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남편을 바라보면서 눈물을 펑펑 흘렸다.
운진은 빨강색 셀폰을 살살 접었다.
"자기, 정말 무서운 사람인 줄을..."
숙희가 눈물을 흘리면서도 입으로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자기가 나한테 아무 관심도 없고 날 전혀 모르는 줄 알았어."
"나타내고 싶어하지않는 내 성격을 당신이 모르나?"
"아는데... 자기의 그런 성격이 내 목을 얼마나 조이는 줄은 아니?"
"그랬다면 미안하군."
"나 지금 몸이 딱 얼고 굳어져서, 자기를 안고 싶은데, 못 움직이겠어. 자기가 대신 나 좀 안아줄래?"
"그러지."
운진이 빨강색 셀폰을 내려놓고 숙희를 끌어안았다.
"키쓰 해줄래?"
"그러지."
운진이 키쓰하려고 얼굴을 가까이 하고.
숙희가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오래 해 줘."
운진의 입술이 숙희의 입술에 닿자마자 숙희가 입술을 살짝 벌렸다.
미역국을 그릇채 들고 마시는 숙희의 얼굴이 환하다.
그러한 그녀의 얼굴을 보는 운진의 얼굴 표정도 많이 펴졌다.
운서가 결국 혀를 끌끌 차며 고개도 절레절레 저으며 돌아갔다.
"그 나이에... 티걱태걱하다가 생각들 잘 한 것 같다... 다행히..."
그 말을 뒤에 남기고.
알트는 얼마 전부터 부하들이 쑤에게 그만하자는 것을 무시하고 계속 밀어부치다가 결국 우디란 자에게서 치명적인 말을 듣고는 혈압이 위험수치를 넘어버렸다.
바로 쑤가 프론티어 뱅크를 너에게로 넘어가게 해서 너를 살려준 것처럼 너를 빈손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을 모르느냐는 사실적인 경고.
결국 부부는 부부인 거야. 자세한 내막을 다 알고 있고...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하고 이혼하느니 소문나게 해서는 남들로 하여금 헛점들을 보이게 하고...
알트는 독백처럼 말했다.
이제 그의 앞에는 부동자세로 명령을 기다리는 졸개들이 하나도 안 남았다. 그들의 매네저 되는 자가 갑자기 휴가들을 신청했다면서 다들 데리고 나간 것이다.
그런 남편을 두었으면서 쑤는 밀리는 척, 겁 먹는 척 하면서 모두를 유인한 거지.
알트가 갑자기 고개를 떨구었다.
잠시 후, 곧 팔십을 바라보는 백인 남자는 어깨를 크게 들먹이며 울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가 울음을 그치고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아직 그들과의 계약이 남아 있다! 먼저 가게는 정보가 오래 된 것인 줄을 몰라서 그랬고, 이번에는 아예 우디란 놈을 제거해 달라고 해야겠다. 그 놈부터 없애버리면...]
알트는 기운을 차리고 혼자 들여다 보는 연락망 카드들을 들추기 시작했다.
그의 손가락은 스펠링 G를 찾으려고 헤매었다. [일단 그자를 처치해야 쑤는 쉽지(easy as a pie).]
그가 책상 위의 비상벨 단추를 연신 누르는데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 때 알트의 경호원 겸 부하들은 이글 그뤂의 경호실 책임자를 만나고 있었다.
기울어 가는 오라이언 뱅크에 남아있다가는 무슨 누명을 뒤집어 쓰고 인생에 먹줄 가는 일을 당할지 모르니 더 늦기 전에 이글로 오라는 회유를 듣고 있었다.
얼굴을 반 가리는 검은 안경에 남 캐롤라이나 주에서 왔다는 이글쪽 경호실장이 이런 말도 했다.
[우리는 곧 쑤 한을 접촉할 것이요. 그녀로 하여금 오라이언 뱅크를 무너뜨리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울 것이요. 당신들도 그 쯤은 짐작하고 있겠지.]
알트의 부하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떡거렸다.
그 중에는 빌리도 끼어있는데 경비 매네저 마이클이 끌어냈다. 여기서 뭐 하는 거냐고.
이글의 경호실장이 어떤 낌새를 알아챘는지 빌리더러 멀리 물러서라는 제스처를 보였다.
빌리는 덩치 큰 부하에게 가려졌다.
마이클이 거기서 멈추지 않고 빌리 더러 계속 움직이라고 손짓했다.
빌리는 결국 무리에서 밀려 나와야 했다.
마이클이 빌리를 손가락질했다. "He's a s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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