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았어. 하라는 대로 할께.'
'나 두고 간다는 말만 제발 하지 말아 줘.'
숙희는 그런 말들만 반복했다.
결국 운진의 입에서 바른 말이 나갔다.
"놈들한테 쌩죽음 당할 걸 모면하려고 이러시는 거면, 이쯤에서 정말 헤어집시다. 당신은 당신 길 가고, 나는 내 길 가고. 깨끗이 끝냅시다."
"헤어지잔 말 좀 하지 마! 제발!"
"당신은... 여태 오십 꺾도록 살아온 동안 어느 누구 하나의 남자이든, 진정으로 사랑한 적이 있소?"
"그게 무슨... 상관인데?"
"당신은 나를 다른 이유로 잡기 때문에, 당신의 본심을 알고 싶어서 묻는 거요."
"뭐가 다른 이유인데?"
"나를 붙잡는다고, 당신의 그 돈... 무사하진 않소. 그리고..."
"자기!"
"그리고!"
"..."
"나를 여태까지 당신의 총알받이로 삼아왔는데... 알트가 되뺏으려는 그 돈을, 나를 이용해서 막으려는 생각은... 애전에 하지 마시요."
"그 말이 무슨 뜻이야?"
"행여!... 내가 당신을 그 돈으로부터 구해주기를 기대하지 말라는 말이요."
"기대 안 해."
"됐네, 그럼!"
운진이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서며 아직까지 애담을 문간에서 안고 서서 얼르고 있는 누이 운서에게 손짓했다. "먼저 나가요, 누님. 나는 내 짐 몇가지 좀 더 챙겨서..."
숙희가 남편의 가로막음을 피해서 운서에게로 가려는데.
그녀가 일어서면서 카펫 바닥에 떨어뜨린 그녀의 빨강색 셀폰이 진동을 했다.
셀폰 임자인 숙희가 되려 놀랐고.
운진은 셀폰을 외면하며 발을 떼었다.
"자기. 내 셀폰." 숙희가 못 만질 물건처럼 손가락질만 했다.
운진이 숙희건 셀폰이건 거들떠 보지 않고 문간으로 향했다. "보나마나 알트겠지."
숙희가 지나치는 남편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셀폰을 집어 들었다.
"헬로?"
허걱!
숙희는 셀폰을 아예 놓치며 놀랬다. "알트야, 자기!"
"내 흥정 무시하고, 당신더러 돈 그만 내놓으라는 걸거요."
운진이 누이더러 앞장 서라 손짓하며 신장 앞에서 구부렸다. "잘 판단해서..."
숙희가 한달음에 달려가서 운진을 붙잡았다.
아예 두 사람은 몸이 엉켜서 넘어졌다.
"살려줘! 나, 죽기 싫어!" 숙희가 운진의 셔츠를 잡고 늘어졌다.
운진이 숙희의 손아귀를 풀어버렸다. "대답 다 나온 거를!"
숙희가 운진의 손을 잡으려 했으나 계속 헛탕쳤다.
결국 숙희가 운진에게 비는 시늉을 했다. "가지 마! 가지 마, 운진씨! 보여줄 게 있어."
그래서...
누이더러 잠깐 있으라 하고, 운진은 숙희를 따라 이층 방으로 올라갔다.
거기서 숙희가 바지를 벗었다.
그녀가 침대에 걸터앉아서는 오른쪽 허벅지의 중간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운진은 새삼스레 곧게 뻗은 아내의 허벅지를 감상하며 그녀가 누르는 부위를 봤다.
"이 안에 칲이 들어있어. 스캔하는..."
숙희가 살을 꾹꾹 눌러서 사실 뾰족한 끝이 나타나도록 했다. "보여?"
"이걸... 어떻게 스캔하는데?'
"살을 째고... 꺼내야지."
"무슨 공공칠도 아니고. 하여튼 보면 여자들이 더 독하다니까."
"이 수 밖에 없었어."
'[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4 6-7x057 (1) | 2024.09.23 |
---|---|
pt.4 6-6x056 (1) | 2024.09.23 |
pt.4 6-4x054 (3) | 2024.09.22 |
pt.4 6-3x053 (1) | 2024.09.22 |
pt.4 6-2x052 (2) | 2024.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