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PT.4 12-1x111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26. 06:54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남편의 간단한 설명을 듣고서야 숙희는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을 숙였다.
알트의 약점을 잡고 반만 돌려주고 끝내기로 했었는데...
   "그러나, 지금 다시 연락해서 전에 말했던 대로 딜 하자 하면, 알트가 이젠 안 듣지."
   "돈... 준다는데도?"
   "모든 일에는 그 적절한 시기가 있는 법이요."
   "하루도 안 됐는데."
   "한시간이라도... 딜이 어긋나면 그만인 거야. 다시 하자고, 우리 쪽에서 요구는 못하고 부탁하면 더 내놓으라던가, 아니면, 당신을 잡아서 다 내놓으라 하겠지?"
   "아휴..."
   "애담, 당신 말로 아담을 계속 살아있게 하는 데는, 변함없는 거요?"
   "그... 게... 그러니까. 내가 아담 죽여 달라 했잖아..."
   "알트에게 붙들려서 몸 만신창이되고, 돈 다 빼앗기고, 애담처럼 헝겁 인형이 되고 싶어서 당신 환장한 모양이군."
   "그건 아니야!"
   "제프에게 돈 문제 상의하라고 보낸 놈, 누구야!"
   "깜짝이야! 왜 소릴 질러?"
   "비겁한 여자! 그 놈이 누구냐 물었는데, 소리 질러서 놀랬다는 시비만 걸어?"
   "그냥... 말로 해... 도 잘 들려."
   "아니. 당신은 듣고 싶은 말만 듣지. 듣고 싶지않은 말은 필터로 걸러 버리고."
   "아휴... 미치겠네."
   "돈 아까워서 미치겠지. 목숨 아까운 줄은 모르고."
   "..."
   "알트가 설마... 옛정이 있을텐데, 설마... 하지? 난 알트가 애담을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눈 하나 깜짝 않는다는 것을 이번에 실감했소. 그래서 그자가 당신을 잡으면 어떻게 하리란 게 보인다는 거요."
   "..."
   "제프도 누가 찾아왔었다는 말 않는 걸 보면, 참... 차라리 제프가 당신한테 아깝군."
   "싯?" 숙희가 그 말에는 발끈했다.
   "당신은... 당신한테 어마어마한 돈이 있으니 뭇 사내녀석들이 침을 질질 흘리며 덤벼들 줄 아는가 본데... 천만의 말씀! 다들 지금처럼 당신을 못 잡아 먹어서 난리들이지."
   "잡아 먹는다는 표현은 거슬리네?"
   "알트가 당신더러... 순순히 돈 달라 할 것 같소?"
   "내 몸에 들어 있는 거... 이제 자기까지 세 사람 알어."
운진이 고개를 저어보였다. "그걸 물론 모르겠지. 그러니까, 당신을 완전... 내가 표현했듯 만신창이를 만들어 버리면서 돈 내놓으라 하겠지. 왜?"
   "왜..."
   "이제 당신은 탐난다거나 필요한 가치가 없거든."
   "뭐라고?"
   "게다가 나와 이혼해 버리면..."
   "이혼 안 해!"
   "난 해야겠소."
   "자기! 나 이혼 안 한다니까?"
   "완전 억지구만... 그 때만 넘기면 또 변덕부리고, 또 딴소리하고... 그런 걸 나한테만 하겠나. 남들한테도 여태 그러면서 살아왔겠지."
   "말을..."
   "왜 당신은 사귀던 남자들과 헤어진 끝에 가서 원수가 되거나 꼭 해꼬지를 당하느냐."
   "누가 또..."
   "그 말이 참 진리구만... 나도 그렇게 되어가네. 난 이제 걔네들의 심정을 알 것 같소... 당장이라도 당신을 붙잡아다가 혼내주고 싶은 노여움..."
   운진이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섰다. "당신이 괘씸하거든."    
숙희는 눈 앞이 까매지는 걸 보았다.
   "결국 나까지 당신의 적으로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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