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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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6. 08:09

   사과나무 그루마다 지푸라기를 묶는 공사가 대대적으로 시작되었다.
일년을 쉬는 나무마다 해충이 못 기어 올라가도록 올무를 엮는 것이다. 그리고 일년 후 봄에 그것들을 뜯어내어 벌판으로 실어가면 불을 지른다고.
그 안에 진 치고 해를 넘긴 해충들을 태워 없애는 것이다.
   해는 이른 감이지만 빠르게 짧아져 간다.
숙희는 퇴근하면 옷을 갈아입자마자 과수원으로 달려간다. 그러면 히스패닠 일꾼들 아무나 그녀를 카트에 태워서 그날 그날의 운진의 장소에다 데려다 준다.
   내일이면 둘이 오션 씨티로 가기로 한 날.
운진은 해가 꼴딱 넘어가도록 뛰어다녔다.
   "운진씨, 그런 건 언제 다 배웠어?" 숙희는 궁금해 하던 것을 물었다.
운서가 둘에게 밥을 퍼주며 참견했다. "얘는 맨날 책을 보잖아."
   "와아! 그 머리 쓸만하네? 난 이제 책만 잡으면 졸음이 오는데."
   "시간 여유로 책 보는 거와 먹고 살려고 책 보는 거와 다르죠."
   "..." 숙희는 할 말이 없다.
운서가 둘을 눈흘겼다. "말들 좀 정답게 하면 어디 덧나니? 멋대가리들 없게시리... 숙희도 이런 멋대가리 없는 남자 데리고 살려면 속께나 썩겠다."
   "정말요."

   운진과 숙희는 아침 일찍 동쪽을 향해 떠났다.
전날 저녁부터 잔뜩 찌푸렸던 하늘은 결국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풍이 강하게 불기 시작했다.
운진이 운전하는 숙희의 하늘 색 혼다 승용차가 베이 브릿지에 도달했을 때, 그들은 도로가 텅 빈 것을 목격하고 서로를 봤다.
   서로 혹시나 하는 염려에서.
   미국은 6월부터 11월까지를 태풍의 계절로 항상 못 박는다. 그러니 팔월 말에서 구월 초로 넘어가는 기간은 그 태풍 시기의 한가운데이다.
비는 때때로 차를 후려 갈겼다.
   "우리야 호텔로 들어가지만, 텐트 치고 야영하기로 한 수양회는..."
   숙희는 걱정되어 말했다. "이 정도의 비면, 텐트는 어림도 없겠지?"
   "잘 하면 파크 레인저가 철수를 명령하죠."
   "어머... 그럼, 취소하고 돌아가야 하네?"
   "천상, 뭐."
운진은 차를 베이 브릿지라고 부르는 다리 삼차선에서 가운데로 몰았다.
기분 탓이겠지만, 다리 전체가 바람에 움직이는 것 같았다.
숙희는 운진을 자꾸 봤다. 그리고 그의 침착한 분위기에서 마음을 갈아앉혔다.
차가 다리를 다 건너고 내려와서 육지에 닿으니 그제서야 고정된 땅을 가는 것 같았다.
숙희는 몸을 완전히 뒤로 돌려서 다리 방향을 보려 했다. "아무 것도 안 보인다."
차 뒤는 온통 빗줄기로 가려졌다.
   운진은 이스턴이란 소도시에서 차를 일단 세웠다.
그 소도시는 차량 속도 제한도 바뀌고, 어디서 오든 조금만 쉬었다 가자 할 거리에 위치했으며 양길 가로 먹을 곳과 간의점들이 즐비했다.
비는 여전히 같은 기세로 내린다.
운진은 차를 타코 벨 입구에다가 최대한 가까이 세웠다.
   "나더러 먼저 들어가라구?"
   "일단 들어가 계세요."
   "비 너무 온다."
숙희는 열발 정도를 가늠하고 차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녀는 이이이 거리며 뛰었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아니면 사람 생각이 다 똑같다고 했던가.
그 타코 벨 안에는 수양회 가는 교회 청년회 멤버들이 이미 있었다. 
숙희는 도로 나가나 하고 밖을 내다봤다.
그가 운전하는 그녀의 차가 교회버스를 지나치면서 슬로우다운 하는 것이 보였다.
차가 이미 멀어졌으니 이 빗속에 뛰어 나가기가 참 그렇다.
숙희는 행여 누가 부를까 봐 뒷통수가 간질간질거리는 것을 참으며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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