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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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제레미의 음성이 술에 젖었다.   [하이! 전화했어?]   [그냥 끊더군.]   [내가 안 받았는데... 남편이 그랬나 봐. 오해하지 말기를.]   [먼저 했길래 응답으로 한 것 뿐이요. 왜 전화했소?]   [합병 당하라니까 왜 고집부려서 팔려고 하다가 그런 말썽을 당해요?]   [네가 알트에게 나를 골탕 먹이라고 한 게 아니고?]   [노! 미쳤어? 내가 그런 바보같은 일을 왜 하겠어. 알트는 내가 작업해 놓은 것만 믿고 그의 회사의 주주총회에다가 그대로 말할 예정이었을 텐데.]   [나는 이제 당신이라는 여자를 못 믿겠어.]   [나한테 작업을 의뢰할 때는 언제고?]   [랠프가 해보라고 해서 했는데, 당신은 역시 믿지 못할 여자야. 아주... 저질에다가 교활하고. 그리고 어떻게 남편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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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냉장고에서 진저에일 캔을 꺼냈다. 그는 이미 술기운이 얼큰하다.    빌딩으로 이것저것 팔러 다니는 세일즈맨이 아직도 전화를 하셔?    그런 세일즈맨에게 셀폰 번호를 줬다는 자체가 우습지 않나, 수키씨?운진이 속으로 놀리며 부엌을 나오는데, 숙희가 그렇잖아도 부지런히 오다가 마주쳤다.   "자기! 부엌에서 뭐, 했어?"   "디스(this)!" 운진은 진저에일 캔을 보여주고 그녀를 피해 나갔다. 겁은 나서! 숙희는 지하실로 향하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다가 식탁 위에 놓인 셀폰을 얼른 들여다봤다.그 새 아무 전화도 안 온 모양이다!다행이다.그녀는 식탁 의자에 아주 천천히 앉았다.그녀는 셀폰을 자는 아이 들여다보듯 하다가 결국 집어 들었다.그리고 그녀는 알트에게 전화를 걸었다.    "헤이, 팦?"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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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알트의 전화를 언제까지나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리고 그녀는 그가 먼젓번 통화에서 욕을 해놓고도 왜 자꾸 전화를 하는지 잘 안다.그녀가 알트더러 제레미에게 행한 라인 어브 크레딧의 동결을 일요일 자정까지 풀라고 말했지만, 그 시한은 결국 쑤가 알트에게 항복을 보내야 하는 것인 지도.그녀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알트에게 전화를 하고픈 충동이 일지만 버텨보는데까지 버텨보려하는데....   신문이나 방송 뉴스는 연일 무너지는 중소 기업체들에 대해 보도했다.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하는 기름값에다가 중동에서의 전쟁에 필요한 자금을 의회에서 고혈지책으로 짜내는 정부의 무리한 요구에 국민들의 주머니는 마를대로 말라갔다. 지금 세대의 인력이 정년 퇴직할 즈음에는 정부가 그들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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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은행 말단 직원 시절, 아주 빼어나게 미인인 백인 여성 직원 한명이 전 은행장하고 염문을 뿌렸다가 어느 날 갑자기 빨가벗은 몸뚱아리로 죽은 채 발견되었던, 당시 항간에 역대 엽기 살인 사건이라고 떠들썩했던 일을 지금도 기억한다. 그녀의 몸뚱아리는 세 토막으로 잘려서 주말이면 시민들이 놀러 나오는 시립 공원 잔디밭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채... 마치 옛날의 '블랰 다알리아' 사건처럼.그 젊은 여성 은행원이 죽은 때가 벌써 이십년도 넘었는데...아직도 미결 사건으로 가끔씩 입에 오르내리는데...그 살인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만 안다.숙희는 알트가 얘기해 줘서 그 일에 대해 들은 대로 알고 있다.    숙희가 아직 살아있는 것은 여태까지 알트가 하라는 대로 해왔기 때문이다.알트가 지정하는 이와 섹스를 향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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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도 아침 일찍 돌아갔고, 둘이서 그리 서둘 것도 없던 차에 아침 열시경 체크아웃을 한 숙희와 운진은 그 새 불어난 사람들 사이에 다시 묻혔다.여름이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렸을 샤핑 몰은 철이 철인만큼 한산했다.숙희는 남편이 물가에서 '기만' 이란 단어를 내뱉은 이후로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것에 가슴이 답답하고 미칠 것 같았다.    "자기..."   "음!" 운진 그가 그 대답을 큰기침처럼 했다.   "나아... 먼저 키미 먹은 그런 프렛즐 사줘." 숙희가 어리광 비슷히 말했다.   "그게 뭐였냐 하면... 여기도 그 체인이 있을래나?" 운진이 몰 복도 중앙에서 걸음을 멈추고 사방을 둘러봤다.숙희도 덩달아서 주위를 둘러봤다. 설령 걱정스럽게 하는 시선을 마주치더라도 남편과 같이 있다는 자신감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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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향한 채 방파제에 기대어 운진의 등 뒤에 숨듯 붙어있는 숙희는 주위의 사람들을 틈틈히 살펴보다가 걱정할 눈길은 없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다.그녀는 남편의 배 앞으로 두 팔을 얽듯 마주 잡고 그의 어깨에다 턱을 고였다. "자기..."   "음." 운진이 돌아서려 했다.   "아니. 그냥 가만 있으면서 내 말만 들어."   "음."   "나아... 어쩌면 자기가 생각하는 것보다... 돈 더 많을지 모른다?"   "난 당신한테 돈이 얼마 있는 지도 모르는데?"   "그러니까아... 자기가 상상하는 거 이상으로... 나 돈이 많다구."   "그거 다... 여태 직장생활 하면서 안 쓰고 모은 건가?"숙희가 턱 고인 자세를 바꿔서 이번에는 그의 등에 얼굴 옆을 갖다댔다. "근데... 언젠가부터 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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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즉 일요일, 운진은 숙희와 함께 보드워크로 나갔다.   "그런 걸 독 이트 독 월드라고... 하지는 않지, 자기."   전날 보다 약간 촉촉해진 물가 날씨에 스웨터를 여미며 숙희가 말했다. "자기 사욕을 채우느라 수백명에다 그 딸린 식구들을 눈 하나 깜짝않고 내버리는 자들을... 뭐라고 부르는 신종 단어가 있을 거야."   "숙희씨도 그런 경우의 희생물이었어?"   "나는... 내 경우는... 나의 엨스 보쓰 제프가 미리 귀띔을 해주었는데, 자기가 그만 쉬라고 해서 자진 사표를 낸 거구. 뉴스에 나왔잖아. 합병 전에 주식 팔면 불법이라고."   "그게 무슨 뜻인데?"   "그 동안 저들끼리 다 나눠먹고 빼먹고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을 울리는 거지. 보나마자 저들 지분은 이미 다 팔았겠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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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가 접촉해 왔던 남자들 중 대부분은 그녀를 도아주려던 편이었다. 특히 제프가 그랬고, 전화에서 숙희를 나무라던 제임스가 그랬다.제프는 알트가 그녀를 놓아준 진정한 이유를 알기 때문에 그녀를 자꾸 알트에게로 돌려 보내주려고 했다. 즉 알트가 애첩으로 애지중지하던 쑤를 나중에 또 결혼하고 싶다고 했을 때 순순히 보내준 이유를.이제는 쑤도 늙어서 거래를 위한 섹스 향응에 거의 안 써먹히고.무엇보다도 그녀를 이뻐해서 돈을 줘온 것도 있지만 그녀의 입을 막으려고 건네 주었던 돈도 꽤 많았는데 이제 와서 그 돈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그래서 제프는 쑤를 알트에게 돌아가게 하면 목숨을 부지할까 해서 그랬던 것이고.전화로 쑤를 나무라던 사내는 그녀가 합병의 귀재로 이름을 날리면서 작업을 하는 족족 알트에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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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당신이 밤잠을 설쳐가며 작업해 준 회사가 망한 거요, 뭐요?"   "그럴 이유가 없었거든. 내가 해준 작업 끝나고 회사를 합병하면 평생 먹고 살 돈을 만지는데, 갑자기 왜 망했는지."   "그러기로 한 계획에 차질이 왔나?"   "어떤 기업에서 합병한다고 했는데. 적자만 막으면 바로..."   "당신이 일 해줬다 하지만 적자가 바로 메꿔진 건 아니잖아."   "숫자상으로는 나왔지. 그대로 될 거고... 돼야 하고..."   "그래서 당신이 어디다 알아본 거야? 화장실에서 전화로?"   운진이 드디어 본격적으로 파헤치는 기색이다. "다들 안 자고 이 시간까지 뉴스에 매달려 있나 부지?"   "같이 일한 사람인데... 그 남자도 놀래더라고. 믿기지 않는다면서."숙희는 여전히 거짓말을 했다. 숙희가..

pt.2 18-1x171 어떤 불길한 조짐

어떤 불길한 조짐    숙희는 꼭 닫힌 화장실 문을 쳐다봤다.   "You showed it to Jeremy, too? (당신은 그것을 제레미에게도 보여주었죠?)"   "He loved it! He said he wanted to make one like that with you. (그는 아주 좋아했지! 그가 너와 함께 그런 것 하나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어.)"   "Jerks! (쓰레기같은 놈들!)"   "Oh, yeah? Jerks, huh! (아, 그래? 쓰레기들, 응?)"   "Be a man! (사내가 되라!)"   "Did you call your work partner? (너의 일 파트너에게도 전화했나?)"   "None of your business! (네 볼 일이 아냐!)"   "W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