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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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3. 10:00

   숙희는 여섯시 쯤 되어 동생더러 그만 닫고 집에 들어가자고 뒤로 간 공희를 마악 부르려 했다.
어디서 모여 왔는지 갑자기 일단의 소녀들이 약속처럼 한꺼번에 들이닥쳤다.
   어오! 이것들이 장난치려나 본데?
숙희는 동생이 왜 빨리 안 나오나 하고 뒤를 연신 봤다. "공희야!"
한 여학생이 탄성을 질렀다. "여기 있다아!"
그러자 모든 소녀들이 어디 어디 하며 진열장을 마구 들여다 보는 것이다.
   "아줌마, 이거 얼마예요?" 한 소녀가 큰 소리로 말했다.
   뭐, 아줌마?
숙희는 어이가 없고 화가 나지만 참았다. "뭐, 어떤 거, 학생?"
    "이거요오!"
여학생들이 얄궂은 머리핀을 가리키며 한꺼번에 소리지르는 것이다. 
좀 전에 동생이 추렄 운전자에게서 얻어왔다는 것들을 그냥 아무렇게나 넣어놨는데 알아본 모양이었다.
공희가 다리를 절룩거리며 나타났다.
   "공희야, 이거 얼마에 판대니?"
   "머리삔? 큰 거는 한개에 이불. 작은 거는 한개에 일불."
   공희가 언니 옆에 와서 섰다. "그거 보다 더 받으면 안 팔릴 거래."
몇 여학생은 지갑을 열기 시작하고, 몇몇은 밖으로 달려 나갔다.
   "깁 미 디스, 디스, 디스 앤드 디스. 하우 마치?"
   "내가 먼저 말했잖아!"
   "세 개 주세요!"
애들이 난리를 피운다.
숙희는 모르는 사람에 대해 묘한 기분이 든다. 
   유행을 미리 알아서 갖다 팔고 남들이 뒤따라 하면 또 앞서 간다고? 남자가 유행을 알어?
소녀들은 닥치는 대로 고르고 공희는 정신없이 돈을 받았다.
여학생들은 이십불 짜리를 공희에게 던져주고 거스름 돈을 세는 동안 벌써 머리에 꽂는다. 
아니면, 서로 머리에 꽂아주고 옷에도 매단다.
나갔던 소녀들이 손에 돈을 들고 우루루 들어왔다.
   "남았어요?"
   "올 곤(All gone)?" 
숙희는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공희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진희언니! 나 공희. 아까 영진언니가 나 줬는데, 빼앗아 간 거 도로 다 내놔! 나 지금 간다?"
그렇게 해서 공희가 미스타 오란 남자한테서 얻었다는 얄궂은 머리핀과 옷 장식이 그냥 들어와 본 것 같았던 여학생들에게 장난처럼 모두 팔렸다.
   "미스타 오 아저씨한테 돈 안 주고 얻은 건데, 다 팔렸다, 언니!"
   공희가 이 가뭄에 웬 떡이냐 싶게 이십불 짜리를 세고 또 센다. "다음 토요일에 그 미스타 오 아저씨랑 영진언니랑 테이트 할 때 또 달라고 해야지!"
숙희는 또 묘한 기분이 든다.
추렄 운전석에 앉았던 새카만 남자가 이상스레 낯설지않다.
어디서 본 듯한 관상은 아니다.
얼굴을 또렷하게 본 것도 아니다.
그가 그녀를 본 것도 아니다. 해가 환한 밖에서는 실내가 아무리 환해도 잘 안 보이니까.
그냥.
평범할 것 같은 코리안 남자인가 본데, 멀리서 보고도 숙희의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그 미스타 오 아저씨가 벤더 한 일년만 더 해서 돈 모이면, 가게 하나 낸대."
   "어디다?"
   "디 씨 안에 어디다."
   "으응... 이런 데는 아니지. 다행이네."
   "진짜! 그 미스타 오 아저씨가 여기다 가게 내서 맨날 히트 치면 우리 망하잖아!"
   "집에 얼른 가자." 숙희는 갑자기 그 자가 못미덥고 괜히 불안하다.
   "미스타 오 아저씨 낼 또 만나면 또 달래야지!"
   "그 남자 몇살인데 너 아저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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