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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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13. 06:11

   "내 느낌엔 얼라가 말장난 하지않나 싶은디. 모르겄소, 미쓰 한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숙희가 찾아간 김 사범이 한 말이었다. 
   "저는 판단이 얼른 서지 않아서요."
   "시방 문제는 미쓰 한이요. 다 알지도 못 하면서, 얼라 말만 듣고 이렇게 행동하는 기 난 맴에 걸리요. 뒤에스 숨어설랑은 조카를 시켜서 수작 떠는 지도..."
   오십 후반의 머리가 허옇게 샌 김 사범은 숙희의 얘기를 듣고 나서 눈을 지그시 감았다 떴다. “시방 지가 오군을 만난 지 꽤 오래됩니다. 아마 십사오년은 좋게 넘었뿐졌는디. 뭣이냐, 전화 미얏군데 하면 소문 정도야 알아내지 않겄소?"
   “아이는 착한 아이예요. 거짓말을 할 애는 아닌 것 같은 데요.”
   “미쓰 한이 그렇다면 그렇겠지요. 지가 쪼까 알아보지요.”
   “알아봐 주세요. 제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는... 아직은 생각 안 해 봤거든요.”
   “그 때 가서 또 으논하지요.”
   “고맙습니다.”
   “참말로 대단하시요, 예. 그 때가 이십년은 됐을 틴디. 참말로 부럽소.”
김 사범과 그의 아내가 밥 먹고 가라고 붙잡는 걸 간신히 말리고, 집으로 온 숙희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술을 했다. 먼저는 운진과 닮은-그렇게 생각하는게 맘이 편하다-사람을 월마트에서 본 날 취했고 이 날은 그의 근황을 듣고 취한다. 
이 날 숙희는 술기운도 돌았지만 마치 손에 쥐일 듯 다가오는 운진의 소식에 벅차오르는 감정을 어쩌지 못하고 탁자에 엎드려 그와 헤어진 이 후 최초로 소리내어 울었다.

   운진은 아무 생각없이 문을 닫는데 언제 들어왔는 지 큰애가 옆에 갑자기 나타났다. “Dad!”
   “엇, 깜짝이야! Oh! Challie! What’s up! (오! 챌리! 어떠냐!)””
   “Hi! Where is im-mo? (이모 어디있어?)”
   “She’s not here. (그녀는 여기없어.)”
   “Where is she? At new apartment? (그녀는 어디 있어? 새로 얻은 아파트에?)”
   “음, 아니.”
   “그럼?”
   “She’s gone. (그녀는 사라졌어.)”
   “What! What do you mean she’s gone! To where! (뭐라구! 사라졌다니 무슨 뜻이야! 어디로!)”
   “I don’t know. (몰라.)”
   “What do you mean you don’t know where she’s gone!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니 무슨 뜻이야!)”
   “여기 일하던 아저씨와 가 버렸어.”
   “What the! This is bullshit! (이건 말이 안돼!)"
챌리가 홱 하고 돌아서서 가게를 달려나가는데 운진은 일부러 눈길을 피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룻사이에 상황이 백팔십도 달라졌으니 아이는 아이대로 혼란이 왔겠고 아비란 이는 더 이상 말을 해 줄 수가 없었다. 
   ‘쏘리... 챌리.’
급발진하는 차 엔진 소리에 밖을 보니 챌리의 혼다 차가 뒤로 빼는데 옆자리에 탄 애가 킴벌리다!
운진은 쏜살같이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는 이미 뒤로 빼서 앞으로 가려는 차의 트렁크를 두드려서 차를 세웠다. 그가 옆자리로 다가가는데 킴벌리가 차창을 내리고 고개를 빼꼼이 내밀었다.
   “Kimmie, I need to talk to you! (키미, 너와 얘기해야 해!)”
작은애의 머리가 안으로 들어가고 언니에게 묻는 모양이다. 
차가 부릉하고 다시 가려고 했다.
   “Stop, Challie! Kimmie, I need to talk to you! (멈춰, 챌리! 키미, 너와 얘기해야 해!)”
차가 부릉 하고 떠났다. 
그러다가 몇미터 안 가서 끼긱하고 섰다.
킴벌리가 차에서 내려 두팔을 벌리고 뛰어왔다. 와서는 아빠의 목을 안았다.
작은딸은 어느 새 작은숙녀의 키와 몸을 만들고 있었다.
   “Let’s get inside, Kimmie. (키미야, 안으로 들어가자.)”
아빠란 이는 그 말을 하며 하마터면 울먹일 뻔했다.
작은아이가 고개를 끄떡였다. 
운진은 차 안에서 쏘아보고 있는 챌리에게 내리라고 눈짓했다.
챌리가 안에서 들리지는 않지만 입술로 노 하고 소리쳤다. 그리고 그녀의 차는 출발했다.
운진은 과연 잘 하는 짓인가 하고 속이 쓰려왔다.
   "She'll be back." 키미가 마치 잘 안다는 듯이 간단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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