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17-1x161 춥지만은 않았던 겨울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8. 10:02

춥지만은 않았던 겨울

   운진모 오 집사는 즉 원래 성씨대로라면 김정인 집사는 아들에 대해 교회 내에 자자한 칭찬과 소문에 화도 못 내고 속으로 끙끙 앓으며 아들과 마주칠 기회만 찾는다. 아니. 
아들과 마주치려면 못 마주칠 것도 없다.
교회에서 뿐만 아니라 화원으로 가면 되니까.
그녀가 아들과 마주칠 기회를 기다리는 것은 우연인 척 딱 마주쳤을 때를 말한다.
그녀는 남편의 경고를 늘 들어서 조심은 하는데, 즉 아들을 잘못 건드리면 엉뚱한 화를 초래한다는 것을 잘 아는데. 
   '그 놈의 여편네'가 속 뒤집어놓고 간 것만 생각하면...
곤히 잘 자다가도 깬다.
그런데 한숙희란 애를 먼 발치에서 봐도 보면 볼수록 처음 봤을 때와 달리 귀티가 점점 나고 우선적으로 키가 훤칠하니 미인형인 것은 탐난다. 게다가 아줌마들이 이구동성으로 몸매가 튼실하니 애가 잘 들어서겠다고 말하는 것에도 백프로 동의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정신분석학을 박사 학위까지 공부한 딸의 말이 걔네들은 가랑잎에 불 붙듯이 호로록 타는 즉흥적인 충동에서의 사랑이 아니라 보일 듯 말 듯 눌면서 불끼가 서리다가 꺼졌나 하면 아직 불끼가 있고 꺼졌나 하면 더 크게 번져 있는...
   '그러다가 큰 불로 일어나는, 온 세상을 태울 그런 사랑을 해.'
   둘이 아닌가 보다 하면 다시 돌아오고...
   서로 더 좋은 상대를 만나면 좋을 거라고 양보하면서도 속으로는 아파하는...
   만일 어느 한 쪽이 큰 오해로 돌아서면 남은 쪽은 평생을 사죄하는 마음으로 지낼 거라는.
   "쟤네들 건드리지 마, 엄마."

   운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침착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했대요.
   시간을 요긴하게 써서 볼 것 다 보고 즐기게 했대요.
김 집사는 아들을 칭찬하는 아줌마들에게 그저 아유 뭘요 하고 겸손해했다.
게다가 인솔 장로가 장로회에다가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고.
벌써 품성이 통솔력있고 포용력이 넘치는 인품이 잘 장성하면 참된 그리스도인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마치 당장이라도 집사 추천을 할 태세였다.
어느 장로가 그 부친이 아직 집사를 못 면하고 있는데 하고 중얼거렸다.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그 친구가 찬양대에 있는 날은 벌써 달라요. 감동적이고."
   당회장이 흐뭇해 하며 한 말이다. "게다가 재리에 밝아 그 젊은 나이에 벌써 땅부자라 하잖소. 당장 집사 추천해도 아마 투표에서 만장일치를 받을 걸?"
당회장은 마치 자신이 어디서 그런 거목을 주워온 것처럼 뽐낸다.
   반면 성렬은 점점 차갑게 느껴지는 교회 성원들에게 섭섭해 하다가 분노가 일기 시작한다. 그까짓 여행인솔 실수로 청년회 회장직에서 강제로 밀려났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학습하고 세례 주고 청년회 회장으로 임명한 교회는 운진의 얘기로 가득하다. 
그런데 성렬은 운진을 맞상대할 용기가 안 난다.
한번은 성가대 연습실에서 그의 사촌동생과 싫은 말 주고받았을 뿐인데 몸이 붕 날아와서 걷어차고.
또 한번은 화원으로 쳐들어갔는데 목을 잡혀서 날아가 떨어지고 하마터면 다리가 부러질 뻔한. 
그리고 삼사 출신 김흥섭 중위가 들려준 말이 공포로 다가온다.
   내가 요래조래 차고 치는데 몸으로만 실실 피하고 막더만 아따 손매가 으찌나 매운지 내 뺨 한 싸대기 맞고 정신이 홀랑 나가는 줄 알았소. 
   내가 아뿔싸 목을 잡혔는디 그 이후로는 암것도 기억 못하요. 
   난 당시 목이 부러져 나가는 줄 알았다니께.
   글고 집으로 찾아와서는 내 목을 콱 눌러서는 바로 펴주고...
   내도 내 딴에는 태권도로 한 몫 한다 했는디, 어림없으요. 그래서 아내 때문에 교회 버스로 단풍 구경 갔을 때 뒷좌석에 앉아 끽 소리도 못 했다고.
성렬은 그건 나도 마찬가지라고 질린 도리질을 했다.
그런데 그 두 남자는 오운진이가 밉지 않다. 
   성렬은 전에 최 장로네서 청년들을 초대했을 때 사회를 보며 그 오웬쥔이를 계속 놀려먹은 적이 있었다. 그 때 운진은 무시한 건지 별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었다.
   흥섭은 아주 오랫만에 본 숙희학생이 어엿한 숙녀가 되어 있는 것이 신기해서 옛날처럼 여기고 남자가 같이 있던말던 놀리고 헸던 것이 이제 와서 창피스럽다.
둘 다 이제는 오운진에게 함부로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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