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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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25. 04:35

   숙희는 어떤 손이 젖가슴을 헤치는 느낌에 눈을 떴다. 
   "애담이 배가 고픈 모양이요. 기저귀를 갈았는데도 칭얼대네."
   운진이 애담을 숙희의 가슴 앞에다 놓았다. "애 젖 먹이고 나면 내려오시요. 아침 만들고 있으니까."
   "알았어어..." 숙희는 아기를 살그머니 당겨서 젖을 물렸다.
운진이 아내와 아기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다가 돌아섰다.
잠시 후 부부는 아침상에서 마주했다.
   운진이 신문을 읽다가 탁탁 소리내며 반듯이 접어서는 숙희에게 내밀었다. "여길 보지?"
   "뭔데?"
   숙희는 커핏잔을 들다가 얼른 놓았다. "무슨 기사 났어?"
   "일전에 애론이 당신한테 그러더래매... 어디서 어퍼(offer)가 들어오면 말할 거냐고."
숙희는 얼른 식별하도록 접혀진 페이지 제목부터 훑었다.
   "이글 그뤂이란 기업이 클로버를 다시 일으킨다고?" 
   숙희의 얼굴이 아예 신문에 가서 붙었다. "하우!"
같은 시각 쑤의 '하우!' 와 똑같은 탄성이 알트의 입에서도 튀어나왔다.
   [클로버가 쑤 빗치와 제프 머더뻐꺼를 고소해야 하는데!]
   알트의 예전 말투가 다시 나왔다. [이글이 클로버를 재활시키면, 맼클린이 쑤 년과 제프를 건드릴 이유가 없어지잖아!]
알트가 보던 신문을 팽개쳤다.
그런데 다른 때 같으면 둘러선 부하들 중 아무나가 신문을 얼른 챙겨서 되돌려줄텐데, 이번에는 아무도 움직이려들지않고 서로를 슬쩍슬쩍 볼 뿐이었다.
알트는 셀폰을 찾아 들었다.
그 시각 개리는 셀폰에 걸려오는 발신인 이름을 보고는 무시했다.
   '미친 새끼! 내가 아니다. 애론이 벌리는 일이지.'
   개리는 이제 애론에게 감히 이래라 저래라 말이 안나온다. 
그자가 은근히 두렵다. '내가 고양이새끼를 키운 게 아니라 사자새끼를 키우고 있었구만!'
개리는 아주 이른 나이에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이제 일년 반만 더 버텨도 정년 퇴직하고, 그러면 죽을 때까지 현재 받는 임금의 85%를 받는데 이 싯점에서 밀려나면 죽도 밥도 아니다.
   '나는 알트건 쑤건 모른다 하고 잠자코 있어야겠다...'
   '애론한테 깨놓고 말하자. 나 조용히 은퇴하고 싶으니 너 하고 싶은대로 하는데 이제부터는 날 빼라고.'

숙희는 남편이 더욱 의심스러워졌다.
   "애론이 직접적으로 이글이란 기업을 말... 했던가?" 숙희는 신문을 내려놓았다.
   "당신이 말해놓고 그 새 잊었나?"
   "내가 자기한테 옮기고는 다 잊었네..."
   "정확히 말하자면 월래스나 다른 데서 제의가 들어오면 지네들한테 알리라고 했겠지..."
   "그랬겠지, 아마... 근데, 그것하고 신문에 난 기사하고 무슨... 연관이 돼?"
   "클로버는 프론티어 뱅크가 당신의 솜씨에 의해 그리로 안 넘어가고 주피터 뱅크로 넘어가서 대오라이언 뱅크로 커진 바람에 파산했는데, 명색만 남은 클로버를 이글이란 기업이 손대면서."
숙희는 남편의 다음 말을 기다리면서 저도 모르게 긴장되어 찻잔 손잡이 쥔 손에 힘을 잔뜩 주었다. 
   "당신을 불러다가, 아니, 좋게 말하면 당신을 초빙해다가, 당신이 프론티어 뱅크에 마지막까지 남아있으면서 목이 날아갈 걸 알면서도 주피터 뱅크에다 손을 들어준 이유..."
   "오오..."
   "그리고, 왜 클로버 몰게지 회사를 마다했는지, 그 이유..."
   "오오..."
   "걔네들이 당신 전화번호 알아내는 것쯤이야, 금방이지."
숙희는 남편 운진을 건너다 보는데, 이젠 정말 그가 두렵고 겁난다. 
   "게다가 걔네들은 당신을 의심하겠지."
   "뭘 갖고..."
   "클로버의 고소를 모면하기 위해 이글을 당신이 꼬셨나 하고."
   "..."
   "내 생각엔 개리가 하는 짓 같네."
   운진은 동작을 잠시 멈췄다. "애론이군! 그게 개리까지 한데 싸잡아..."
숙희는 테이블을 더듬어 남편의 손을 찾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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