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시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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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가 지나간 다음날은 늘 거짓말같이 개인다.마침 토요일이라 보드워크는 아침 일찍부터 사람들로 붐볐다.운진은 일부러 네거리를 두 개 정도 걸어서 찾아진 도넛 가게로 갔다. 숙희가 아침으로는 꼭 도넛과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에.그런데 역시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거기서 교회 성원들을 또 만났다.   "진짜 눈꼴 시어서 못 봐주겠네." 황성렬이 내뱉은 첫 말이었다. 제 딴에는 농쪼로 그렇게 말했겠지만 본심에서 우러나는 질투심을 나타내는 제스처였다.숙희와 운진은 애쓸 필요도 없이 성렬을 무시했다.운진은 병선이나 진희가 안 보임에 궁금해졌다.두 사람은 마침 비어지는 자리를 차지했다.   "신혼 첫밤은 어땠는고?"성렬의 두번째 비양거림에 반응을 보이는 이가 하나도 없다.   "요즘은 프레-허니문 베비가 유행이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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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숙희를 혼자 놔두고 나갈 수도 같이 나갈 수도 없는 바깥 상황에 생각만 하다 말았다.   '자식! 올라가면 되게 뭐라 하겠는데?'운진은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며 일단의 무리가 내려서 숙희와 옆으로 섰다. "하이."젊디젊은 여자가 정문을 보고는 소리를 질렀다. "오 마이 가앗!"방에서 비 오는 것을 보지도 못했는지 그들은 사뭇 바닷가라도 나갈 차림새였다. 그들은 전혀 주저않고 라비에서 통하는 스위밍 풀 문을 향했다. 나이들은 끽 해야 높은 틴에이저들 같은데 몸은 이미 제 굴곡을 다 갖췄다.서양 여자들은 몸이 일찍 발달하고 대신 일찍 쇠퇴하기 시작한다고.운진은 엘레베이터 문을 잡고 숙희 먼저 타게 했다.어느 한 사람이 부지런히 와서 그들과 같이 탔다.   "It's some kind of rain,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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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첫날 내내 쉬지않고 퍼부었다.청년회 수양회는 교회 버스 안에서 진행되어져야 했다.수업이야 반토막으로 넘기더라도 잠 자는 것이 문제였다. 새삼스레 민박이나 값싼 모텔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었다.운진과 숙희는 그 수업에 당연히 참석하지 않았다.   둘은 호텔 꼭대기 방에서 베란다 문을 열어놓고 비 내리는 바다를 구경했다.그들이 움직인 때라고는 그 호텔의 라비에 딸린 레스토랑에 내려가서 식사를 한 것 뿐.바닷가는 라이프가드 조차 철수했다.몇몇 비바람을 무릅쓰고 모래 위를 걷는 사람들 뿐이었다. 그들은 고함도 지르고 하늘을 향해 악도 쓰는데 젊은층들이었다.   "기껏 힘들여 왔는데, 비 때문에 잡치니 화도 나겠다."운진이 그들을 내려다 보며 한 말이다.   "태풍인가, 운진씨?"   "글쎄요..."숙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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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차를 세우면서 교회 밴 버스를 또 봤다.    체! 도로 나오랄 수도 없고.어쨌거나 운진은 비를 맞고 뛰어서 타코 벨 안으로 들어갔다.숙희는 한켠에 서 있고, 성렬이 그녀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운진은 숙희를 슥 한번 보고는 주문하는 카운터로 갔다. 그녀가 자청해서 성렬과 얘기를 하고 있든 아니면 성렬 혼자 일방적으로 말을 걸고 있든 둘의 대화 분위기를 무안스럽게 자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숙희가 운진 곁으로 와서 그의 팔꿈치를 살짝 잡는데.   "미쓰 한 꺼도 여기서 한데 오다 하는데요?" 성렬이 다가왔다.   "우리는 따로 왔는데, 왜 거기다 같이 주문을 해요?"   "우린 벌써 오다 들어갔거든요."   "됐는데요?"숙희의 그 말에 운진은 성렬을 봤다.   "아니, 미스타 오, 뭐 볼 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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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 그루마다 지푸라기를 묶는 공사가 대대적으로 시작되었다.일년을 쉬는 나무마다 해충이 못 기어 올라가도록 올무를 엮는 것이다. 그리고 일년 후 봄에 그것들을 뜯어내어 벌판으로 실어가면 불을 지른다고.그 안에 진 치고 해를 넘긴 해충들을 태워 없애는 것이다.   해는 이른 감이지만 빠르게 짧아져 간다.숙희는 퇴근하면 옷을 갈아입자마자 과수원으로 달려간다. 그러면 히스패닠 일꾼들 아무나 그녀를 카트에 태워서 그날 그날의 운진의 장소에다 데려다 준다.   내일이면 둘이 오션 씨티로 가기로 한 날.운진은 해가 꼴딱 넘어가도록 뛰어다녔다.   "운진씨, 그런 건 언제 다 배웠어?" 숙희는 궁금해 하던 것을 물었다.운서가 둘에게 밥을 퍼주며 참견했다. "얘는 맨날 책을 보잖아."   "와아! 그 머리 쓸만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