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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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13. 06:07

   숙희는 쟁반을 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녀는 혼란이 왔다. 오션 씨티. 사진. 이혼. 
그녀는 설이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스물네살치고 너무 당돌하지 않은가. 감히 어른을 놀리는 거 아냐! 
숙희는 어리둥절해 하는 설이를 뒤로 하고 구내식당을 황급히 빠져나왔다. 
설이가 삼촌더러 날 봤다고 했더니 오션 씨티를 갔다고?
   ‘오션 씨티 나 갔었는데! 나도 갔었는데!’

   숙희는 그 날 일을 어떻게 마쳤는 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보내고, 그리고 설이를 일부러 피하려고 약간 일찍 퇴근하려는데 주차장에서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설이와 마주쳤다. 
설이가 뭐라 하려는 제스처를 하는데 숙희는 모른 척 하고 지나치려 했다. 
   “안녕히 가세요!” 설이가 큰소리로 인사를 했다.
숙희는 설이에게 손만 흔들어주고는 정문 유리문을 힘차게 밀었다. 
웬지 모르게 화가 무지하게 난다. 
내 사진 때문에 이혼한다구? 너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숙희는 건물 앞에서 돌아섰다. 그리고 설이가 사라진 방향을 노려봤다.
   혹시 쟤가 말장난 하는 거 아냐?

   운진은 이혼 소송 담당 변호사와 만나 늦은 술을 하고 있었다.
   “친자가 아닌데 친자인 것처럼 속여서 키운 것에 대해 이혼소송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읍니다. 현재 다른 남자의 아이를 밴 것도 이혼 사유에 넣을 수 있읍니다. 문제는 저쪽에서 주장하는 처제에 대한 강간혐의인데 반박할 증거나 장본인이 없으니 그들이 제시하려는 침대 시트가 우리에게 치명적일 수 있읍니다.”
변호사의 말을 듣고만 있던 운진은 입을 열었다. 
   “처제는 여기서 일 하던 형록이라는 총각하고 갔습니다. 만일 형록이가 노모와 살고 있던 아파트를 계약 만료까지 안 지키고 떠났으면 몰라도, 그럴 놈도 아니고, 전 걔가 찾지 말라는 말에 잠자코 있는 겁니다. 도와 달라 하면 모른 척할 놈은 아닙니다.”
   “연락처를 주십시요.”
운진은 형록의 아파트 주소와 전화번호를 변호사에게 주었다.   
   “틀림없이 큰애가 다른 사람의 애였다는 것을 모르셨습니다.”
   “몰랐습니다. 처제가 말해줄 때까지는.”
   “큰애 아버지가 화가라고 하셨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집은 어떻게 됩니까?”
   “오 선생이 승소하도록 최선을 다 할 겁니다. 우리 사무장 미쓰 장이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정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저쪽 변호사는 아는 분입니까?”
   “잘 압니다. 주로 이혼 소송 전문인데, 그 쪽도 자기네가 억지부리는 걸 압니다.”
   “아이 양육 문제를 잘 처리해 주십시요.”
   “작은애의 커스터디를 말씀하시는 거죠?”
   “큰애는 안 됩니까?”
   “오선생 애가 아닌데요. 그리고 이미 열아홉살이니까, 뭐, 그리...”
   “그래도 걔가 원하면.”
   “글쎄요. 판사가 어떻게 판결을 할 지.”
   "아, 판사가 결정해 주는 대롭니까?"
   "현재 큰애를 걸고 이혼 소송을 하는데, 큰애의 커스터디를 원한다고 하면, 글쎄요, 판사가 어떻게 받아들일 지. 큰애를 거두겠다고 하면 모순이라고 하겠죠."
   “큰애가 절 찾아왔거든요. 저랑 살게 해 달라고. 안 되면 단식투쟁한다고...”
변호사가 운진의 혼동된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는 눈치였다. "단식투쟁요."
   "근데... 걔네들 둘이는 아나 모르겠습니다... 친자매가 아닌 걸."
   "섭섭하게 들리시겠지만 아버지가 달라도 엄마가 같으면 가깝습니다. 배다른 경우와 다르더군요."  
   "그래요..."
   "모르긴 해도 두 자매 사이는 원만할 겁니다... 제 경험상."
   "그래요.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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