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pt.4 5-2x042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22. 01:25

   일요일 아침에 우디는 늦으막히 일어났다. 
그는 걸어서 닿는 거리에 위치한 브렠퍼스트 레스토랑으로 갔다. 
그 안은 마치 경로당인 양 온통 하얀 머리의 쌍쌍들로 가득했다.
우디는 자리를 안내 받다가 문득 캐리아웃으로 하겠다고 돌아나왔다. 
거기서 오물렛 두 가지를 사서, 우디는 수키에게로, 임신부에게로 향했다. 
그러니까 아기를 먹이려고.
그러는 우디의 마음이 이상스레 홀가분하다. 아마도 수키와의 이혼이 잘 끝나면 영아랑 애들을 나꿔채서 어디 먼 데로 달아날 새로운 각오가 되어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형록이는 그 가게나 먹고 떨어지라 하지.'
그런데 사람의 일은 제 욕심대로 척척 이루어지지는 않는 것이, 문이 열려서 들고 온 음식 봉지를 내미는 우디를 수키가 와락 끌어 안고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자기, 진짜 못 됐는 거 아니? 나쁜 사람!"
   수키가 마치 대성통곡처럼 울었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섹스를 무기로 삼은 것은 아닌데, 날달이 다가오니까 너무 힘들어서 그랬어. 미안해."
우디는 양 손에 든 음식이 구겨질까 봐 그것만 피하느라 맞포옹을 못했다.
   "자기 하고 싶으면 맘대로 하라고, 난 상관없다니까, 기분 나빠서 그런 거잖아. 응."
수키의 그 말에 비로소 우디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아침 먹읍시다."
   "아침 사왔어?"
   수키가 눈 주위를 문지르면서 떨어졌다. "오물렛이네?"
   "당신, 칸츄리 오물렛 좋아하잖아. 바뀌었나?"
   "아니. 나 좋아해!"
   수키가 배를 가리켰다. "어마! 얘가 아빠 목소리 듣고 그러는 거야, 음식 냄새 맡고 그러는 거야? 발로 차고 난리네?"
우디는 지나치게 커 보이는 수키의 배를 봤다. "거, 혹시, 날달을 잘못 잡은 거 아니요?"
   "왜?"
   "키 크고 덩치 큰 임신부는 배도 엄청 큰 모양이네..."
오물렛이 부엌 식탁에 펼쳐지고.
우디는 커피를 그리고 수키는 우유를 함께 해서 오물렛을 먹었다.
   "책에 보니까 옛날에는 와이프가 산달에 접어들면 섹스를 못하니까, 남편에게 여자를 대주었대. 부인 대신 하라고." 
   수키가 미소와 함께 말했다. "이해가 가더라고."
   "원... 별..."
운진은 만 이십사 시간도 안 된 영아와의 짧지만 잔인하도록 짜릿했던 셐스 때문에 얼굴이 붉어졌다.
   "그랬대."
   "그, 그래서는 아니고... 알았소. 내가 잘못했소. 다신 그런 일 없을 거요."
   "그래. 알았어."
   "내가 지레짐작으로 다른 생각까지 한 것도 잘못했소."
   "그래. 자기도 잊어. 아, 오랫만에 맛있게 먹었네?"
수키와 우디는 오랫만에 소파에 나란히 붙어 앉았다.
   "먼젓번에 인수한 회사는... 어떻게... 잘 돌아가나?"
   "스탘이... 또 떨어졌어."
   "그만 애쓰고... 다 팔아버리지?"
   "그럴까? 공화당 끼고 하는 업체들이 너무 막강하네."
   "그냥... 조그만 가게나 하나 합시다." 
   "좀만 더 기다려 봐. 내가... 에이, 아니다!" 
   "당장 하자는 말은 아니고. 내달에 당신 몸 풀고... 그러고도 한 두달은 몸조리를 해야지."
   "누가 하지? 자기?"
   "신문에 광고 내서 사람을 구하지, 뭐."
   "오, 참. 그런 광고 많이 나더라."
   수키는 새삼스레 남편을 빤히 보았다. "의외로 편안해 보이네?"
운진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잠만 잤으니까."
   "잠만?..." 숙희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내가 지키고 있을테니까 눈 좀 부치쇼. 임신부가 잠이 모자라는 모양이네."
   "안 간다구?"

'[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4 5-4x044  (2) 2024.09.22
pt.4 5-3x043  (3) 2024.09.22
pt.4 5-1x041 2002년 겨울 메릴랜드  (2) 2024.09.22
pt.4 4-10x040  (2) 2024.09.21
pt.4 4-9x039  (1) 2024.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