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상담에서 우디의 상태가 양성으로 호전되는 것으로 진단나왔다.
이번에도 여자와의 관계에 대해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그리고 우디의 개인적 차원 문제까지 다룬다고, 닥터의 주문에 의해 수키는 자리를 또 비워야 했다. 간혹 남자들은 아내 앞에서 밝히기 꺼려하는 비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십여분의 상담에서 닥터가 끄집어 낸 결론은 이랬다.
우디의 처제에 대한 불 같은 사랑에 대해.
닥터는 '벌닝 패쑌(burning passion)' 이라고 지적할 정도로 등급을 세게 매겼다.
전처에 대해서 토로할 때나 현처에 관해서도 미흡한 반응을 보였던 우디가 영아에 대해서 언급할 때 나타낸 표정과 반짝이는 눈빛 그리고 순진스러운 웃음 등에서 그가 그 감정을 얼마나 억누르고 참는지가 간파되었다.
마치 지금 당장이라도 허락만 되면 그녀에게 달려가서 허물어질 것 같은 열정이.
"Is it possible? (그게 가능할까요?)"
우디는 그렇게 물을 때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닥터가 적어 내려가던 차트를 덮었다. "I understand, Mr. Oh. (나는 당신을 이해합니다, 미스터 오.)"
우디가 영아를 못잊고 방황하며 두번째 결혼 생활을 실상은 원치 않았었다고 고백했을 때, 닥터가 내린 결론은, 영아라는 여인이 그에게 순결을 주었다는 것 외에는 바람직한 관계가 아니었고 아마도 현재보다 더욱 불행했을 거라고. 왜...
만일 영아와 둘이 합쳐서 도주를 했더라도 그 사이에서 태어나는 자녀들은 사생아로 간주될 수 밖에 없고, 평생을 남의 눈치와 죄의식 속에서 살아야 했을테니까.
세월이 흐르면 불 같은 사랑도 현실과 사회 철학의 벽에 부딪쳐서 차차 사그라지고 끝내는 더 처절한 비극으로 마감했을지 모른다는 무서운 결론이 나왔다.
"Yes. I'm trying to scare you, Mr. Oh. Very scary. (그렇소. 나는 당신을 겁주려고 하는 것이요, 미스터 오. 아주 무섭게.)"
그리고 닥터가 누워있는 우디에게로 몸을 수구렸다. "And you know what? (그리고 당신은 아시요?)"
"예스..." 우디는 저도 모르게 긴장해서 몸을 옹크렸다.
"Sue has past, too. (쑤도 과거가 있소.)" 닥터가 자신의 가슴을 꾹꾹 눌러보였다.
"She has? She confessed? (그녀가 과거를 가졌다고? 그녀가 고백했소?)"
우디는 사진들을 기억했다.
이 남자 저 남자와 산에서 그리고 파티에서 껴 안고 입 맞추고 했던 쑤의 사진들을.
설마 딸 있다는 얘긴 안 하겠지.
"Far as I'm concerned. (내가 알기로는.)"
"Really? (정말요?)"
"Yes!"
그 말을 하자마자 닥터가 클맆보드의 스프링을 탕! 튕겼다.
우디는 그 소리가 천둥소리로 들렸다. 정말 오줌을 지릴 뻔할 정도로 그렇게 컸다.
"Wow! What was that for? (우와! 왜 그런 겁니까?)" 하는 우디의 얼굴에 웃음이 피었다.
그리고 그가 누웠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Sue! You can come in! (쑤! 들어와도 돼요!)"
닥터가 클맆보드로 우디를 한번 더 놀래키려는 동작을 했다. "She would never know your story. (그녀는 당신의 얘기를 절대 모를 것이다.)"
방문이 열리고 쑤가 '마이 턴(내 차례)?' 하는 모숀을 보였다.
"예스! 컴 온 인!"
닥터가 들어와 누우라는 제스처를 했다.
우디가 쑤를 먼저 안았다. 아주 부드럽게.
그리고 그녀에게 볼을 부볐다.
"응, 그래, 그래!"
쑤가 우디의 엉덩이께를 툭툭 쳤다. 그리고는 스스로 놀랐다. "오, 참!"
닥터가 눈을 지그시 감으며 고개를 저었다. Disrespectful!
쑤가 무안해 하는 미소를 지었다.
닥터가 클맆보드까지 들어서 저어 보였다. "노!" 하고.
사실 그녀의 그런 태도는 애정 담긴 제스처가 아니었다.
그녀의 그런 동작은 그녀가 여태 대해왔던 남자들에 비해 남편이 많이 처진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아닌 말로 네 까짓게 정신 닥터에게 무슨 토론을 하고 해답을 얻었겠냐는 무시에서였다.
그녀의 속셈은 닥터를 통해 남편이 아는 내막을 알아내려 함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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