 당연하지...
두덩뼈로 내리치면 망치에 맞는 것 같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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