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질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도 마다 하고 아기부터 보여달라고 두 팔을 내뻗었다.
시뻘건 색의 아기가 탯줄에 매달린 채 엄마의 가슴에 놓여졌다.
숙희는 머리색부터 피부색 그리고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머리는 누가 보더라도 동양인의 특징처럼 새카맣고.
피부는 지나봐야 알겠지만 일단 흑인은 아니고.
그리고 얼굴이 누가 보더라도 아빠와 똑닮았다.
"으허허허! 꺽꺽꺽꺽!" 숙희는 그렇게 웃었다. 미친 년처럼 웃었다. 울면서 웃었다.
그녀는 다 들뜬 이를 악물었다. '알트! 너 두고 보자!'
챌리가 완전 흥분해서 셀폰으로 아기의 사진을 찍고 난리를 피웠다.
그리고 그 사진은 당장 킴벌리에게 날아갔다.
킴벌리에게서 당장 아빠의 셀폰으로 축하 전화가 왔다.
정작 늦은 나이에 엄마가 된 수키보다 챌리가 더 극성을 떨었다.
그래서 우디는 그 이유를 물었다.
"이 베비는 아빠와 엄마를 영원히 묶어줄 고리잖아요."
챌리가 눈물을 비쳤다. "나는... 러브차일드이고."
수키가 챌리를 가까이 오라 해서 안아주었다. "니 말이 맞다."
챌리가 아빠에게 절하듯 인사를 했다. "아빠. 나를 받아주시고 키워주시고 사랑해주셔서 참 고마워요."
우디는 하늘에서 축하송이 들리는 환상에 젖었다. 그래서 이제는 숙녀로 다 커버린 딸을 꼭 끌어안았다.
하마터면 김정애란 여인 때문에 이혼할 뻔 했던 순간과 영아와 달아나려 했던 환상이 우디를 부끄럽게 했다. 하지만 그는 언제 엉뚱한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용수철 같은 인물이다.
챌리가 랲탚 컴퓨터에 들어가서는 보이 네임 리스트를 열었다.
"엄마. 베비 네임 애담으로 해요. 네?"
"아담?" 수키가 지레 놀라다가 남편에게 눈길을 돌렸다.
우디는 아내의 반응을 보려고 마주 봤다. "애담은... 왜 애담으로?"
"펄스트 선(first son)이니까. 애담이 펄스트 맨이잖아. 응?"
"아, 아담은 너무 성경적이잖니." 수키가 눈길을 돌렸다.
"아빠. 사실 내 네임, 챌리는 어디에도 없어."
"있어." 우디는 겸연쩍은 웃음기를 띄웠다.
"봐, 아빠. 챌리. C-H-A-L-L-I-E. 없잖아."
챌리가 노트붘을 돌려서 아빠도 엄마도 보게 했다. "누가 만들었어?"
우디가 괜히 수키의 눈치를 봤다. "원래 니 이름은... 챈드라 라일라야."
"챈드라 라일라?"
위읫말을 수키와 챌리가 동시에 했다.
"남동생 보라고 챈드라... 예쁘라고 라일라..."
"허!" 챌리가 어이없다는 웃음을 날렸다.
수키가 쿡쿡 웃었다. "촌스럽다."
"그치, 엄마! 나 화나 죽겠어. 킴벌리한테는 좋은 이름 주구." 챌리가 아빠를 흘겨봤다.
"챈드라 라일라 하다 보니까, 언제부턴가 챌리가 되었지."
챌리가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서 제 이름의 스펠링을 찾았다.
"Chandra: The moon, Lila: dark-haired beauty? (챈드라: 달, 라일라: 검은 머리의 아름다움?)"
챌리가 제 까만 머리를 매만졌다.
"그러고 보니 네 머리가 유난히 까맣구나, 얘." 수키가 챌리의 머리를 만졌다.
"그래, 엄마? 내 머리가 좀 그렇지? 다크 블랰..."
챌리가 조금 펴진 표정이 되었다. "피플들이 나 보고 헤어 다이(dye) 했녜..."
그래서 병원에서 대행해 주는 신생아 등록에서 아기의 이름이 애담으로 기록되었다.
챌리는 제 희망사항을 새엄마가 순순히 들어주니 너무 좋은가 보다. 새엄마 침대 곁에 붙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잘재잘 소근소근 그러면서 심부름도 잘 했다.
숙희는 아기의 이름을 애담으로 지었는데 남편이 암말 안 한 것을 이상하게 느꼈다.
그리고 그녀는 비로소 깨달았다. 남편이란 사람은 개인적으로는 거슬리고 미운 인물의 이름을 들었지만 그 이름을 거론한 사람이 딸인고로 절대 내색않고 받아들였음을.
그리고 그녀는 또 깨달았다.
아이의 이름이 아담 즉 애담으로 지어졌으니 그녀는 평생 죄의식을 느끼며 살아가야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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