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아랫층 친교실 벽에 회보가 나붙었다.
'청년회 추계 수양회'
기간은 노동절날이 낀 주말의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장소는 오션 씨티 외곽인 캠프장.
"장소가 제한되어 있으니 참가 희망자들은 미리미리 총무님에게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청년회 회장인 성렬이 아랫층이 떠나가라고 큰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청년회는 의무적으로 참여하게 되어 있으니 한 사람도 빠짐없이 신청..."
운진은 숙희의 손을 잡고 정문으로 향했다.
"어이, 오형!"
성렬이 여전히 큰소리로 불렀다. "말 하는 중인데 가는 건 무슨 예의요?"
숙희가 걸음을 멈췄다.
"괜찮아요. 그냥 가요."
운진이 숙희의 손을 다시 잡고 문을 나서는데.
성렬이 쫓아나왔다. "어이!"
운진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가 계속 했다.
"일단 말은 하고 가, 운진씨." 숙희가 걸음을 멈추었다.
"미쓰 한이라도 들어오세요. 그 예의없는 사람은 그냥 가게 놔두고."
"저희는 이미 다른 계획이 있거든요."
숙희가 그렇게 말하는데, 운진이 돌아서며 성렬을 째려봤다. "어이, 황. 왜 자꾸 사람을 쫓아다니면서 귀찮게 하시나, 응?"
"오형은 다른 계획 있으면 가라구. 미쓰 한은 남게."
운진이 성렬을 찬찬히 보다가 미소를 띄웠다. "맞먹자는 거냐?"
"뭐, 뭐?"
"자식 하고는!"
운진이 어이없다는 뜻으로 고개를 저었다. "먼저 내가 엉기지 말라고 했을 텐데?"
"..." 성렬이 숙희를 본다.
그 때 병선이가 문을 열고 나왔다. "성!"
사촌형 오운진이가 빠지니 사촌동생 전병선이가 빠지고.
자동으로 성가대 베이스 팀 전원과 테너 팀에서 병선이와 어울리는 파트가 빠지고.
청년회에 어쩌다 끌려오는 처녀들은 이상해서 덩달아 빠지고.
남는 이가 성렬의 형제들과 여동생.
그리고 최영란이가 처음에는 이름을 적어 넣었다가 나중에 지웠다.
"이번 청년회 회장 투표 때 오운진이가 빠지는 바람에 황군을 재청으로 또 회장 시키는데."
최 장로가 열을 올린다. "보십시요. 누구의 입김이 더 강한지."
"그 오웬쥔이가 선동질을 잘 하는 모양이네?" 어느 장로의 말이다.
오 집사의 고개가 들려졌다가 내려갔다. 우리 운진이가 선동질하는 거 봤어?
우리 운진이한텐 선동질을 안 해도 사람이 꼬인다!...
당회장이 오 집사의 무릎을 툭 건드렸다. "아버님이 아드님에게 말씀 좀 해보시우."
"글쎄요, 전..."
오 집사가 동서인 전 집사를 봤다.
전 집사가 벌써 미국물을 먹어서 양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전 집사는 덩치가 손윗동서보다 두 배는 더 되지만, 그 '형님' 말이라면 무조건이다.
"그 오운진인가 하는 그 자식, 이단인 모양이네? 사사건건 말썽이야!"
누가 소리쳤다.
오 집사는 어깨를 들먹이며 흥 하고 웃었다.
전 집사가 뭐라 하려다가 '형님'을 얼른 봤다.
"'이러다가는 교회의 주춧돌이 되어야 하는 청년회가 풍지박산 되겠소."
결국 당회장님이 나섰다. "담주가 수양회 바로 전 주요?"
최 장로가 벽에 걸린 달력을 봤다. "녜."
"그 오군을 오 집사님이 책임 지시고 이번 금요일 성경 공부에 끌고 나오세요."
당회장이 책상을 쳤다. "그래서 주일날 세례 주고, 긴급 동의로 청년회 회장을 바꿉시다!"
어떤 장로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세상에, 그런 세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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