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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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 12:15

   운진은 영진이 토라져서 화원을 나간 후 매장으로 나갔다. 
그는 무슨 일이냐고 눈썹 꿈툴거림으로 묻는 누이에게 아무 일도 아니라는 도리질을 했다.
   "병선이 뭐라 하는 것 같더니, 둘이 싸웠어?"
   "자꾸... 친구 지니와 저의 사이를 의심해요."
   "아직 처녀니까 그런 말들 오가는 게 익숙치 않은가 부지."
   "그럼, 가만 있든가 하지 말예요."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겠지."
남매는 하늘색 소형 승용차가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것을 본다.
숙희는 차에서 내려서는 매장으로 들어오지않고 곧장 뒷문 방향으로 간다.
그리고 남매는 각자 일하러 헤어져서 숙희가 평복으로 갈아입고 다시 나가는 것을 못 봤다.
   숙희는 근 일년 사이에 아파트 얻기가 수월치 않아졌음을 배워야 했다.
아파트세도 올랐을 뿐더러 개인 신용 조사를 통과해야 하고. 
전 거주지를 밝히고 그 곳에서 옮기는 이유 또는 그 곳에다 월세 불입 습관을 문의해도 되는가 하는 항에다 예스 표시를 해야 했다. 
그리고 직장이 있으면 주급 명세서의 개인용 보관 쪽 카피를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아파트세가 버는 돈의 삼분의 일을 넘으면 툇자를 놓는다.
만일 월 육백불 짜리 아파트라면 월 천팔백불 이상을 벌어야 방을 준다는 것이다.
숙희는 웬만한 아파트 사무실들이 문 닫는 시간까지 돌아다녔다.
가장 싼 곳이 스튜디오 스타일의 구조인데 그나마도 한달에 오백불. 그 스튜디오 구조는 벽이 없이 다 트였고 문을 열면 방 안에 해 놓은 꼬라지가 한눈에 다 보인다.
물론 숙희는 한달에 세금 떼기 전 금액으로 삼천불 정도 받는다. 수입으로는 문제가 없는데 전에 살던 곳을 어디로 하느냐 고민했다.
집으로 하면 천상 집식구에게 말을 해야 하고.
운진의 화원으로 하면 그에게 말해야 한다.
방을 준비해 놓았다가 기회가 되면 그냥 나가려고 했는데.
그래서 그녀가 생각해 낸 것이...
전에 잠시 신세졌던 백인 여자에게 룸메이트로 있었다고 대답해 달라고.
그러나 숙희가 기억하고 있다 여긴 그녀의 전화 번호는 사용치 않는 번호라는 것을 배웠다.
그러고 보니 그녀가 안 보이기 시작한 지 꽤 된 듯도 하다.
숙희가 어두워져서 돌아온 화원은 앞뒤로 깜깜했다.
그리고 안채에는 저녁이 차려져 있지 않았다.
   '티피컬 코리안!' 그녀의 입에서 나간 말이다.

   운진은 실로 오랫만에 사촌동생과 대작하고 있다.
병선모 즉 운진의 큰이모가 안줏거리를 차려다 주며 마침 아들이 화장실에 다니러 간 틈을 타서 조카의 귀에다 속삭였다.
   되도록 그 여자애와 헤어지게 이끌어 보라고. 
   "병선이는... 힘들 거예요."
   "그 여자애가 찰거머리니?"
   "아뇨... 되려 병선이가..."
병선이가 화장실에서 나타나는 바람에 이모와 조카의 귓속말은 끊겼다.
병선이는 식탁으로 돌아오자마자 술잔부터 찾아서 거머쥐었다. "성은 그 여자랑 잘 해?"
   "그냥 그렇다."
   "교회 소프라노가 성 찾는 눈치던데."
   "되겠냐?"
   "지금의 그 여자보다는 그 소프라노가 더 잘 어울리겠던데."
   "우선은... 한 여자도 버겁다."
   운진은 버겁다란 단어를 내뱉고는 숙희에게 걸맞는 표현이라고 자족한다. "나는 어른들이 왜 반려자를 고를 때 출신과 배경을 따지는지, 이젠 알 것 같다."
   "어? 성도?"
   "둘이만 맞으면 그만이지 하는데, 아니더라. 출신은... 언제고 튀어 나오더라."
   "성... 그 여자분 얘기야?"
   "다. 우리가 아는 여자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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