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 식당에는 많은 사원들이 카운터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가 숙희가 들어서자 하나같이들 어-오(Uh-oh) 하고 엄살을 떨었다.
인사과의 VP(Vice President)가 나타났으니 시간을 횡령한다고 뭐라 해도 할 말이 없다.
숙희는 손가락으로 입을 가려 쉬이! 하고는 커피 판매대로 갔다.
십년을 넘게 까페떼리아에서 일해온다는 베키라는 중년 나이의 흑인 여자가 “Hi, Sue!” 하고, 숙희에게 인사를 던져왔다.
숙희는 “하이!” 하고, 맞인사를 하고는 손가락으로 중간 사이즈 컵을 가리켰다.
“As usual? (늘 같은 걸로?)” 베키가 물었다.
“애즈 유주얼!” 대답한 숙희는 커피 머쉰 옆에 진열된 케잌들을 찬찬히 살펴봤다.
그녀는 치즈 데니시란 케잌과 파운드케잌울 집어들고 베키에게 “Are these fresh? (이것들 신선해?)” 하고, 물었다.
베키가 쑤의 손에 들린 케잌들을 빼앗듯 해서 도로 꽂고 뒷켠에서 하나씩 빼내어 건넸다. 그리고 그녀가 커피를 딸며 다 들리라는 듯이 예스 하고 큰소리로 대꾸했다.
그리고 베키는 숙희에게만은 꼭 새로 뽑은 커피를 딸아준다. 숙희가 그녀에게 뭘 어떻게 잘 해주지도 않는데 그녀는 늘 숙희에게 잘 해주려고 한다. 어떤 때는 숙희를 기다리게 하고 커피를 새로 뽑아준다.
그래서 숙희는 미안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해서 뭘 한가지라도 더 팔아 주려고 기웃거린다.
“Here you go, hon! (자 여깄어, 헌!)” 베키가 커피컵을 카운터 위로 밀었다.
Hon (허니의 약자) 은 볼티모어(Baltimore) 토박이들만이 남을 친근히 부를 때 쓰는 호칭인데, 베키는 유독 쑤에게만 그 호칭을 쓴다.
숙희는 조그맣게 “땡쓰!”하고, 케잌들을 밀어서 커피컵과 나란히 놨다.
카운터는 아주 험상궂게 생기고 또 맘씨도 안 좋은 백인 할머니가 본다. 유태인계 여자인데 주인인지 종업원인지 모르지만 하여튼 불친절하고 못 됐기로 소문났다.
그런데 그녀도 유독 숙희에게만은 잘 한다. 그녀는 때때로 숙희에게는 눈웃음도 친다. 그녀는 숙희의 의상을 신체와 잘 어울린다며 칭찬하고 피부도 고와서 부럽다며 만져도 본다.
숙희가 조그만 지갑을 꺼내들고 계산기의 숫자를 살펴보는데, 등 뒤에서 어떤 남자의 걸직한 음성이 났다.
“I got it, Sue. (쑤, 내가 낼께.)”
숙희는 목소리의 주인을 익히 아는 고로 “하이, 제프!” 하며, 뒤를 돌아다 봤다.
키가 천장에 닿을 듯 몹시 큰 백인 남자가 고개를 가볍게 숙여 목례를 보내왔다.
그 사내 제프는 회사 전체의 부사장이다.
“I heard that you’re going on vacation. (당신 휴가간다고 들었오.)”
“Yes! From tomorrow. (그래요! 내일부터.)” 숙희는 미소를 지었다.
백인 할머니가 말했다. “It’s five twenty, hon? (모두 오불 이십전이야, 헌?)”
“And these. (그리고 이것들도.)” 제프가 캔디바 하나와 쥬스병 하나를 한데로 밀었다.
“Candy? From early in the morning? (캔디를? 아침 일찍부터?)”
“It’s for later on. (나중에를 위해서.)” 제프가 눈썹을 장난으로 위로 치켜떴다.
백인 할머니가 말했다. “Seven seventy-five, Jeff? (모두 칠불 칠십오전이야, 제프?)”
제프가 아주 침착한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듯이 천천히 돈을 지불했다.
숙희는 식당을 나오며 제프에게 “땡쓰!” 하고, 치하했다.
“Sure! (슈어!)”
그가 느린 동작으로 엘레베이터 단추를 눌렀다. “So, where are you going for your vacation? (그래서, 당신의 휴가를 어디로 가는데?)”
“오션 씨티, 메릴랜드?”
“Nice! (좋네!)”
“As usual. (늘 그러듯이.)”
“I see! (그렇군!)” 제프가 고개를 크게 그리고 천천히 끄떡였다.
엘레베이터 세개 중 가운뎃 것의 문이 열렸다.
제프가 정중하게 숙희를 먼저 타게 했다.
숙희가 땡쓰! 하고, 먼저 타고 주위의 몇몇 남녀가 타고 맨 끝으로 제프가 모닝! 하며, 탔다.
모두들 회사 전체의 부사장인 제프를 경계한다. 경계보다는 그의 눈치를 실실 본다. 아니.
그 몇몇 남녀는 제프와 숙희를 몰래 눈여겨 본다. 왜.
은행의 부사장 제프 드미트리와 인사과 부사장 쑤 한은 한 때 회사가 떠들썩하게 염문을 뿌렸었으며, 제프는 부인과 이혼하며 거의 알거지가 되었다 했고.
쑤는 은행 회장의 분노를 사서 은행 제 2부사장에서 인사과로 내쫓겼다는 소문 때문이다.
그 둘이 이제는 그냥 회사 동료로서인 척하는데 남들은 아직 그렇게 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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