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헤어지게 된 동기가... 알트 때문 아냐?"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는데."
"당신을 캘리포니아로 먼저 보내놓고. 프론티어 뱅크가 알트에게 팔리는대로 주변 정리하고 쫓아갈 계획들이었을텐데."
운진은 비꼼이 아닌 진정에서 아쉬움을 비쳤다. "제프는 여기에서 금융사기로 발목이 잡히고. 당신은 거기서 티미란 놈하고 메쓰덮 되고."
"그만!"
숙희가 문자적으로 운진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지난 일... 그만 말해."
운진이 얼굴을 움직이고, 숙희가 손을 치웠다.
"애담은... 당신과 안 어울리는 매칭이야."
"그런 말도 그만 해."
"자식... 여기저기 이용 당하고... 결국엔."
"이용 당했다고 단정짓지는 마."
"당신한테 이용 당했다고 단정짓는 것이 아니요."
"그럼?"
운진이 뜻 모를 한숨을 내쉬고는 '그만 잡시다!' 하며, 자리에 누웠다.
숙희는 그제서야 새삼스럽게 벗은 상체를 가리는 척 하며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남편의 몸을 칭칭 감듯 온 힘을 다해 달라 붙었다.
"다들... 내가... 자기를 택해서 돌아서니까 아직까지... 못 믿나 봐."
숙희는 제 딴에는 자랑스럽게 말했는데.
"당신의 태도가 불확실하니까." 운진이 그 말을 내뱉듯 했다.
"내 태도가 불... 확실하다구?"
"아직도 이 놈이 보자면 나가고. 저 놈이 보자면 나가고..."
운진의 그 말에 숙희의 동작이 멎었다.
"다들... 당신이 나와 결혼한 것이 작전이라고 여기거든... 나부터도."
허걱!
숙희는 가슴이 철렁했다가 작은 분노가 일기 시작했다.
"당신이 나랑 결혼하기 직전까지 같이 한 남자가 애담이지 싶은데. 둘이 깨끗하게 끝나고 나한테 왔으면... 그 놈이 지금의 그 지경이 되기 직전까지 당신을 칸탴트하고, 돈 놀려 주는 것을 핑게로 당신을 만났나?"
"왓..."
"그리고 전에 제프가 투옥되기 직전에 보잔다고... 나가서 일주일씩 같이 다녀?"
"왓..."
"제레미가 보자니까 얼른 나가. 그러니 우리가 결혼한 사이라고 하지만 눈 하나 깜짝않고 당신을 마구 휘두르는 거요."
"휘두르긴 누가 누굴 휘둘러?"
"잘 생각하시요. 과연... 당신 곁에 남아서 끝까지... 프로텤숀이 되어줄 사람이 누굴지."
운진이 그 말을 끝으로 이불을 끌어 올리며 돌아누웠다.
"아담, 그 지경이 어떤 지경인데..."
"그게 그렇게 궁금하면, 날 밝는대로 병원에 데려다 주지."
숙희는 남편의 등을 보며 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병원?'
"됐어..."
그녀가 그렇게 말하면 남편이 어떤 반응을 보일 줄 알았는데.
"흥! 다음번엔 누가 우리집 앞뜰에 버려지는지 봐야겠군." 운진이 비꼬는 투로 말했다.
"뭐라구?"
"잘 하면 나겠다. 에이, 씨발!"
운진이 팔만 뻗어서 머리맡의 나잇스탠드를 탁 껐다.
숙희는 천천히 움직여서 천장을 보고 누웠다.
'그런 건가? 남자들은 역시 여자들보다 생각이 크고 넓나? 이 이는 아무 것도 모르면서 짐작으로 던지는 말 같은 데도 탁탁 알아맞추잖아...'
'아니면 이 이가 어디까지 알면서 말은 안 하고 겉핡기 식의 말만 던지는 걸까.'
'알트가 아담을 어찌 했으면 나한테 치명타가 되는 걸 아니까... 죽였나?'
그러고 보니 제레미가 그녀에게 물었던 말. '애담이란 자, 죽었나?'
그렇다면 내 주위에서 정말 아담이 첫번째 타겟이었다는 말인가?
이 이가 먼저 습격을 당했으니까 두번짼가? 센다고 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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