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는 제프를 만난 뒤의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그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불쾌하지 않았다.
제프에게서 풍긴 인상은 제레미나 애담에게서의 그런 것과 질적으로 달랐다.
그가 과거에 수키와 어떤 관계였었든 현재로는 누가 그녀와 같이 있는가가 중요하니까.
실상 제프가 우디에게 보인 내색은 질투나 멸시 같은 것과 거리가 먼 즉 일종의 존경심 같은 것이었다고 봐야할지.
'괜찮은 놈하고 지냈었네. 근데 왜 둘이 헤어진 거야.'
우디는 승자로가 아닌 객관적인 시선으로 제프를 판단했다. '둘이 헤어지기 진짜 힘들었겠네. 누가 강제로 떼어놓은 것만 아니라면... 알트일래나?'
한편 제프는 우디를 만난 뒤의 기분이 패배감이었다.
우디란 자에게서 풍긴 첫인상의 은근한 불량끼가 선입관을 가지게 했지만 몇마디 더 계속하면서 전해온 느낌은 눈에 띄지 않는 위협이었다. 그리고 그의 미리 입막음하는 처리에 감탄했다.
'누가 쑤의 돈을 가로채고는 더 골탕 먹이려고 나를 선동할 거라는 앞서감이 정확한 판단이지. 나라도 그렇게 할테니까.'
제프는 우디가 떠난 후 자신에게 물었다. '누구든 그런 식으로 나를 접촉하면 쑤를 힘들게 하기 위해서 동조할 것인가?'
그 손길이 누구에게서 뻗쳐오든 동조했다가는 우디란 자에게서 재미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가 그와 결혼한 이후 누구든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철저히 믿기 시작했다.
'Maybe he's a Korean gangster? (아마 그는 코리안 갱?)'
제프는 덩치에 어울리지않게 작게 진저리를 쳤다.
쑤가 캘리포니아에서 돌아 올 깨 완전 밀어붙이기로 모든 것을 포기하며 우디를 선택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또한 제레미는 제레미대로 우디란 자가 몹시 껄끄럽다.
알트의 지시로 쑤의 셐스 테이프를 넘겨주려다가 느닷없이 혼나고는 더욱 그렇다.
그자가 처음 회사에 왔을 때 본 첫인상은 '바보 새끼네' 였는데, 그 날 밤 공터에서 그가 보인 자세는 불량배였다. 그런데 그에게서 풍긴 불량끼가 쑤를 힘들게 하리라는 인상 보다는 '아하, 그래서 쑤가 누구에게든 자신만만하게 나오는구나' 였다.
게다가 제레미가 쑤에게 걸어본 셀폰 통화 시도에 그가 나와서는 대뜸 '내가 너더러 뭐랬느냐!' 하고, 소리를 질렀는데 기분 나쁘면서도 깜짝 놀랐다고 보는 게 솔직했다.
'Be careful, Ralph. I don't think your idea will work at all. (랠프, 조심해. 네 생각이 작용하지 않을 것 같구나.)'
그리고 또 한편 개리는 쑤에게서 연락 오기를 학수고대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음에 되려 의구심이 생겼다.
'남편에게서 듣고 나라는 것을 알텐데, 쑤가 왜 잠자코 있는 거지?'
개리가 되려 바늘방석이 되어 안절부절했다. '은행 어카운트를 막은 것도, 그럼, 결국은, 우디?'
그가 아는 쑤는 돈이 사라진 것을 알고 팔팔 뛰며 울기만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온지사방에 전화해서 돈의 실종을 밝히고 살려달라고 애원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되려 돈이 다 사라진 어카운트를 외부로부터 접속 못하도록 잠궜다.
그렇게 해서 돈이 돌아오지 못하도록.
그리고 우디와 쑤는 집에 틀어박혀 꼼짝도 않고 있다고.
[둘이 무슨 꿍꿍이 속일까?] 개리는 애론에게 그렇게 대놓고 물었다.
애론도 혼동된 분위기였다. [이혼 준비인 척 하면서 속을 완전히 보인 속셈이겠죠?]
[누굴 빠져들게 하는 걸까?]
[둘이 저렇게 표면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알트를 목표로...]
[혼자 힘으로? 매우 위험할 텐데.]
쑤를 노리는 자들이 그렇게 혼동된 상태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동안 시간은 정확히 흘렀고 달력은 중단없이 연말을 향해 넘겨졌다.
우디와 쑤가 칩거하는 집 주위를 얼씬거리는 그림자가 모두 없어졌다.
운진은 배가 너무 나와서 맘대로 씻지 못하는 아내를 목욕시켰다.
숙희는 수건으로 가슴이나 다리 정도를 씻고 남편의 손이 등으로 뒤로 다니는 것을 즐겼다.
그녀가 욕조에서 일어서면 흰코끼리가 물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그러면 운진은 큰 타올로 그 흰코끼리의 배부터 둘러주었다.
전부터 욕실이면 미리 알몸이 되던 여인은 더욱 아랑곳 없이 흰코끼리 몸체를 움직였다. 임신하면 유두가 더 커지는지 마치 잘 익은 앵두 두개가 달라붙은 것 같아 보였다. 그 위에 브래지어가 걸쳐지면 남자가 뒤에서 잠궈 주었다.
"밖에 아무도 없어, 자기?"
"누가 있겠어."
"..."
"지들끼리 쑥떡공론하고 통빡 재겠지."
"너무 조용하니까 되려 이상하지, 응."
'[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4 5-9x049 (1) | 2024.09.22 |
---|---|
pt.4 5-8x048 (8) | 2024.09.22 |
pt.4 5-6x046 (4) | 2024.09.22 |
pt.4 5-5x045 (1) | 2024.09.22 |
pt.4 5-4x044 (2) | 2024.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