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pt.1 12-10x120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11. 04:06

   “Then dad, can you take Kimmie also? (그렇다면, 아빠, 키미도 받아줄 수 있어?)”
   “You think it’s gonna happen that way? (넌 그쪽으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We can go hunger strike. (우리 단식 투쟁도 들어갈 수 있어.)”
챌리가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당당히 말하니 운진과 영아는 더 이상 뭐라고 말을 못 했다.    
챌리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의 얼굴에 어두운 빛이 스쳐갔다. 사실 챌리는 이미 열여덟을 넘었기 때문에 누구와 합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양육비 문제도 없을 것이다.

   밖으로 나오니 챌리가 아빠의 팔을 꼈다.
놀란 쪽이 오히려 아빠였다. 
운진은 어느 새 딸이 눈높이까지 자란 것을 알았다. 
평소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도 건네지 않던 아이가 오늘은 전혀 다른 아이처럼 친근하게 군다. 
   ‘이 아이야말로 정이 그리운 애 아닌가?’
이모란 이도 조카의 확 달라진 것에 저으기 놀라는 것 같았다.
   “I’m proud of you. (난 네가 자랑스럽다.)” 아빠가 변명같이 말했다.
   “Thanks, dad. I’ve been waiting for this moment all my life! I’m serious! (고마워요, 아빠. 난 지금 이 순간을 평생 기다렸어! 나 진지해!)”
   “뭐를?”
   “I thought you are stupid or something. I thought you knew I’m not your daughter. (난 아빠가 바보나 뭐 다른 줄 생각했어. 난 아빠가 내가 아빠의 딸이 아니란 걸 아는 줄 생각했어)”
   “I didn’t know. (난 몰랐어.)”
   “Until when? (언제까지?)”
   “Until im-mo told me. (이모가 내게 말했을 때까지.)”
   “When was it, then? (그렇다면, 그게 언제였어?)”
   “Last week. (지난 주.)”
   “Oh my God, dad! I thought that’s why you don’t talk to me ‘cause I’m not your daughter! (세상에, 아빠! 난 아빠가 내가 아빠의 딸이 아니기 때문에 나한테 말을 안 하는 줄로 생각했어!)”
   “그랬어?”
   “And I thought you knew about my biological father. So I thought, never mind. (그리고 난 아빠가 나의 혈육적 아버지를 아는 줄 생각했어.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를, 그만 둬.)”
   “How’s Kimberly doing? (킴벌리는 어떻게 지내니?)” 아빠는 궁금한 것을 물었다.
   “Oh, you know what? She’s waiting for my phone call! (오, 알어? 걔 내 전화 기다리고 있어!)”
   “Don’t tell her anything yet. (아직 개한테 아무 것도 말하지 마.)”
   “Don’t worry, dad. (걱정하지 마, 아빠.)”
   “We don’t know what’s gonna happen. (어떤 일이 생길지 우리 몰라.)”
   “I told you. Everything’s gonna be favor to us. (내 말했잖아. 모든 게 우리에게 유리할 거야.)” 
   챌리가 제 셀폰을 꺼내 들었다. "키미는 아직 안 올 거야, 이모."

   운진은 챌리를 먼저 돌려보내고 영아와 남았다. “우리 잠깐 걷지.”
   “저기, 월마트에 좀 들러야 해요. 속옷들 좀 사야 하고.”
   “그러지, 그럼.”
이제 두 남녀는 마치 부부처럼 착 붙어서 팔짱도 꼈다.
뿐만 아니라 차에 가서는 둘이 키쓰도 했다.
   운진은 영아를 제 벤즈차에 태우며 객기가 발동해서 그녀의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아내에게도 안 하던 짓을 불륜관계 맺는 처제에게 했다.
영아가 헛손질로 때리는 시늉을 했다.
   "기왕에 벌린 일... 설령 아는 눈을 마주치더라도 태연하자고."
운진의 그 말에 영아가 깜짝 놀라며 새삼 주위를 둘러봤다. "여기가!"
   "세상은 좁으니까."
   "참! 세상 좁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형부."
   "..." 운진은 영아의 그 다음 말을 기대하며 차의 시동을 걸었다.
   "나 사촌언니, 영미언니가 형부를 어쩌면 다른 세상에서 만난 사이 같대요?"
   "사촌언니 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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