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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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24. 00:54

   운진은 아내의 신나는 설명을 듣고 난 후, 대단한 실망감이 들었다.
신혼 여행에 딸 둘을 동반한 것까지는 좋았다 치고.
하루 종일 애들과 스키 타러 나가서는 스위스의 유나이티드 뱅크에다 비밀 어카운트를 개설하고.       
역시 비밀 방법으로 보통 이쑤시개 반만한 플래스팈 조각이 순간 압력 주사기에 의해 그녀의 오른쪽 허벅지 중간 쯤의 한겹 피부 속에 삽입되었고...
그 돈을 찾고 싶으면 구태여 스위스까지 날아갈 것 없이 그들이 사는 동네에서 북쪽으로 약 이십분 정도 더 올라가면 어떤 건물 내에 그 뱅크 사무실이 있다고. USB of America.
문제는 살을 째고 그 플래스팈 조각을 꺼내야 한다는 것.
   "결국 어찌하다가 그런 것이 당신 몸에 들어있다는 것이 밖에 알려지면... 딩신 몸 성치 않겠구만."
정작 귓속말로 설명을 끝낸 숙희는 남편이 의외로 경색되어 가는 것을 보고 놀랬다.
   "그게 무슨 말이야, 자기?" 숙희는 말하면서 겁이 더럭 났다.
   "그걸 찾으려고!... 당신의 몸을 가만 두겠느냐고!"
   운진이 나란히 누웠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깟 훔쳤다고 주목받는 돈이 그렇게 목숨보다 좋나?"
   "잘 듣는 것 같더니, 갑자기 또 왜 그래?"
   "나는 지금 훤히 보이네, 이 사람아."
   "뭐..."
   "당신과 관계 있었던 놈들... 하나 둘씩 당신 주위에서 사라져 가는 거."
숙희는 운진이 방을 나갈까 봐 그의 팔을 붙잡았다. "무슨 말인데..."
운진이 숙희를 홱 돌아다봤다. 
그의 눈에 노기가 충만해 보였다. "몰라서 묻나?"
   "누구가... 하나씩... 사라진다구." 
   "참 나아..."
   운진이 웃음치며 그녀를 외면했다. "진짜 몰라서 묻는 건지, 알면서 딴 속셈이 있어서 계속 시치미 떼는 건지, 원. 놔!"
운진이 숙희의 붙잡은 손을 홱 뿌리쳤다.
둘이 모처럼 만에 흥분에 들떠서 두 차례의 셐스까지 한 분위기가 대번에 찬물을 맞는 순간이었다.
   "내 다리 속에 들어있는 거... 인제 말한다고 화내는 거야?"
   "이 사람이!"
   운진이 침대에서 내려서며 고함을 질렀다. "지금 그 새끼들이 날 못죽여서 완전 지랄 발광을 하는데! 그 이유가 당신 다리 속에 뭐가 들었는지 박혔는지, 어쨌든 간에 그 돈 때문인 걸, 만인이 다 알어!"
   "애기 놀래. 왜 소릴 질러?"
   "내가 몇번 말했지? 당신 혼자 그 돈하고 죽으라고. 난 내 새끼 생명 귀중해서 다 털고 나간다고. 끝끝내 그런 잔머리 굴리다가는 나 애담 그리고 당신, 그렇게 다 몰살 당해."
   "..."
   숙희는 온몸의 기운이 빠지는 것 같았다. "그럼... 자기 혼자만 살겠다고?"
운진이 고개를 돌리고 어깨가 흔들리도록 웃었다. "나 참,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 
   "사람 기분 나쁘게 왜 그런 식으로 웃어?"
운진이 숙희를 아래 위로 훑어봤다. "돈이 그렇게 좋나?"
   "돈 싫은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난... 당신의 그런 돈, 십전도 원치않어."
   "고맙네?"
   "대신, 나랑 결혼하면서 이유없이 챙겨간 돈, 돌려주슈."
   "줄 거야. 개리한테서 돈 찾으면."
   "그럼... 내가 돈 돌아오게 해주지. 그러면, 내 돈 내놓는 거지?"
   "그, 그래. 돌아오게만 해주면."
   "그런 다음... 우리 정식으로 헤어지는 거지?"
   "왓?"
   숙희가 거의 벗은 몸인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서 운진에게 매달렸다. "안 돼! 싫어!"
   "놔, 이 손!"
   "노!" 그녀는 그의 목을 부러져라 하듯 잡고 매달렸다.
   "내가 투 빌리언 달라짜리는 못되지만, 내 목숨, 중해."
   그는 침대에서 다리를 내렸다. "우리 애담도 투 빌리언 달라 베비는 아니지만, 인생이 있어."
숙희는 젖통을 덜렁거리며 남편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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