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진은 애론이 도로 게워내겠다 한 돈을 깜빡 했다.
'참 희한하네... 정말, 돈이 이 여자에게로 또 모여지네?'
그래서 운진이 애담에게서 찾은 돈과 애론이 반납하겠다는 돈을 일단 가지고 있는데...
'제프가 나한테 위임장과 함께 넘긴 재산이... 집까지 해서 세븐 밀리언 밖에 안되네.'
운진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돈 계산에 몰두했다. '왕년에 수학 전공치고 영...'
운진은 저도 모르는 새에 풋 하고 웃음이 나갔다.
"왜? 뭐가 우스운데?"
숙희가 기다렸다는 듯이 얼른 반응을 보였다.
"아무 것도 아니요."
운진은 아내를 제프에게 보내면 행복해 할까 그 생각을 해봤다.
'둘이 어디다 내놓아도 잘 어울리는 한쌍인데... 그리고 제프 자식 눈빛에서도 보이던데.'
'알트를 잡고, 제프를 나오게 하면... 둘이 다시 잘 해보려나...'
운진은 제프를 만나고 온 이 후로 줄곧 그 마음이었다.
'프로텤숀인지 피신인지 좌우지간에 나를 택한 것은 누가 보더라도 템포러리...'
그런데...
제프가 나한테 몽땅 위임한 게 그러니까 나에게 주는 위자료?
'그런데 수키가 제프와 다시 합치면 현재 저 사람을 주위에서 괴롭히는 새끼들이 다 물러날래나?'
'아무래도 같은 백인 새끼들이니까 상대를 알면 물러서겠지?'
'둘이 참 아까운 한쌍인데...'
'그렇지 않고서야 제프란 놈이 가진 돈과 재산을 아낌없이 내놓겠나.'
"무슨 생각을 그렇게 넋잃은 사람처럼... 해?"
숙희의 그 말에 운진의 공상은 깨졌다. "엉? 내가 깜빡 졸았나?"
"졸기는! 한쪽을 뚫어져라 보면서 눈도 깜짝 않던데?"
"그러니까 눈 뜨고 존 거지."
"눈 뜨고 어떻게 조냐? 말을 해도..."
"군대 갔다 오면 그런 거 다 할 줄 알어. 행군하면서도 자는데?"
"진짜로 말하는 건지... 거짓뿌렁으로 말하는 건지..."
"어쨌거나... 아!"
운진은 하마터면 제프 얘기를 할 뻔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지금 그런 얘기 해봐야 들어가 있는 놈 약만 올리는 거지.'
"왜! 어디가 또 결려?"
"아냐."
운진은 소파등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숙희가 그러는 운진을 떠밀었다. "안 돼! 여기서 또 잠들면 자기 나중에 깨서 밤 새."
운진은 숙희로부터 빠져나가도 그녀가 안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제프가 가장 적합한 상대로 확증되어 가는 것이다.
그녀를 사랑해 주고 잘 보호해 줄 인물은 오로지 제프 뿐인 것 같다.
운진의 그러한 착상은 제프로 하여금 그녀와 잘 살고 그녀를 보호해줌으로써 그는 숙희로부터 훌훌 털고 뜨자는 작정이다.
단지 제프를 어떻게 해야 풀려 나오게 하고, 그 때가 언제쯤이 될 지 감을 못 잡는 것이다.
'알트가 제프를 고발해서 재판 받고 들어가 있는 거지...'
'그런데 게다가 클로버에서 제프를 또 고소해...'
'문제네... 이 여자도 은근히 제프를 바라는 눈치인가 본데.'
'그나저나 이 여자 제레미와는 정말 어떤 사이야. 뭐가 그리 구려서 핸드폰을 따로 빼서는 몰래 그것도 밖에까지 나가서.'
숙희는 숙희대로 그것이 수수께끼이다.
'그나저니 내가 제레미랑 통화하는 것을 이 이가 어떻게 알아채고 그리로 전화를...'
숙희는 자는 것 같은 남편을 슬쩍 봤다. '앞으로는 몰래 전화하는 거 하지 말아야겠다.'
그 때 화장실 안에서 뭔가 작은 물건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허걱!
수키는 대번에 알았다. 내 셀폰!
그러나 운진은 못들었는지 아니면 무관심한 건지 무반응이었다.
숙희는 귀찮으니 내일 치우자 하고 잠을 청했다.
운진이 가래 끓는 소리를 크게 내며 몸을 돌려 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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