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진은 차를 세우면서 교회 밴 버스를 또 봤다.
체! 도로 나오랄 수도 없고.
어쨌거나 운진은 비를 맞고 뛰어서 타코 벨 안으로 들어갔다.
숙희는 한켠에 서 있고, 성렬이 그녀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운진은 숙희를 슥 한번 보고는 주문하는 카운터로 갔다.
그녀가 자청해서 성렬과 얘기를 하고 있든 아니면 성렬 혼자 일방적으로 말을 걸고 있든 둘의 대화 분위기를 무안스럽게 자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숙희가 운진 곁으로 와서 그의 팔꿈치를 살짝 잡는데.
"미쓰 한 꺼도 여기서 한데 오다 하는데요?" 성렬이 다가왔다.
"우리는 따로 왔는데, 왜 거기다 같이 주문을 해요?"
"우린 벌써 오다 들어갔거든요."
"됐는데요?"
숙희의 그 말에 운진은 성렬을 봤다.
"아니, 미스타 오, 뭐 볼 게 있다고. 나, 원."
성렬의 그 말은 남들 듣는 앞에서 완전 생시비였다.
그런데 숙희의 입에서 이렇게 말이 나갔다.
"베터 댄 유!"
그리고 그녀가 웃었다. "지 생긴 거, 거울도 안 보나."
와우!
쳐다보는 일행의 탄성이었다.
운진은 메뉴 판을 올려다 보며 소리없이 웃었다.
"하이! 캔 아이 헬프 유?" 예쁘장하게 생긴 백인 소녀가 미소로 나왔다.
"예스, 플리이스!"
운진은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그렇게 크게 말해서 껐다.
성렬이 완전 똥 씹은 얼굴이 되었다. "수준이 그렇게 밖에 안 되니, 원."
"그러는 지는! 생긴 건 뭣 같이 생긴 게 꼴값 떨구 있네." 숙희의 다 들리도록 한 말이다.
와우!
지켜보는 일행의 탄성이었다.
"아일 테크 어... 브리토 캄보, 플리이스? 앤드 소프트 타코 딜, 넘버 투."
운진은 그렇게 말하고 바지주머니를 뒤졌다. "하우 마치?"
"돈 여깄어요." 숙희가 이십불 짜리를 내밀었다.
운진은 숙희의 갑작스런 존댓말에 당황했다. "어, 녜."
"뭐 시켰어요?" 숙희가 아예 운진에게 바짝 붙어 섰다.
"브리토 하고 타코요..."
운진은 코 앞에서 생글생글 웃고 있는 숙희의 얼굴을 흘겨봤다. "새삼스럽게 존댓말은..."
숙희가 그의 손을 찾아서 잡고는 살짝 꼬집었다.
성렬은 혼자 무안해서 서 있다가 가버렸다.
운진의 시선 한 구석으로 빤히 보고 있는 어떤 얼굴이 들어왔다.
운진은 그 쪽을 봤다.
진희가 손을 번쩍 들어 보였다. 그 옆에서 병선도 손을 들어 보였다.
그래서 그렇게 네 명이 한자리에 앉았는데, 교회 버스가 떠나버렸다.
"너 차 따로 가져 왔냐?" 운진이 병선에게 물었다.
진희가 손을 펴보였다.
그녀의 손에 차 열쇠가 쥐어져 있었다. "내 꺼 스테이숀웨곤."
"자식하고는!"
운진은 비 오는 밖을 향해 웃었다. "무슨 똥고집으로 가면서 먹게 해."
"우리는 성네 차를 먼저 봤어. 베이 브릿지에서."
"오..."
"근데, 황이 교회 버스로 성네 차를 확 스치고 갔어. 몰랐어?"
병선의 그 말에 숙희가 눈을 깜짝깜짝하고는 운진을 툭 쳤다. "맞다!"
"물에 빠져 뒈지고 싶어서 환장했나?"
운진의 그 말에 진희가 몸을 흔들며 웃었다. "여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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