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의 차를 운진이 몰며 포토맥 강 가의 순환도로를 맴돌았다.
“전, 처음부터 그 여자 보고, 후회할 거라고 하지 말자고 했어요.”
“또 그 얘기시네. 우린 하룻밤 불장난 하자는 게 아니었죠. 말씀은 바로 하셔야죠. 오, 저랑 하룻밤 자고는, 어디론가 사라지려고 하셨어요? 그럴 속셈이었어요?”
“이왕 말이 여기까지 나온 거, 질문 하나 합시다.”
“하세요.”
“제가, 옛여자랑 하룻밤 같이 잤다고 말해도, 절, 아직 결혼 상대로 받아주시는 겁니까?”
“아아. 처음에 들었을 때는 솔직히 실망했어요. 제가 그 후론 깨끗하니까 내 상대도 깨끗했으면 하고 바랬는데, 할 수 없죠. 그냥 못 들은 척 받아 주던가, 아니면, 저도 어디 가서 순결을 주고 와서 쎔쎔을 하던가, 그래야겠죠?”
숙희는 양심상 남자가 옛애인과 헤어지면서 하룻밤 정사 나눈 것을 뭐라 할 입장이 못 된다. 나는 겉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뿐이지 보쓰의 지시에 따라 나가서 뭇남자들에게 셐스를 서비스하는...
“쎔쎔을 해요? 그건, 좀.”
“왜요. 안 돼요?”
“남자는 다 도둑놈이거든요.”
“진짜 그러네요. 운진씬 옛날 애인과 동침을 했으면서 저는 깨끗해야 된다아...”
“아뇨. 그렇게는 말 안 했어요.”
“대신, 우리가 만일 결혼하면, 운진씬 아마 클로락스로 목욕을 해야할 걸요?”
“와아... 그럼, 전 클로락스로 양치질도 해야겠네요?”
“아차암! 키쓰도 하셨겠구나!” 숙희가 그의 운전하는 어깨를 쳤다.
그 바람에 운진이 움찔하고 피하려다 차선을 왔다갔다 했다. “오오!”
“조심! 조심!”
둘은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그 날 이후로 숙희는 금족령을 당했다.
둘은 키쓰도 못 해보고...
한숙희는 벌써 여러 주째 만나지도 못 하고 전화도 없다.
오운진이가 어쩌다 한번 용기를 내어 공중전화에서 그녀의 집으로 전화를 했더니 앤서링만 나왔다. 남자의 걸죽한 음성이 녹음한 소리가 나오자 운진은 얼른 전화를 끊었다.
‘누구지? 아버지 한씬가? 첨 듣는 목소린데... 한 중령은 음성이 간사한데?’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를 한 주 앞두고, 운진은 2년제 대학을 졸업하게 되었다.
여기까지 오기에는 숙희의 격려가 많았다.
대충 언제 쯤에 졸업식을 할 거라는 말을 숙희에게는 흘린 것 같은데, 어떻게 알았는 지 정작 영란이 학교로 찾아왔다. 땀이 송송히 맺힌 모습이 광장을 제법 쑤시고 다닌 것 같았다.
운진은 그 때부터 영란을 다른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다.
“축하해요, 운진씨!”
“미쓰 최가 어떻게?”
운진은 영란이 그를 부르는 호칭이 미스터 오에서 운진씨로 바뀌었지만 그녀를 이름으로맞 부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별 거 아닌 졸업식에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미쓰 최."
“누구 또 다른 분 오셨어요?”
“녜! 부모님이 오셨는데, 지금 차를 가질러 가셨는데요.”
운진은 부모가 영란을 보면 같이 있는 걸 어떻게 생각할까 부담이 되었다. 그리고 행여나 하고 숙희가 어디 와서 찾고 있지는 않는지 신경이 씌였다.
아마 안 올 걸 하고 그는 걱정을 접었다.
“지금부터 계획이 어떻게 되세요?”
“뭐, 그냥, 아무 계획도 없는데요. 늙으막에 어린애들 사이에 끼어서 졸업을 하니까, 친구도 없어요. 애들 졸업 파티에 늙은이가 낄 수도 없고.”
그 말에 둘은 허리를 잡고 웃었다.
"제가 식사대접 해드리려고요." 영란이 괜히 손목시계를 봤다.
"식사요... 일단 부모님이 오시고 나서."
"같이..."
"같이요..."
"안 되나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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