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pt.1 11-1x101 산 너머 산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10. 06:19

산 너머 산

   운진은 걸을 수 있을 만한 장소가 나타나자 추렄을 세웠다.
둘이 동시에 내리고, 숙희가 운진의 팔 하나를 힘주어 잡았다. "운동 좀 하세요. 남자 팔이 이게 뭐예요."
   "..." 운진은 숙희에게 붙잡힌 제 팔을 내려다봤다.
   "또 삐치는 거예요?"
   "알았어요."
   "네!"
   숙희가 웬일로 그의 팔을 흔들며 웃었다. "그럴 땐 시원시원하시네요."
   “근데 어려움을 이겨 나갈 자신 있으세요? 예를 들어, 만일의 경우, 숙희씨의 어머님이 계속 반대하시면 어떻게 하실래요.”
   “엄만 한번 틀어지면 좀처럼 맘을 바꾸진 않는데, 저두 그게 많이 걱정돼요. 근데, 지금 금방 하신 말씀에 어패가 있네요?”
   “어려움을 이겨 나갈 자신 있으시냐고 물은 거요?”
   “네.”
   “만일의 경우, 제가 숙희씨와 결혼하면 말입니다. 그리고, 그래도 숙희씨 어머님이 계속 안 좋게 나오실 경우, 제가 차라리 의절을 하자고 덤비면, 숙희씬 감당하실 수 있으세요?”
   “의절까지...”
   “아니, 지속적으로 우리의 결혼생활을 괴롭히시면 의절이라도 해야죠. 아니면, 평생 사윌 미워하고 숙희씰 괴롭힐 텐데, 우리가 암만 참는다 해도 만일 우리 사이에 불편한 이유가 되면 그건 우리 어느 누구도 원하는 바가 아니죠.” 
운진은 하지 않고 싶다는 압력을 불어놓고 있는 중이다. 이번 세상도 아닌 것 같아서.
   “아니죠. 그건 저도 찬성이예요. 와아,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의절까지 생각하셨어요?”
   “그래야 숙희씨나 우리를 가만 놔 둘 거 아닙니까?”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절 박대하시던 그 첫날요. 만일 우리가 결혼하게 되면, 숙희씨 어머님은 평생 사위 호강 못 받으시죠. 제가 장모로 대우를 안 하겠다는데, 장모 대우를 기대하신다면, 그건...”
   "의절이라... 흠!"
   "폭군."
   “말을 돌리시네요. 그럴 땐 억지대판이라고 하는 거예요.”
   “저 보고 속 좁은 놈이라고 놀리셔도 좋은 데요. 전 말이죠, 딸이 사귀다가 소개하는 남자를 그런 식으로 박대하시는 순간, 아, 이이는 평생 나의 대접을 못 받는다, 했읍니다. 뭐, 그렇다고 눈 하나 깜짝 하실 분 아니겠지만, 저도 눈 하나 깜짝않고 모른 척 할 수 있읍니다. 숙희씨만 중간에서 곤란해지시겠죠. 그럴 땐 저한테 미루세요. 제가 절대 왕래 못 하게 한다고 미루세요.”
숙희는 운진을 쳐다보며 잔잔한 미소를 보냈다. 그러나 그녀의 미소는 슬프다. 만일 그의 강력한 말에 동의를 안 한다면 결혼말은 들어가는 것이다.   
   “전, 숙희씨가 걱정돼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만일 운진씨가 나약하게 나오시면 제가 흔들렸을 지 모르는데, 이렇게 확고하게 나오시니까 저도 힘이 나고 자신이 생겨요. 그 동안 연락도 못 하고, 연락은 더더구나 못 오고, 퇴근길에 살짝 지나가며 보니 그 때마다 운진씨 차가 안 보이더라구요.”
   “직장에서 전화 안 돼요?”
   “돼죠, 물론. 그렇지만 일 하다가 심각한 얘기를 어떻게 해요.”
   “그건 그렇네요. 저도 사실은 이상한 생각까지 했었어요. 너무 반대에 부딪히니까, 숙희씨도 어쩔 수 없으신가 보다. 그냥 이대로 우린 끝나는 건가 보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숙희씨네 집 주위를 맴돌았는데 저 역시 그 때마다 숙희씨의 차를 집 앞에서 못 봤읍니다. 설령 봤다 한들 뭐하겠어요. 나오시지도 못 하고 서로 속만 상했겠죠.”
숙희는 그의 그 말에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차는 거의 은행에 가 있고 그녀는 집에 올 때 종종 다른 차를 몬다. 그녀 앞으로 나온 차이며 종종 심부름 할 때 몰고. 
아니면, 은행경비 캪틴이 모는 차에 탄 채 여기 저기 다니고...
   "제가 자는 방이 뒷뜰을 보고 있거든요?" 숙희는 다른 꾀를 내었다.
   "아!... 그래서요?"
   "어머! 근데 그걸 왜 이렇게 좋아하세요?"
   "네? 뭐요?"
운진은 벌써 남의 집 뒷뜰로 살금살금 숨어들어가는 자신을 본다.
숙희가 한손으로 제 입을 가리며 다른 손으로 그의 어깨를 때렸다. "이상한 상상 하죠, 지금!"
   "로미오와 줄리엣?"
   "뭐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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