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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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26. 06:59

   운진은 숙희가 다 울도록 애담만 얼르고 있었다.
백일이 지난 애담은 안고 있는 이가 얼르기만 하면 깍깍깍거리고 넘어간다.
   "애담 백일 잔치도 안 해주고..."
   운진은 혼잣말 비슷히 하면서 달력이 어디 걸렸나 하고 두리번거렸다. "지금이라도 백일 잔치 해주지?"
   "애 이리줘." 숙희가 코 막힌 소리로 말하며 애담을 빼앗듯 받았다.
운진이 소파에서 먼저 일어섰다. 
   "진실을 밝히고 싶으면 이런 식으로 계속 시간 낭비할 게 아니라, 앗쌀하게 매듭지읍시다."
   "무슨 진실을, 앗쌀하게..."
   "당신 씨피에이 애담, 정말 죽도록 내버려둘 건지. 그리고 이 애담 내 애 맞는지."
   "상관하지 마. 난 관심없으니까."
   "그렇게 대답하는구만. 잘 알았소. 그럼, 난 홀가분하게 씨피에이 애담 죽던지 말던지 내버려두고. 여기 갓난 아기 애담도 내 자식이란 증거를 못 찾았으니 신경 끄고... 이 집을 나가겠소."
   "화아!"
   "내가 아무 상관도 없는 이 집에 왜 남아서 한숙희의 총알받이가 되어야 하지?"
   "화아! 증마알..."
   "골 빈 놈도 아니고..."
   "정애와 바람 핀 거 용서해주니까, 겨우 이런 식으로 갚어?"
   "정애 그 여자와 내가 바람 피웠다고, 증거라도 잡았어?"
   "꼭 증거가 있어야 해?"
   "당신처럼 온지 사방에서 빤쓰가 나오고, 얼마 전까지도 입고 다녔던 코트가 남의, 아니, 전 동거남의 방에서 발견되고, 그래도 발뺌하는 당신에 비하면, 타이르느라 데리고 다닌 여자와 바람 피웠다 하는 것이 양심에 타당하나?"
   "정애가 그랬어! 같이 잤다고!"
운진이 순식간에 아내의 셀폰을 나꿔챘다. "내 당장 증명해주지!"

   빨강색 셀폰의 스피커폰에서 정애의 웃음소리가 사라졌다. 
   "그래도 너 같은 계집애를 우리 집사람 우리 집사람 하고 끔찍히도 감싸더라. 양심이 털끝만큼이라도 남았으면, 너, 오 선생님한테 빌어, 이년아!"
   "이 기집애가!"
   "너, 양놈하고 불장난 해서 딸 낳은 것도 내가 다 말했다!"
   "왓!"
   "그래도 내색하지않으시는 그런 양반을 놓고 양심도 없는 년, 돈 몇푼 주었다고 생색을 내? 하늘이 부끄럽지도 않니?"
   "닥쳐!"
   "어디다 대고 내 남편이랑 동침했냐고... 뻔뻔해도 유분수지. 내가 정말 존경스럽고 사랑스러워서 아낌없이 바치겠다 해도 좋게, 점잖게 물리치더라. 됐냐, 이년아?"
꾸뤀!
정애가 통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리고.
숙희의 셀폰 스크린은 connected 에서 곧 call ended 로 바뀌었다.
   "자기?"
   그제서야 숙희는 방안을 두리번거렸다. "자기?"
숙희는 제일 먼저 창 가로 달려가서 집 앞 드라이브웨이를 내려다봤다.
허걱!
남편이 타고 다니는 벤즈가 안 보였다.
그녀는 아들 아담을 잠시 잊은 채 정신이 나갔다.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하지?
   입만 열면 헤어지자는 말 밖에 안 하는 남편.
   병원 어디선가 죽어가고 있다는 아담.
   연방 교도소에 갇혀서 형량이 자꾸만 늘어가기만 하는 제프.
그녀를 보호해 줄 남자가 사라져 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모르는 것이 하나 있으니...
알트가 이유는 뭔지 몰라도 그녀의 남편 우디를 굉장히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
   같은 시각, 알트는 반이라도 흥정해서 받아낼 걸 하고 후회하는 중이었다.
이제 졸개들은 우디 뒤를 쫓으려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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