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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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30. 01:46

   알트가 보드(board)장 회의에서 구두경고로 잠시 물러날 것을 종용 받은 그 다음날.
   "자기, 음, 전화기는... 싫은데도 자꾸들 전화를 해 와서..."
   숙희는 따로 몰래 빼낸 셀폰에 대해 변명하고 넘어가자고 말을 꺼냈다. "먼젓거는 안 받으려구."
   "음... 그럴 수도 있겠구만." 운진은 누운 채 눈 뜨지않고 대답했다.
둘 사이에 침묵이 흐르고.
운진은 운진대로 어떻게 하면 숙희와 무리하지않고 헤어지나에 대해 계속 연구 중이고.
숙희는 돈 움직이는 책임을 누구에게 지우나 연구 중이다.
   아침을 하고 둘은 리빙룸 소파에 앉아 발치께에 놓인 베비크립을 보다가 숙희는 빨강색 셀폰을 아예 꺼서는 남편의 무릎 위에 놓았다.
   "이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은데? 전화가 와도 안 받으면 그만 아냐." 
   운진이 그 셀폰을 미끄러지듯 도로 밀어서 숙희의 손에 들어가게 했다. "이렇게 유난떨면 더 의심 받는다는 것, 모르나? 당신이 다른 셀폰으로 통화하는 것 보다?"
숙희의 얼굴이 빨개졌다.
   "당신은 참 나쁜 버릇이 있군."
   "나?"
   "좀 가라앉을만 하면, 그 새를 못 참고 자꾸 그 속을 내보이는..."
   "내 속을?"
   "그래서 자꾸 긁어 부스럼처럼 문제를 일으키는..."
   "무슨 문제를?"
   "어차피 그 셀폰이든 새 셀폰이든 당신은 통화하고 싶으면 할 것 아냐."
   "꼭 필요하면..."
   "오는 전화도 필요치 않으면, 안 받으면 그만인데."
간신히 가라앉은 두 사람의 분위기가 도로 험악져가려는 기색이다.
그래서 숙희는 새 셀폰도 남편의 무릎 위에 놓았다. "이거 자기가 압수해, 그럼."
그 때 운진에게 강한 충동이 일었다.
   그 놈의 셀폰을 확 집어던져서 벽에다 박살내는 그런...
   "당신이야말로 상담 받아보지 그래." 
운진은 숙희의 셀폰 두개를 받건말건 도로 밀어서 바닥 카펫에 떨어지게 했다. 그랬더니 하나가 별 소리도 안 내고 뒷껍질이 벗겨지며 배터리까지 삐져나오고, 다른 하나는 반듯이 떨어지며 스크린을 보였다.
그 스크린에 불이 들어왔다. 삘릴릴리~
그리고 그 스크린에 글자가 나타났다. A1 Art라는...
영어 알파벳으로 첫자인 A 그리고 숫자로도 첫숫자인 1.
즉 주소록에서 가장 일번으로 남을 순서의 알트.
그리고 그것은 빨강색 셀폰이 아니었다. 남편 몰래 새로 뺀 셀폰이었다.
허걱!
숙희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으음!" 
운진이 큰기침 소리를 남기며 소파에서 일어섰다.
숙희는 셀폰이 연속적으로 울리는 것을 보고 움직이려는 남편도 보고 하다가 남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잠깐만! 내 말 좀 들어봐!"
   "전화나 받으쇼, 예?" 운진이 바지를 잡아챘다.
   "잠깐만, 자기!"
   숙희는 벌떡 일어서서 남편을 껴안았다. "내가 또 잘못 생각했어!"
운진이 숙희의 눈을 봤다. "당신 잘못했다는 말 참 남발하네. 그것도 아주 심하게. 점점 신빙성 없어져가면서."
   "내가 또 잘못했어. 용서해 줘." 숙희가 남편에게 매달리듯 했다.
운진은 힘에 딸려서 소파에 도로 주저앉고 말았다. "당신 기운 대단하구만?"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아마 알트가 당신을 초대하는 모양이요. 살려줍쇼 하고."
   "..." 
   숙희는 문자적으로 말문이 꽉 막혔다. "어떻게 알아, 알아보지도 않고."
   "당신도 그 방법 밖에 더 있소? 은행 살려 볼게 내 돈 건드리지 마..."
   "그, 그걸 자기가 어떻게 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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