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부가 자세를 바꿔 앉으며 운진에게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했다.
"운동하고 폭력하고 구분도 못 해?"
"전... "
"내가 유도 태권도 합쳐서."
숙희부의 말은 거기서 끊어졌다. 숙희가 부친의 팔뚝을 쳤기 때문이다.
"9단이다." 한순갑은 끝끝내 구라쳤다.
“아아, 어쩐지이.”
운진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 인간의 근본은 어딜 갖다 놔도 안 바뀌는군.
“뭐가 어쩐지. 운동 말야?”
“녜. 숙희씨도 유단잔데, 이제야 이해가 갑니다.”
“자네 운동한 거 없으면 우리 숙희한테 늘 터질 텐데?”
“녜.”
"예란다. 이 친구 너한테 맞아봤구나?"
"아빠!"
운진은 기분이 뭣 같이 되어가는 것 같아 무안한 척 하고 뒷머리를 만졌다.
“헛헛헛! 지금은 약과다. 얘가 한창 운동할 때 봤으면, 자네, 감히 청혼? 감히 데이트도 못 하지이!”
“사실 몇대 맞았읍니다, 그동안... 창피한 말씀이지만.”
“이런 쪼다 같으니라구! 아, 여자한테 맞어? 이런 칠칠치 못한!”
“상대가...”
“암만 그래도 남자가 여자한테 맞어? 이러언!”
숙희가 입을 가리고 웃으며 운진에게 눈을 흘겼다.
"그래. 뭐라도 해서 우리 숙희를 먹여 살리겠다 이거지?"
"녜! 똥지게를 지는 한이 있어도 숙, 미쓰 한을 먹여 살리겠습니다!"
"미국에도 똥지게가 있냐?"
한씨의 그 말에 숙희가 뭐가 그리 우스운지 허리를 펴지도 못 했다.
그녀의 부친이 숙희 보고 나중에 오라 하고 먼저 떠났다.
운진은 그제서야 비로소 골프는 그녀의 모친의 금족령을 속이려는 부녀의 작전이었음을 알아차렸다.
숙희의 제안으로 운진은 교외의 한적한 길로 추렄을 몰았다.
숙희가 차유리창을 조금 내렸다.
“그 동안 뭐 하셨어요?” 운진이 물었다.
“집, 일, 집, 일, 꼼짝 못 했어요.”
“어머니가 그 정도예요?”
“그날 못보셨어요? 운진씨 만난 날.”
“늘 그러시진 않잖아요.”
“늘. 거의. 거의 매일 화를 내죠. 아빠한테. 저한테. 전에는 공희가 밥이었는데 이제 공희는 없으니까 저한테 두배로 오죠.”
“힘드시겠읍니다.”
“이젠 거의 만성인데, 가끔은 싫어요. 그래서 공희가 지금의 신랑이 나타났을 때 서둘러서 시집갔어요. 저두 막 푸쉬해서 동조했죠. 걔 벌써 임신이래요. 호호호!”
“와아! 지난 겨울에 했잖아요.”
“빠른 것도 아니죠.”
“…”
운진은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 “아버님은 우리 편이신가 보죠?”
“절 사랑하시니까, 제가 좋다는 일은 무조건 찬성이세요.”
“무조건이라구요?”
“네. 뭐든.”
“절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네요. 오늘 결과가 나오나요?”
“호호호! 왜요? 아빠 마저 반대하면, 저랑, 결혼, 안 하실 거예요?”
"..."
운진이 아무런 반응없이 추렄의 기어만 작동하니 숙희는 입을 다물었다.
운진은 다시 한번 결심했다.
이 여자를 놓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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