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진은 두 여인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어떻드냐느니 약은 어떻게 짓게 되었느냐느니 묻지도 않고 추렄을 몰고 횅 하니 가버렸다.
숙희는 추렄이 사라져 버린 찻길을 한참 보다가 돌아섰다.
운서가 안에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숙희의 그 모습에 고개를 저었다. "둘이 어쩌면 그렇게 똑같을까."
"..."
"내 눈에는 둘 다 바보 같애."
"운진씨가 뭔가 저한테 오해를... 하는 것 같아요."
"..."
운서가 숙희는 찬찬히 보다가 말을 이었다. "뭣 좀 물어봐도 돼?"
"네."
"숙희... 밖에서 사귀는 남자 있어?"
"아니요?!" 숙희는 문자적으로 제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운진이는... 숙희가, 밖에서, 직장 동료나 상사 같은 이들하고... 사귀면서 때때로 깊은 관계까지 갖는 걸로 짐작하고 보내주려 하는데."
"네에?!"
숙희의 얼글이 빨개지면서 금새 눈물을 글썽거렸다. "어떻게 그런 말을..."
"그래서 운진이 선 보고 그러는데..."
"선 봤다는 말은, 저한테 해서 알고 있어요."
"그런데..."
"네?" 숙희는 눈물을 손끝으로 찍어냈다.
"그런데 숙희는 아무렇지도 않어?"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돼요?"
"먼저 운진이가 숙희에 대해서, 상사와의 관계에 오해를 했을 때, 설령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 해도 운진이에 대한 마음은 변함없다고 했다매?"
"네."
"그것은 시인한 걸로 받아들여져서 그냥 더 있으라고 한 거지, 둘 사이에 더한 진전이 계속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았겠지."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숙희... 의외로 비겁한 구석이 있네?"
"..."
"운진이는 숙희가 밖에서 남자들과... 문란하기 보다는 좀, 헤프게 구는 것 같다고 하대."
허걱!
숙희는 심장이 멎는다. 말을 해도...
"설령 그렇다 해도... 운진이를 놓치기 싫으면, 탁 깨놓고 말하지? 바깥을 정리할 테다. 우리 관계 잘 키워 나가보자."
"..."
" 그렇게 나가면, 내가 아는 우리 운진이는 저도 태도를 확실히 밝히면서 그러자든지 아니면 그냥 여기서 끝내자든지 나올 텐데."
"언니."
"..."
"저, 스물여덟 되기까지, 제 몸에 남자의 손이 스치고 지나간 거는... 이번에 제가 차이니스 음식 잘못 먹고 식중독으로 졸도했을 때... 운진씨가 물수건으로 제 가슴... 딲아주느라..."
"..."
"그 때 제 가슴을 만지고 지나간 게 최초예요, 언니.'
'"근데, 운진이는 왜 그렇게 단단히 단정짓고 있을까?"
"그렇게 여길 일이 있었어요."
"그냥 여기기만 할 일이야?"
"아무 일 벌어진 거 없어요. 그 때 제 직속상사가 좀 이상하게 나왔을 때, 운진씨한테 고민을 털어놨더니 당장 그만 두라고 했었어요. 그래서, 사우쓰 캐롤라이나로 출장 갔을 때도 운진씨한테 불안하고 겁난다고 말했더니, 그날 밤으로 내려와서 절 데리고 올라왔..."
숙희의 말은 운서가 손을 내저음으로써 중단되었다.
"그럼, 그 때 운진이로 하여금 아무런 오해를 하지않도록 자초지종을 밝혔어야지!"
"정말 아무 일 없었거든요."
"어떤 남자가 여기 화원까지 찾아온 건 맞잖아."
"그건, 일 때문에..."
"그리고 지금 그 회사 도로 나가고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