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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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8. 09:56

   그 날 교회에 나온 청년회 회원들로 하여금 단독 입후보한 오운진에 대한 투표에서...
   "오늘 청년회 회장으로 선출된 오운진군은 성도님들이 목격하셨듯 세례 받은 교인이며, 부모님들 뿐만 아니라 온 친척들이 우리 교회의 주춧돌..." 운운.
예배 후 어떤 다른 투표가 거행되었다.
황 장로를 휴무장로로 한다는 기안에 대한 투표.
   '세례를 받지 않은 성도님들은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나, 관람은 하실 수 있다' 라는 광고에 교인들은 한사람도 움직이지 않았다고.
그래서 황성렬은 당회의 결정에 이어 교인들의 투표로 청년회 회장에서 해임되었고. 
황 장로는 현 맡은 행정 업무를 다른 장로에게 일임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새 청년회 회장을 축하 격려한다는 저녁 식사 초대가 최 장로에게서 나왔는데.
병선이가 청년회 회원들을 일일히 찾아다녀서는 다른 제안을 전달했다.
그 날 과수원 집에서 파티가 있다는.
   "술도 있어요."
병선의 그 말에 술 좋아하는 이들은 침부터 흘렸다.
   병선이가 신이 나서 어디 일요일도 오픈하는 리꺼 스토어를 찾았다. 게다가 화원 근처의 차이니스 캐리아웃에다가 푸짐한 음식을 주문했다.
호기심 반 그리고 부러움 반으로 모인 청년회 멤버들은 과수원 집에 모여서는 그 규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보기엔 낡고 허술해 보여도 잘 가꾸면 저택이 될 거라는 병선의 설명이 뒤따랐다.
능선 따라 끝도 없이 이어져 나간 사과 나무들과 복숭아 나무들.
이제는 맨 땅이 되어버린 옥수수밭.
그리고 약간 부끄러워 하는 듯 그러나 눈에 띄이도록 글래머 타입인 숙희가 손님들을 맞아 인사를 하는데, 여기저기서 부러움의 한숨들이 나왔다. 
운진은 현 청년회 간부들은 그대로 유임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얼마가 남았든 전 회장의 남은 임기를 마저 채우고 재투표 해서 새로운 회장을 뽑자는 제안을 했다.
   "새 회장님이 길을 아신다고 누가 그러던데. 담주에 버니지아 단풍 구경 한번 더 가요."
어떤 여성의 건의가 나왔다.
짝짝짝짝짝!
숙희는 종이 접시에 음식을 담아서 돌리며 사람들의 모임에 익숙치 않지만 대열에서 최대한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갑자기 한쪽에서 성경 토론이 벌어졌다.
예수 그리스도가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났는데, 어떻게 독생자라고 하느냐.
마리아는 예수 그리스도를 낳았는데, 어떻게 처녀로 행세할 수 있었느냐.
누가 어떤 의도로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여러 사람이 설왕설래 시끄러운데.
운진은 그제서야 숙희와 나란히 서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저기 빈 자리..."
   "쉬!" 숙희가 손에 쥐인 플래스팈 포크로 앞 사람들을 가리켰다.
   "저런 열심인 사람들을 놔두고 왜 나를 청년회 회장을 시키는지."
   "몰라 물어?"
   "녜?"
   "뭐의 위력이 말하는 거야. 이거..." 숙희가 포크로 원을 그려 보였다.
   "동그라미... 면. 돈?"
   "젊은 사업가니까. 당연한 걸 가지고 뭘 그리 헤매냐. 앞으로 헌금 많이 해."
   "그 정도예요?"
같은 날 저녁, 영란은 이 날 버지니아에서 늦게 도착한 바람에 그런 구경을 못했다.
영아가 집에 돌아와서 신나게 말하는 바람에 알게 되었다.
최 장로네 집에서는 일단 말을 꺼낸 바라 대신 어른들만 초대되었다.
영란은 기억한다.
한 때 황성렬이 오운진더러 세례 받지 않은 사람은 성가대에 못 선다고 했을 때, 그녀가 곁에서 듣다가 그건 사실이 아닐 거라고 가로막았던 일.
오운진을 따로 불러 세워서 성가대에서의 활동을 칭찬했던 일...
영란은 그 날로 버지니아 행을 다시 택했다. 
여자가 있었건 말건 버지니아에 가서 화가 선생의 목을 옭아매려는 것이다. 
   뱃속의 아기의 애비로 책임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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