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나 아부지가 지금도 큰이모 말이래문 꺼뻑 죽는 것도 인간이 은혜 입은 것을 잊으면 짐승만도 못하다고.
울 아버지 사람 때려 사고치고 도망 다녔을 때 큰이모가 울 엄마랑 나 데려다가 성네 집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나중에 울 아버지 돌아와서 자수하니까, 이모부가 돈 써서 빼내주고.
이모부가 울 아버지 술 사주면서... 이제, 대갈통 깨져가며 그만큼 놀았으면 집식구들 먹여살리는 일에 대가리 터지게 덤벼보라구. 이모부가 정비에 정자도 모르는 울 아버지 데려다가 몽키 스빠나로 두들겨 패가며 가르쳐서... 울 아버지 국내 최고의 정비사에다가 미국도 취업 이민으로 와서는 엄마랑 시민권 따자마자 제일 먼저 큰이모 들어오시라고...
큰이모가 조금만 아프셔도 울 엄마 울 아부지 그저 오래오래 사시라고 절절...
이제 아우네 인간답게 사는 거 오래오래 보시라고...
"그런데 다른 씹쌔끼들은 내가 언제 큰이모 덕 봤느냐는 식으로 맞먹질 않나. 돌아서서 흉을 보다 못해 이제는 사촌형한테 등까지 쳐먹어요!"
병선이가 눈물을 뿌리며 한 말이다. "난 성이 우리 어렸을 때 말은 잘 안 했지만, 내가 공부 못하니까 날 벽에다 세워놓고... 가난이 싫으냐. 남의 신세 지는 게 싫으냐... 그러면 대가리 터지게 공부해서 출세해라. 부모 만난 것도 니 팔자다. 원망만 한다고 달라지는 거 없다고."
그래서 난 서울대 들어갔고, 성 후기대학 들어간 거 때문에 미안해서 말도 못했는데, 성이 먼저 찾아와서 제일 기뻐해줬고... 딴 새끼들은 샘이 나서 발도 끊은...
울 아버지 큰이모부보다 덩치가 두배 되지만, 정신력으로는 반도 못 따라간다고 맨날...
큰이모부가 이모랑 싸우고 나갔을 때, 울 아버지가 찾아다녀서는... 형님 이러시면 우리들은 죄다 땅 파고 들어가서 죽을 겁니다. 집으로 들어가세요...
"정작 한국에서 떵떵거리고 살았던 성네는 미국에 와서 그냥 아파트에 살면서 청소차 타고 일하는데. 저것들은 집 샀다고 뻐기질 않나. 차도 새 차로만 뽑았다고 자랑하질 않나."
병선이가 그 대목에서는 사촌형의 눈치를 봤다. "성... 돈 있는데도 똥차 몰고 다니는데."
어쨌거나 운진은 병선이를 잡아 끌어다가 커뮤니티 칼리지 겨울 학기부터 청강생으로라도 들으라고 시켰다.
병선이가 등록하고 돌아온 날, 그의 부모가 운진네를 초대했다.
덩치가 씨름꾼 만한 이모부가 운진을 끌어안았다.
동인이모도 조카 운진을 그저 쓰다듬고 만지고 했다.
"언니. 오빠가 염치 없어서 말은 못했겠지만. 실상은 그 집, 언니네 드리고 간 거야."
"왜?"
"김무인씨, 꽃집도 운진이한테 돈 받고 파는 게 아니지."
"왜애. 지들 건데."
정인도 동생에 이어 말을 깠다.
"아냐, 언니. 오빠네 들어왔을 때 언니형부가 세탁소라도 해 보라고 돈 줬잖아. 그 때 그 돈으로 땅 사놨다가 꽃집 한 거를... 나중에 운진이한테 또 돈 받고 팔았으니. 집은 언니꺼지."
"갚으라고 준 거니? 형부가 집안의 장손이 기 죽으면 안 된다고 준 거지."
"그래서 지금, 영인이 경인이, 걔네들 언니한테 신세 갚어?"
"갚고 안 갚고 따지고 하면 정 떨어진단다."
"그게 자존심 상하는 게 아니거든. 그리고, 지들 이제 사람구실하고 좀 산다고 언니네 아는 사람들 만나면 행여 옛날에 못살면서 언니 신세 진거 탄로날까 봐 멀리 하고."
"애들 듣는 앞에서 쓸데없는 소리 한다!"
"다행히 우리 병선이는 성아 아니면 죽는다고 쫓아다니잖우. 우리가 늘 그랬거든. 우리가 그나마 이렇게 입에 풀칠하고 사는 게 다 큰이모 덕택이다. 잊지 마라... 병선이 지도 안대."
운진은 그 집 지하실에서 병선과 술을 하고 있다.
"난 그렇다. 옛날은 옛날이고 현재는 현재라고."
"성은 그런지 몰라도 난 안 그래, 성."
"아냐. 걔네들 모르게 상처준 게 많았을지 몰라. 그래서 지금은 심이 피니까, 이젠 신세 안 지고 사는 것만도 다행이다... 그러는 걸 거야."
"그렇다고 엿 먹으라는 식으로 바가지를 씌워?"
"얘 또 그 얘기네. 잊어라."
"아니. 나 언제고 그 새끼 걸리기만 하면 작살낼 거야. 인간 이하들은 가르쳐 줘야 해."
"아이고, 난 모르겠다. 니 맘대로 해라."
운진은 네가 행여 하고 일어나 버렸다.
병선이 쫄아 갖고 사촌형을 따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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