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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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7. 08:04

   한번은 야간 보초를 서는데.
   둘씩 한 조가 되어 맡은 구간을 계속 왔다갔다 하죠.
   철책선 경계 나가면 실탄을 지급 받아요. 엠-싴스틴에.
   거의 귀로 주위를 감시하는데, 아무래도 철책선 부근에서 소리가 들리는 거였어요.

   운진은 엠-싴스틴의 자물쇠를 풀고 그 소리가 들려온다는 방향을 가늠하고 겨냥했다.
아주 희미한 은하수 빛에 물체가 기는 것이 포착되었다.
   여기는 올빼미 삼. 올빼미 원 나와라. 
   올뻬미 원. 
   철책에 침투한다.
   완전히 넘어오면 생포 아니면 사살하라.
   알았다, 오바.
   단, 탄알이 철책을 절대 넘지마라.
   알았다, 오바.
운진은 곁에 나란히 엎드린 동료에게 손신호를 보냈다.
둘은 엠-싴스틴을 까만 물체에다가 조준했다.
그 물체가 정중앙의 철책을 완전히 지나서 아군측의 두번째 철책에 접근하면 쏘는 것이다.
그 물체는 계속 움직여서 두번째 철책을 만나고는 바로 운진이 겨누고 있는 방향으로 왔다.
투투투!
투투투!
두 엠-싴스틴이 동시에 불을 뿜었다.
야밤에 총알이 불빛으로 삼각형을 만들었다.
그랬더니 웬걸! 
건너편에서도 그 지점을 향해 불꽃이 날아왔다.
따콩따콩!
풀썩풀썩!
운진과 동료는 공포에 질리며 땅바닥에 착 엎드리고는 포복으로 뒷걸음질 쳤다.
   '씨발, 일났다! 제 이의 육이오 터진다!'
그리고 사방은 조용해졌다.
그 상태로 밤이 밝았다.
아침에 양측 조사반이 그 지점을 샅샅히 뒤졌다.
아마 북에서 넘어오다가 발각되어 남측에서 총격을 가하니 북쪽 놈들은 흔적을 없애려고 더 많이 쐈을 거라는 비방이 날아갔다. 
양측이 반나절을 걸려 조사한 결과는...
총알에 산산조각난 노루 파편들...

   "남자들은 모이면 군대 얘기 하더라구. 운진씨도 군대 얘기가 있네?"
   "우리네는 특히 북쪽 애들하고 철조망 하나 놓고 서로 봤어요."
   "익!"
   "담배도 나눠 피우고. 걔네들은 건빵이 없고 쌩쌀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어요."
   "일사후퇴 때 중공군들이 그랬대매."
   "우리가 누룽지라도 주면 순식간에 먹어버렸죠. 걸리면 작살나니까."
   "누룽지가 있었어?"
   "모포동기가 취사반에 있었거든요. 우리 작전 끝나고 귀대하면 걔도 밤늦게 막사로 돌아오면서 누룽지, 삼양라면 부스러진 거, 등등... 그 때는 그런 것들이 왜 그리 맛있었는지."
   "아빠는... 내가 듣기로 육본 인사 장교이셨대."
   "육본 인사 장교였으면 돈 많이 생겼겠네요."
   "응?"
숙희는 이제서야 수수께끼가 풀리는 느낌이다. '그래서 아빠는 돈이 늘 많았나?'
   "육사... 출신은 아니시죠? 그 연세에 당시 육사 나왔다면 거짓말."
   "육사는 아니구, 뭐래더라... 갑... 갑종?"
운진은 속으로 웃었다. 갑종씩이나! 가짜계급장 달고 다닌 새끼가!
   "난 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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