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다음날인 일요일.
아침 일찍부터 진희가 화원으로 왔다.
언니를-숙희를-먼저 태워 가면 미스터 오는 자동으로 오게 될 거라고.
그런데 운진이 추렄을 몰고 나타났으니.
"어? 따로 살아요?" 진희가 호들갑스럽게 놀라며 한 말이다.
"저는 과수원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잠은 거기서 자요." 운진의 말이다.
"과수원, 요?" 진희가 숙희를 봤다.
운진은 숙희를 슥 보고는 더 이상 입을 안 열었다.
어쨌거나 진희는 먼저 떠났다.
숙희가 되려 안 가려는 운진을 독려해서 둘은 교회로 향했다.
청년회장을 장로회에서 해임시켰다고 교인들이 여기저기서 수근거렸다.
그래서 청년회 총무가 임시 회장으로 이끈다고.
이 날 교회는 버지니아에서 오는 교인들 즉 황네 패거리들이 일체 빠졌다.
"그런다고 안 나오는 식솔들 봐요!"
당회장이 윗층에서 장로들에게 호통치는 말이다. "오 집사네 친척들이 다 돌아오고, 이제 교회가 제대로 좀 돌아가려나 하니까, 어디서 황군 같은 사단이 난리구석을 피우나."
목사가 청년 하나를 사단으로 몰고 가니 장로들은 기가 죽는다.
"안 되겠어요. 오늘 저랑 최 장로님이랑, 그 오군을 붙들어서 교육합시다."
"오늘 학습 문답하면, 세례는 담 주에나..."
"아뇨. 지금 당장! 누구 집사님 한분이 나가셔서 오군 좀 잡아오세요."
그래서 운진은 졸지에 윗층 어느 방으로 끌려 가다시피 해야 했다.
그런데 운진은 성경에 든 내용을 다 믿을 수 있고 시인할 수 있는데 청년회를 맡으라는 말씀만 안 하신다면 교육을 듣겠다고 말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는 독생자이신 것을 인정하는가?" 목사는 무댓보였다.
"녜."
운진의 순순한 대답에 장로들이 오오 하고 감탄한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는 대속물 원칙으로 우리의 죄를 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가?"
"녜."
오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는 교회의 머리인 것을 믿는가?"
"녜."
오오!
목사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피어 올랐다. "여기 진짜 예수쟁이가 있는 걸 몰랐소!"
그래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병선이는 사촌 형의 가르침을 무조건 따를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큰 소리로 예 하고 대답해서 학습이 통과되었다.
장로 두어명이 이건 아니라고 일종의 항의를 했는데.
"당회장인 목사가 하자는데 왜 이리 말이 많아요!" 목사의 고함이 곧 법이었다. 아니.
청년회가 흔들리면 그 성원의 가족이 흔들린다. 아무래도 집안에서 젊은 층의 입김이 세기 때문에.
목사는 무리를 해서라도 청년회를 가라앉힐 생각 밖에 없었다.
"오늘 기쁘게도 특별 세례식이 있습니다?"
당회장이 마이크를 고쳐 잡으며 더 큰 목소리로 말한다. "그 동안 성가대에서 훌륭한 역할을 해 왔으며 모든 청년들과 청소년들의 귀감이 되는 오, 운진군과... 오운진군의 오른팔처럼 형이 하라면 하라는 대로 하자면 하자는 대로 목숨도 내놓을 각오로 따르는 전, 병선군의 세례식을 예배 전에 거행하고..."
목사가 성가대를 뒤돌아 보고 운진과 병선에게 앞으로 나오라는 눈짓을 했다.
본당을 메운 교인들이 웅성거렸다.
운진이 걸어 나와서 한쪽 무릎을 꿇었고. 병선이가 그 옆에 똑같이 따라 했다.
"... 성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노라. 너희들의 이름은 이미 성경에 나와있..."
본당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그런 예는 보도 듣고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꼭 장로나 집사가 아니더라도 교회내의 잡음에 대해 미간을 찌푸려 오던 연장자들이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였다.
교회를 자꾸 분열로 이끌어 가려는 분자들을 제거하기 위한 목사의 무리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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