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회는 그냥 흐지부지 되는 거지, 뭐."
병선이가 커피를 하며 하는 말이다.
수양회에서 교육과 설교를 담당한 강사가 밤새 달아나고.
인솔 장로 중 한 명이 집에 급한 일이 있다며 달아나고.
"어떻게 연락이 되어 집에 급한 일이 벌어진 걸 알았나는 수수께끼지."
병선의 그 말에 숙희는 웃었다. "집에 연락했나 보죠."
"그럼, 인솔자도 없는 수양회구나?"
"말이 수양회지. 저 미스타 황이 여자들 수영복 입은 거 보려구."
병선이가 진희의 눈치를 얼른 봤다.
진희는 커피 대신 하는 오렌지 쥬스를 들여다 보기만 하고 있다.
왜 안 그렇겠나.
미스타 오가 바로 앞에 근사한 여인과 나란히 앉아 있는데.
"그럼, 온 김에 오늘 날씨도 좋겠다, 다들 놀다 가겠네?"
"그럴려나 봐."
병선이가 진희를 봤다. "나나 진희는 물에 못 들어가니까..."
도넛 가게로 사람들은 꾸역꾸역 들어온다.
운진이 앞에 놓인 빈 컵들을 한데 몰아 쥐고 일어섰다. "어쨌든 나가자!"
그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저절로 보드워크까지 왔다.
"성네 호텔이 어떤 거야?" 병선이 건물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운진은 턱으로 H 호텔을 가리켰다.
"와아! 비싼 데네! 성 다워."
숙희는 커피만 하면 화장실을 가야 한다.
그렇다고 보드워크 중간에 만들어진 공중 화장실은 싫다. 그냥 왔으면 몰라도 코 앞에 예약해 놓은 호텔이 있는데.
그런데 운진이 바지주머니에서 방 열쇠를 꺼내 숙희에게 보였다.
숙희는 암말않고 그 열쇠를 받아서 움직였다.
병선이가 시력이 좋은지 어디를 가리키는데, 그 방향에서 좀 전에 도넛 가게에서 헤어진 교회 성원들이 뒤따라 오고 있었다.
진희가 공중화잘실로 향해 몸을 돌렸다.
이제 열시쯤.
해는 따갑게 내리쬔다.
그러나 그늘 진 곳에 있으면 서늘하다.
물에 들어가기 망설여지는 기온과 날씨이다.
백사장에는 그래도 수영복 차림의 인파가 모이는데, 라이프가드의 호각소리가 조용하다.
물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거의 적은 것이다.
운진은 호텔 쪽을 쳐다봤다.
들어간 김에 안 나오나...
그럼, 얘네들도 같이...
교회 성원들이 운진 곁에 둘러섰다.
운진은 청년들과 악수를 했다.
여자 성원들은 몰래몰래 운진을 훔쳐보며 귓속말로 수근거린다.
황은 어디로 샌 건가?
운진은 숙희가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오는 것을 봤다. 물에는 안 들어갈 거니까.
숙희가 다가와서 운진의 손을 찾아 잡고.
운진이 걸음을 떼어놓기 시작하니 주위의 사람들이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행은 자동적으로 보드워크의 반대쪽인 어뮤즈먼트 파크로 향했다.
숙희는 가는 도중 운진이 전에 들어가서 플레이했던 게임룸을 보기만 했다.
여자 성원들이 갑자기 앞서 가기 시작하며 뭐가 우스운지 저들끼리 깔깔 웃는다.
숙희는 잡고 가는 운진의 손에다 힘을 더 보냈다.
운진이 목에서만 나는 웃음을 소리냈다.
숙희는 그 바람에 손으로 입을 거리고 웃었다. 왜!
운진이 서로 잡은 손을 들어보였다. 놓기만 해 하듯이.
숙희는 까분다고 손가락끝으로 그의 손바닥을 할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