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키는 신입이라 아직 법정 휴가일수가 책정되지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휴가가 나와도 반납하고 일을 더 배우려 들었을 것이다.
7, 8월에 기존 직원들이 휴가로 자리를 돌아가며 비웠다.
그럴 때마다 수키가 빈 자리를 맡아서 처리했다.
자연적으로 은행 업무에 대해 견문이 빠른 속도로 쌓여간 것이다.
8월말이 거의 다 되었을 때.
그러니까 거의 마지막 직원까지 휴가를 즐기고 일터로 돌아왔을 때.
수키는 그 은행에서의 세컨드 키 퍼슨(Key person) 즉 금전출납기의 설합을 열쇠로 열어줄 수 있는 두번째 서열 자리에 올라가 있었다.
텔러들이 더 큰 돈이 필요하거나 실수해서 돈통을 다시 열어야 할 때 키 퍼슨이 열쇠를 사용해서 목돈을 가져다 주거나 설합을 열어준다.
세컨드 키 퍼슨의 한계가 삼천불까지이다.
첫번째 키 퍼슨이 둘 있는데.
그 중 시니어 키 퍼슨이라고 불리우는 백인 할머니는 메인 금고인 체임버의 출입이 허용되고 그녀는 인출할 수 있는 금액이 무제한이다.
또 하나의 키 퍼슨은 역시 백인 여자인데 세이프티밬스 즉 은행이 고객들의 귀중품을 보관하고 열람을 원할 때 열어주고 잠그는 일을 한다.
이제 수키가 세컨드 키 퍼슨으로 일을 하면서 그 두 키 퍼슨은 텔러들이 있는 데로 절대 나올 일이 없어졌고 수키가 중간에서 연락병 역할을 한다.
숙희가 미 노동절 날인 9월의 첫 월요일이 그녀의 인생에 큰 계기가 되는 일이 그 해 그 은행에 근무하면서 생겼다.
"그 날 놀면 하루만 가게 좀 봐줄래?"
한씨가 딸에게 부탁했다. "샤핑 센타가 우리 맘대로 놀지도 못하게 한다."
숙희는 가뜩이나 일요일에 집에서 편히 쉬지도 못하는데, 연달아 쉬게 되면 공희모가 무슨 트집이나 무슨 심부름을 시킬지 몰라 쾌히 승락했다.
그래서 그녀가 부득부득 따라 붙는 공희를 그녀의 혼다 차에 태우고 가게에 나갔는데.
양품점의 진희가 완전 헛탕치는 공일이라며 아침부터 놀러왔다.
손님 와서 바쁘면 악세사리 가게로 전화하라 했다며.
숙희는 그간 가게가 형편없이 달라졌음을 알았다.
물건들도 많이 빠져서 빈 데가 많고.
진열장은 군데군데 불이 나갔고.
악세사리들은 정렬이 안 된 건 고사하고 마구 뒤죽박죽으로 섞여서 손님은 고사하고 가게 주인도 얼른 찾지 못할 정도였다.
"왜 이래 놨니!"
숙희는 동생을 야단치고, 직접 정리에 들어갔다. "이런 상태로 어떻게 장사를 했겠어!"
공희와 진희가 입술을 삐죽였다.
"아이, 오늘 장사 꽝일줄 알았으면, 내 친구 영진이랑 놀러나 갈 걸!"
진희가 마치 일부러 인듯 아니면 누굴 놀리는 듯 말했다.
공희는 정리하는 일이 싫어 꾀가 났다. "참! 그 언니랑 남자 친구랑, 둘이 결혼할 거래요?"
"아직... 영진이가 한국 나이로는 스물 넷인데, 여기 인제 이민 와서 칼리지 다니니까, 인제 대학교 3학년 올라가잖아."
"그냥... 남자 친구 돈 잘 버는데, 결혼하지? 멋있던데."
"영진이는 좋아하는데, 말을 못하는 스타일이고. 남자 친구는 내색을 안 하고."
진희가 갑자기 공희의 귀를 잡아 당겼다. "만일..."
공희가 귀 아파 하면서도 호기심에 귀를 기울였다.
진희가 공희의 언니란 여자를 얼른 훔쳐봤다. "만일 나 대접 안 하고 둘이 결혼한다 하기만 하면, 내가 훼방놀 수 있다?"
"어떻게? 왜!"
"그런 게 있다?"
숙희는 두 여자의 쓸데없는 말을 귓전으로 흘려 들으며 물건 정리에 바쁘다.
삼각관계 드라마가 괜히 히트치겠어?
보진 않았지만 꼴에 바람잡이 남잔가? 체!
"내가 입만 뻥끗하면 그 두 사람, 깨어지게 돼있어." 진희가 다 들으라는 듯이 크게 말했다.
"언니가 그 남자랑 먼저 친했잖아."
"더한 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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