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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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9. 07:30

   숙희는 이틀 후 밤에 도착했다.
화원은 불이 꺼져서 깜깜했다.
화원 앞에는 추렄이 안 보였다.
숙희는 혼다 차를 내처 몰아서 언덕 너머 과수원으로 갔다.
과수원은 불이 훤하고 추렄이 두 대 세워져 있었다.
   사촌이 와 있구나...
숙희는 차를 세우지않고 돌리다가 빨강색 스테이숀웨곤도 있었음을 알았다.
그녀는 차를 세웠다. 무슨... 의논을 하는 걸까?
혹시 나에 대해서 하는 의구심이 들자 숙희는 겁이 더럭 났다. 나랑 헤어질 각온가?
과수원 앞문은 안에서 잠겼다.
숙희는 문을 두드리려고 주먹을 들었다가 천천히 내렸다.
안에서는 음악 소리와 함께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여자의 음성이 하나 이상인 것 같다.
숙희는 행여 문이 안으로부터 열릴까 봐 부지런히 뒷걸음질 쳤다.

   벽만 다 뜯기고 나무 뼈대만 남은 방은 마치 물걸레질 한 듯이 깨끗하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그 방 복판에 식탁이 놓였고. 남녀 두 쌍이 먹고 마시고 있다.
병선과 진희. 그리고 낯선 남자와 여자 그렇게 네명이다.
운진은 그 방에 있지않았다.
운진은 옥상에서 혼자 맥줏병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는 과수원 건물 공사를 서두를 필요가 없어져서 그 동안 애쓴 사촌동생에게 술을 내고 혼자 올라와 있다.
그는 숙희의 것으로 보이는 파란색 차가 왔다가 바로 가는 것을 다 보았다.
   흥!
그는 그녀의 차가 다 사라진 후에 벌판을 향해 돌아섰다. 끝내자!... 결국 지 하고 싶은 게 나타나니까 변심하는 여자.
겨울로 가는 밤바람은 제법 차갑지만 운진의 달궈진 얼굴을 식혀주지는 못했다.
그는 빈 병을 내려놓고 또 한 병을 싴스퍀에서 집어들었다.
어딘가 아마도 앞마당에선가 병선이가 성 성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운진은 일부러 잠자코 있어봤다. 집안에서 옥상으로 올라오는 길은 아무도 모른다.
잠시 후 차 두 대의 시동 걸리는 소리가 났다.
곧 이어 병선의 추렄과 진희의 스테이숀웨곤이 과수원 앞을 떠나갔다.
   가만!
운진은 아뿔싸 하는 마음이 들었다. 쟤네들 화원으로 가서 나 찾는 거 아냐?
운진은 내려가려다가 될 대로 되라 하고 말았다.
   "여기 없는데요."
   숙희는 뒷문을 반만 열어잡고 내다보며 말했다. "과수원에... 없어요?"
병선이가 어두운 뒷뜰을 돌아다 봤다. "과수원에서 오는 길인데."
   "추렄이..." 숙희는 말을 얼른 끊었다.
추렄이 과수원 앞에 세워져 있는 것을 봤다고 말하면 왜 안 들어왔느냐고 이어질 것이다.
병선이 숙희에게 고개만 숙여 보이고 돌아섰다.
숙희는 방문을 살며시 닫았다.
   그럼, 추렄만 거기 세워져 있고 사람은 없는 거야?
숙희는 새삼 방 안을 둘러봤다. 매장도 깜깜하던데...
묵직한 차의 떠나는 소음이 매장을 뚫고 들려왔다.
그녀는 잠시 서 있다가 차 열쇠를 움켜쥐고 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는 과수원으로 갔다.
그녀가 문을 마구 두드리니 안에서부터 열리며 운진의 벌건 얼굴이 나타났다.
숙희는 안으로 뛰어들자마자 운진에게 콱 부딪쳤다.
운진이 두어 걸음 물러서다가 멈췄다. 그에게서 술내음이 진동했다.
   "혼자만 마셔? 나도 좀 주라!" 숙희는 일부러 크게 소리쳤다.
   "시비요?"
   "그래, 시비다!"
   "진짜 시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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